<고의서산책/ 1064> - 『東西醫學要義』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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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64> - 『東西醫學要義』②
  • 승인 2023.07.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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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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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조선총독부 의료정책과 東西醫學論

  일제강점기 치하 한의가 처한 편파적인 의생제도와 위생교육이란 명목 아래 자행된 일방적인 서의학 학습을 감내하기 위한 자발적 수용방안으로 동서의학 절충론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의생을 교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바로 이 책『동서의학요의』이다. 저자 도진우는 동서의학연구회란 의생 교육단체에서 활약하였으며, 이 책은 연구회의 강습교재로 공식 출판되었다.

 ◇ 『동서의학요의』
 ◇ 『동서의학요의』

 이 책의 발행 동기와 저자 및 주요 내용에 대해서는 최근 발행된 김현구의 논고 「도진우의 동서의학요의에 대한 연구」에 상세하다. 위 글은 지난 몇 년간에 걸친 성과를 압축하고 수정 보완한 것인데, 필자도 이 연구에 일조했을 뿐 아니라 이미 오래 전 지면을 통해 이 책에 대해 개괄적인 소개를 실은 적이 있다.(186회 新舊醫學 절충한 강습교재, 『東西醫學要義』, 2003.12.29일자.)

  그런데 재삼 이에 대해 거론하게 된 연유는 논문에서 새로운 견해가 발표되었을 뿐만 아니라, 근간에 새로 입수한 자료를 통해 출판과 보급에 관련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파악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권두에 실려 있는 2종의 서문을 통해 간행배경과 그 의의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기로 하자.

  1921년에 결성된 동서의학연구회에서 발행한 「東西醫學硏究會月報」(1924, 창간호)에서 간행 경위를 찾아볼 수 있다. 권미에 있는 ‘會況槪要’를 보면, 기 추진 내역이 실려 있는데, 그중 都殷珪가 발의한 『동서의학요의』 저작발행 건을 기재하였다. 곧 이 책은 동서의학연구회에서 공식적으로 의결해 간행한 출판물인 것이다.

  또 창간호에는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이 실려 있는데, “본문은 古昔부터 傳來하는 素問, 難經, 內經, 入門, 醫鑑의 묘체와 現今에 新發明된 서양의학의 神術과 병명대조, 의생용문법(서식류를 말함), 종두, 소독, 주사의 제반방식을 망라 수집해 내용이 충실하온바, 秋期總會에 통과한 결과로 方今 출판중이오니 醫生 및 藥種商 僉位는 신속 주문하시오. 동서의학연구회 서무부”라고 되어 있다.

  우리는 이 책의 서문을 통해 동서의학에 대한 당시 의생들의 입장과 관점을 읽어낼 수 있다. 서문은 모두 3종이 실려 있는데, 첫 번째는 동서의학연구회 회장 金性璂가 쓴 것으로, “의학의 道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理이고 다른 하나는 術이다. 東醫는 이치에 밝으나 기술이 갖춰지지 못했고 西醫는 기술에 민첩하나 이치가 갖추어지지 못했다는 말이 있는데, 모두 지나친 말이다. 내가 보기에 醫라고 하는 것은 먼저 理를 궁구한 후에 術을 베푸는 것이니 동서고금에 바뀌지 않을 전범이다.…”라고 하였다.

  위의 글에서 당시 한의학(東醫)과 서양의학(西醫)을 理와 術로 대비시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작자는 이런 이분법적인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 동의도 정교한 술법이 있고 서의에도 참고할만한 이치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논문에서는 동과 서, 이와 술로 나눠보는 관점이 대한제국시기 근대화의 논리로 차용했던 東道西器론과 동일선상에 놓여있다고 분석하였다.

  나아가 김성기는 서문에서 당시 의원들이 풍토, 기후, 복식, 거처 등 발병유발 인자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함으로써, 조선의 지리적 특성이나 환경, 생활습관에 대응하여 형성된 한의학의 중요성을 우회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바꿔 말해 풍토가 다른 이국에서 유입된 서양의학보다는 조선 실정에 걸 맞는 한의학이 조선인에게 보다 더 적합하다는 입장을 은연중에 대두시킨 것으로 본다.

 이는 조선총독부가 서양의학 일변도로 醫政을 펼치는데 대한 대항의 논리이자 동서의학의 조화를 절충방안으로 적용한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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