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보건사업] 빅데이터도 한걸음부터, 전자 차트와 청구 자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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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보건사업] 빅데이터도 한걸음부터, 전자 차트와 청구 자료 (2)
  • 승인 2022.11.18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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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

한은경

mjmedi@mjmedi.com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에서 개설한 세미나 과목인 “Seminar on Statistical Methods for Mental Health”에서 202012월에 진행된 한 세션에서는 Dr. Kharrazi 등의 2017년 논문을 다뤘습니다. 저자인 카라치 박사는 EHR과 청구자료를 구분할 때 데이터 수집의 목적, 범위, 데이터의 구조와 일관성 정도, 데이터를 입력하는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범위, 데이터 수집 대상자의 범위, 수집가능한 데이터의 종류등으로 나누어서 설명1)하였습니다. 서로 다른 두 시스템에서 수집가능한 정보의 종류가 다른 예로, 환자가 진료 비용을 얼마 지불하였는가? 하는 정보는 EHR에서는 아주 제한적으로밖에 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것은 청구자료에 자세하게 나와 있는 부분이지요. 하지만 반대로 EHR에는 청구자료에 없는 정보들도 많이 있는데, 이를테면 가족력,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모음, 시술이나 수술의 결과, 진단 검사 결과, 바이탈 사인1) 같은 것들이 있겠습니다.

, 보험급여 범위에 따른 자료의 제한 여부는 연구에 필요한 충분한 수의 대상자와, 다양한 범위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전국민 건강보험을 실시하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 서비스의 청구자료에 대해서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표본코호트’ DB는 청구자료뿐 아니라 건강검진 자료도 포함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다양한 항목의 자료를 갖추었을 뿐 아니라 통계적으로 그 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즉 모집단의 대표성을 확보할 만큼의 많은 대상자를 확보했습니다. 구축 당시 전국민의 약 2%에 해당하는 100만 명을 표본으로 하였거든요.2) (잠시 덧붙이면, 이 표본코호트 DB를 통해서는 "허혈성 뇌졸중 환자 중에서 침 치료를 받은 그룹은 침 치료를 받지 않은 것에 비해 사망 및 합병증의 위험이 낮다"3)든지 만성요통 환자들을 추적해 보았더니 침 치료를 받은 그룹은 나중에 수술을 받게 되는 비율이 더 낮았다4)는 등의 연구들도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 지불 내역으로부터 구축된 정보이기에,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의료서비스에 국민들이 얼마를 지불하였는가 하는 자료는 빠져 있죠. 비급여 의료비에 관해서는 이 DB를 통해서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한국의료패널이나 다른 종류의 DB를 통해 비급여 의료서비스의 규모까지를 파악하려고 합니다. 보험 급여와 비급여 중 어느 한 쪽만 다루어서는 실제 어떤 질환의 관리에 지출된 의료비의 온전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서죠.

카라치 박사에 따르면, EHR이 연구자료원이 되는 데 주된 어려움은 청구자료에 비하여 자료가 '구조화'된 정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전자 차트에서 키와 체중을 입력하는 데만 해도 표기방법이나 차트 종류가 다 다르다 보니 자료를 받아 분석하기 전에 이렇게 서로 다른 표현방식을 통일하는 데만 1년이 걸린 적도 있었다는 경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동일한 대상자 집단을 대상으로 EHR과 청구자료를 모두 확보할 수 있다면 대상자들의 의료 이용에 대해서 대단히 종합적인 분석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로 카라치 박사는 의료현장에서의 위험도 층화 모델을 구현하는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위험도 층화는 통계적 도구를 사용하여 집단에서 어떤 질환 등에 대한 위험도를 구해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어떤 환자를 선별하여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집단 내 그룹 별로 서로 다른 위험도에 대한 정보를 만드는 방법인데요, 보다 정밀하게 환자의 예후, 또는 특정 치료의 결과를 예측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자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림 출처https://www.fda.gov/news-events/fda-voices/leveraging-real-world-evidence-regulatory-submissions-medical-devices)

 

우리나라의 최근 동향에 관해서 소개하겠습니다. 20206월에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인증제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인증 제도는 품질 관리의 한 방법이지요. 복지부는 환자 안전 및 진료 연속성 보장, 의료비 절감, 표준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목적으로,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인증기준의 영역을 기능성, 상호운용성, 보안성 3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개발한다고 했습니다.5)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인증제를 하면, 한 사람이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 의료기관 간 진료 기록 등 데이터를 연동하여 확인할 수 있고, 의료기관도 환자의 과거 데이터에 근거해 진단을 내리기 쉬울 것이라 그 결과 의료의 질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6)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올해 가을 국정감사 기간에 이 부분에 대한 질의도 있었군요. 전체 의료기관 중에 인증을 거친 시스템을 사용하는 기관의 비중이 약 10%에 불과한데 인증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관리료 등에 대한 수가 가산 등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7)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현행 EMR 인증제에서 치과·한방·정신·요양병원은 한시 제외되어 있습니다만, 한의계에서도 표준 EMR 및 인증제에 관련한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에 명시된 바에 따라, 지금은 질환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CPG)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1단계로 기본 용어를 표준화하고, 임상에서 표준임상진료지침을 활용할 수 있는 한의약 표준 전자의무기록(EMR)’을 개발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의약 표준 EMR 인증사업은 2023년부터로 예정되어 있는데, ‘한의약 표준 전자의무기록(EMR) 인증사업을 추진하여 한방의료기관에 보급을 확산하고, 인증에 참여한 의료기관 간에 임상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의약 임상정보 교류시스템을 구축8)할 계획입니다.

데이터를 수집, 저장, 분석, 활용하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보건의료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자료원의 종류로서 대표적인 두 가지를 알아보았습니다. 한편, 이들 자료원의 활용이 다시 현장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또한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빅데이터와 함께, 보다 더 나은 의료를 위한 고민의 속도는 과거에 비할 수 없이 빨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은경/호영보건의료연구소

각주

1) Kharrazi H et al. Comparing Population-based Risk-stratification Model Performance Using Demographic, Diagnosis and Medication Data Extracted From Outpatient Electronic Health Records Versus Administrative Claims. Med Care 2017 Aug;55(8):789-796.

2) 표본코호트 DB 안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자료 공유서비스 홈페이지.
 https://nhiss.nhis.or.kr/bd/ab/bdaba002cv.do

3)Choi SR, Kim ES, Jang BH, Jung B, Ha IH. A Time-Dependent Analysis of Association between Acupuncture Utilization and the Prognosis of Ischemic Stroke. Healthcare (Basel). 2022 Apr 19;10(5):756. doi: 10.3390/healthcare10050756. PMID: 35627893; PMCID: PMC9141209.

4) Koh W, Kang K, Lee YJ, Kim M-r, Shin J-S, Lee J, et al. (2018) Impact of acupuncture treatment on the lumbar surgery rate for low back pain in Korea: A nationwide matched retrospective cohort study. PLoS ONE 13(6): e0199042.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99042

5)  EMR 인증제. 한국보건의료정보원. https://www.k-his.or.kr/menu.es?mid=a10201010200

6) 메디포뉴스. <EMR 인증제도 도입 2년, 얼마나 참여했나>
http://www.medifonews.com/news/article.html?no=168169

7) 메디게이트뉴스. <EMR 사용인증 획득 의료기관 10.7% 그쳐...인센티브 제공 필요> https://m.medigatenews.com/news/1645539446?category=shortnews

8) 민족의학신문. <한의약진흥원, 한의약 빅데이터 허브 구축 3단계 계획 추진> 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5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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