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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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12)
  • 승인 2005.01.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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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 한약 정보 제공이 문화 바꾼다

■ 상호신뢰 회복의 길 ■

“잊을만하면 또 나오고, 재탕에 삼탕. 아주 죽을 지경입니다.”
부산에서 한약재 수출입업을 하고 있는 (주)한국허브 주해홍 사장이 얼마 전 물의를 일으켰던 모 방송국의 한약재 오염 보도가 지역 방송에서 재방영된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며 하는 말이다.

◇ 비싸도 깨끗하면 OK

그러면서 이번에 수입해 온 속단이라며 한번 문질러 보라고 주문했다. 먼지도 별로 없고 깨끗했다. 중국 현지에서 채로 치고 물로 세척해 말린 후 수입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통상적으로 가지고 오는 것에 비해 감량이 30~35% 정도 더 난다.
주 사장이 속단을 이렇게 수입해 올 용기를 낸 것은 비싸도 사겠다는 제조업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제조업체는 먼지가 많이 나서 직원들이 작업하기 힘들고,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먼지와 냄새를 이유로 민원을 제기한 적이 있어 항상 조심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럴 바에야 산지에서 작업을 하고, 한의원 원장들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값을 조금 비싸게 받으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판단은 적중했다. 시간이 얼마 지난 후 이 약재를 구입해간 제조업소에 문의해 보니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판매하는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한의원 원장들은 설명을 듣고, 만져 보면서 오히려 흡족해 하더라는 것이었다.

◇ 황찜 안 한 행인 반품돼

그런데 몇 해 전 모 제조회사는 이와 반대의 일을 당한 적이 있다. 행인을 수입하면서 발생된 일이다.
표백제 성분인 이산화황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어 황찜을 하지 않은 행인을 수입해 왔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었다. 황찜을 한 것과 바로 옆에 놓고 보아야 조금 누렇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정도는 심해졌다. 색은 계속 누렇고 탁하게 변해 갔다.

한의사들의 반응도 나오기 시작했다. 황찜을 하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는 설명은 먹혀 들어가질 않았다.
한의원에서 항의가 들어 왔고, 이 업체 사장은 한의사와 논쟁을 벌일 수도 없는 처지여서 잘못을 사과하고 약재를 모두 바꿔 주는 선에서 일을 매듭지었다. 남은 약재는 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결국 이 회사는 행인을 기름가게에 헐값에 팔아 넘겼다.

행인 이외에도 이런 약재들은 많다. 한약재 판매업소에서는 반하와 천문동은 황찜을 하지 않고는 판매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작약, 산약, 황기 등 하얀색 약재들은 대부분 황찜의 유혹을 받는다. 맥문동이나 구기자와 같이 당분이 있는 약재는 황찜을 하면 벌레도 먹지 않고 색상도 살아난다.

◇ 인위적 조작에는 관대

이물을 골라내거나 세척하는 등의 정선 작업이 얼마나 돼있는지는 전문 지식을 갖지 않은 사람이라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금방 알아 낼 수 있다.
한약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이 부분은 어느 정도 해결이 돼 가고 있다. 최근에는 약재를 물로 씻어 낸 후 약을 다리는 한의원이 늘고 있다.
그러니 업계에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일부 업체는 당귀나 시호, 세신 같이 잔뿌리가 많은 약재들을 어떻게 세척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약재를 보기 좋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하거나 무관심한 게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식품기준이나 과거부터 이루어져왔던 관행, 그리고 중국의 예를 들며 이산화황의 함유를 합리화시키는 경향마저 있다.
황찜은 과거에 저장기술이 발달되지 않았을 때 부패방지를 위해 행해졌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것이 약재의 색상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변모한 것이다.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판매하는 콩나물을 보면 대부분 뿌리가 가늘고 잔뿌리까지 나 있다. 그리고 아주 흰색이 아니다. 과거 문제가 됐던 둥그렇고 두툼하며 잔뿌리 하나 없이 미끈한 콩나물은 이제 조그마한 식당 반찬에서나 볼 수 있게됐다.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주부들이 콩나물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저절로 바뀐 것이다. 주부들이 이 정보를 공유하기까지는 수 없이 반복되는 사건·사고가 있었다.

◇ 소비자가 알면 바뀐다

한약재도 비슷한 경로를 겪고 나서야 시장이 변할 것이라면 한의학의 미래는 너무 어둡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한약은 이미 다른 형태로 일반인에 공급되고 있고 이는 계속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과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염문제 등은 치명적이다.
정부가 한약을 한약답게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어느 수준까지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온주밀감이나 산귤 그리고 동정귤의 껍질이 모두 진피인데 이를 어떻게 구별해 낼지도 의문이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소비자가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알면 시장은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하고 오히려 관행을 고집할 때 판매자가 아무리 옳은 것을 제시해도 시장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한의계는 대학 본과 1, 2학년 때 배우는 2학점짜리 본초실습이 고작이고 졸업한 이후에는 모두가 자신의 책임이 된다.
모 업체에서는 2003년 한해 동안 100만불 이상 수입된 감초, 반하, 복령, 계피 등의 한약재 중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는 사인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들어올 생각이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수입되지 않고 일본과 대만 등으로 수출되는 양춘사나 해남사, 공사인을 가지고 들어온다는 생각이다. 그것도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로 말이다.

껍질을 벗기지 않으면 다른 약재가 혼입 되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다소 불편하겠지만 껍질은 한의원에서 직접 벗기라고 할 요량이다.
가격은 현재 유통되는 사인의 약 2배 가량 될 것이다. 이 사인이 국내에서 유통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는 업계와 소비자인 한의사의 신뢰에 달렸다.
그리고 그 신뢰는 소비자가 얼마나 올바른 정보를 가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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