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5] 送年斷想 - 2004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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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5] 送年斷想 - 2004년을 보내며
  • 승인 2004.12.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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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을 지켰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들

한해를 보내며, 어떤 일들이 있었나 다시 돌아봅니다.
정치적으로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헌법소원이 있었고 총선이 치러졌고, 이라크 파병문제, 신행정수도에 관한 논란 등 어느해 못지 않게 시끄러웠던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찬성과 반대라는 두가지 의견들이 대립했습니다.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며 한의학을 공부했다는 나는 나름대로의 처방을 짜보기도 했었습니다. 그 어떤 훌륭한 제도도 사람의 마음을 담아낼 수 없고 그 어떤 선택이 최선인가 하는 것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겠지요.

다만 인간은 더불어 산다는 기본적인 명제를 모든 사람이 가슴 속에 담고 살아갔더라면 보다 살기좋은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탄핵을 하건 말건 파병을 하건 말건, 행정수도를 옮기건 말건 세상에 나쁘기만 한 것이 없고 전적으로 좋기만 한 것도 없는 것일진대, 어떤 결론이 났건 간에 정신없이 주장하느라 그 마음이 지옥이라면 모든 사람이 패배자일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의학계 내부에서도 역시 그에 못지 않은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논란을 넘어서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냉철한 분석에 의해서 올바른 방향이 설정되어야 하고 그것은 한의학의 미래에 있어서의 전반적인 밑그림이 그려진 상태에서 재평가 되어야 하리라 생각됩니다.

약대 6년제 문제로 서로 목청을 높였고 그 과정에서 사건에 대처하는 협회에 대한 불신은 커져 갔습니다.
협회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고 학생들은 협회를 점거하기도 했고 협회장 직선제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잠시 KBS 추적60분 파문, YMCA 사건으로 모두들 분노에 치를 떨었었지요. 그것도 모자라 전문의 문제로 이젠 내부적으로 분열되는 안타까운 모습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한의사는 사라지고 한의학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했고 경기불황은 계속되어 다들 힘든 한해였습니다.

지금껏 한의계를 둘러싼 수많은 문제들 앞에서 한의사들의 대응방식은 어찌보면 공격하는 사냥꾼들을 향해 쓰러지기 직전까지 이빨을 들어낸 채 으르렁거리는 들짐승처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냥꾼들은 으르렁대는 들짐승에게서 아무런 위협도 못느낄지 모를 일입니다.

의료계, 한의계의 공통분모는 과연 무엇일까. 한의계만이라도 아우를 수 있는 것들을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정리하다보면 근본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마음만 하나로 묶을 수 있다면 엄청난 힘이 생겨납니다.

예를 들자면, 인간의 수명은 타고나는 것이며, 양생을 잘하면 명을 다하고, 그렇지 못하면 일찍 죽는다 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마치 의사가 목숨을 좌지우지 하는 것인 양 말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인 것 같습니다.

또, 세상이 온통 물질, 돈, 외모 등과 같이 陰的인 가치가 대접받는 세상에서 돈을 추구하는 하나의 이해집단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陽的인 가치를 추구하는 한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만큼, 좀 더디고 좀 힘들더라도 인심을 잃는다면 모든 것이 더 어려워지리라 생각합니다. ‘절처봉생’(絶處逢生 : 몹시 쪼들리던 판에 살길이 생김)이라 했듯, 막다른 길에 도착하면 또다른 길을 맞이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거세게 변한다해도 대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면 언제 닥칠지 모를 거센 파도가 결코 두렵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년에 또 한 가지 바라는 것은 고액임상강의가 없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을 지을 때도 땅을 파야할 때가 있고 높이 쌓아야 할 때가 있고 마무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불안하니까 일단 높이 쌓고 나중에 땅을 파내려 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일단 무엇이든 비싼 돈을 주고라도 배워놓고 보자는 생각은 정말 위험한 생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성경도 있고 불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진리를 쫓지 않고 허욕을 쫓아 살기가 힘들어지는 것은 진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진리의 가치를 볼 줄 아는 눈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돈을 주고 지식을 살 수는 있을망정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조차 돈을 주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일 것입니다.

당연하고 뻔한 얘기들만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연하고 뻔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이 많고, 그로 인해 해결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정말로 기본이 기본으로 지켜지는 한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배 형 일
서울 은평구 배형일한의원
서울시한의사협회 의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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