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우리 뇌를 자극시키는 ‘좋아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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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우리 뇌를 자극시키는 ‘좋아요’의 힘
  • 승인 2023.07.0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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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희

서주희

mjmedi@mjmedi.com


도서비평┃하이프 머신

‘싸이월드’.

이 단어를 보자마자 ‘햐아’ 하며 감성에 잠기는 당신이라면? 아마도 필자와 비슷한 대학 시절을 살았을 수도 있겠다. 이것이 한국 소셜미디어의 원조라고 해야할까. 그 당시 젊은 세대는 싸이월드에 열광하며 청춘의 단짠을 함께 느꼈던 것 같은데, 이는 어느새 역사의 뒤안길로 희미해져린 흑백사진 같은 추억의 단어가 되어버렸다.

시난 아랄 지음, 엄성수 옮김,
썸앤파커스 펴냄

요즘의 세대들은 카카오톡 대신 인스타그램 DM으로 더 메시지를 많이 주고받는다던데, 아직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트위터를 하지 않는 필자로써는 먼 외계어 같은 세계이다. 눈도 침침해서 핸드폰도 잘 안보려하는데, 검색하다보면 인스타그램으로 연동이 되어 얼떨결에 들어갔더니 직관적이라는 SNS 사용법이 나에겐 영 길 잃은 느낌이고, 이벤트에 뭐 하나 응모하려고 해도 이런 SNS를 이용해서 올리라하니, 이번 생애에서 이벤트에 당첨되거나 인플루언서 되기란 영 글렀나보다.

소셜미디어는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 SNS)에 가입한 이용자들이 서로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면서 대인관계망을 넓힐 수 있는 플랫폼을 가리킨다[네이버 지식백과]. 이러한 플랫폼의 확장성과 영향력은 바야흐로 팬데믹를 맞이하면서 더욱 더 폭발적으로 커지게 되었다.

20년간 이 분야의 독보적인 연구자인 MIT소셜분석연구소장 시난 아날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낸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뜻하는 것을 하이프 머신(Hype Machine)이라 명명하였고, 하이프 머신에는 장밋빛 약속와 위험이 모두 존재한다고까지 경고하였다.

아랄교수는 트위터 데이터 분석을 한 결과 가짜뉴스 확산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였는데, 이의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동안 거짓은 지구 반바퀴를 돈다.’고 하며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보다 6배나 더 빠르고 멀리 확산된다는 것이다.

또한 가짜 뉴스로 인한 엄청난 경제적 손실 뿐만 미국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하이프머신으로 인한 양극화의 가속 등 데이터 분석과 탄탄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이프 머신의 선과 악 모든 측면을 설명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우리를 신경학적, 감정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고립은 사회적 동물에게 유해하고 불안정한 상태이다. 셀지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이라는 신경학적 통증 때문에 더 열심히 사회활동에 나서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인간은 애초부터 외로움으로 인한 아픔을 사회화라는 기제를 이용하여 치유하게 하도록 되어있어 정신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게끔 되어 있는데, 하이프 머신은 뇌를 자극해 보상체계를 작동시키기 때문에 우리의 뇌가 소셜미디어에 맞춰지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더욱 하이프 머신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좋아요’ 숫자에 뇌는 흥분해서 반응한다는 것.

이렇게 하이프 머신은 사회적 인정 피드백 루프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과 고립 탈피에 대한 갈망을 자극하고, 또한 하이프 머신은 행동은 물론 감정에 영향을 주고 감정을 퍼뜨리는 2가치 측면 모두 있기 때문에 우리 각자 개개인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하이프머신의 신경학적 감정적 경제적 영향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대중심리의 지대한 영향에 대해서도 지면을 상당히 할애했는데, 하이프머신에 의해 똑똑한 개인이 다른 사람들 의견에 매몰되어 집단적으로는 더 아둔해질 수 있고 동질성을 선호하는 알고리즘 방식에 의해 양극화가 심화되어 기존의 불평등 현상이 더 심해진다라는 아찔한 경고도 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의 후반부에는 건강한 소셜 생태계를 위한 다양한 제안과 하이프 머신으로 인한 선순환적인 집단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많은 사례들도 실려있으니, 하이프 머신으로 인해 걱정어린 내용만 실려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챗GPT 개발 등으로 이제는 우리가 기계 지능과 인간 지능 모두 안전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하는 시기이다. 그 중심의 가치는 진실에 입각한 가치로운 컨텐츠일 것이며, 진실을 구별할 수 있도록 개개인 각자의 노력뿐만 아니라 범국가적 차원에서의 공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서주희 /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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