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의사 신영호의 한의학 새로보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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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의사 신영호의 한의학 새로보기(4)
  • 승인 2004.12.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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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전문화에 대하여

한의학도 이제 치료로 승부를 할 수 있고, 치료 후 케어까지 나아갈 수 있는 전문화시스템이 필요하다. 아니 필수이다. 그렇다면 어떤 틀로 전문화를 할 것인가.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 양방의 기준에 맞추어서는 싸움은 끝난 것이다. 그간에도 한의학의 전문화를 이야기하면서 한의학 고유의 분류체계와 그에 따른 진료영역이 없는 것이 큰 문제였다.

동의보감 등 한의학자료에는 한의학 나름대로의 과별 분류가 있다. 그것들이라도 참고했다면 오늘처럼 양방을 맹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양방의 이비인후과 보다 더 전문화된 한의학의 분류가 있다. 몇 백년 전의 동의보감에는 안문, 이문, 비문, 아치문 그렇게 되어 있다.

이렇게 잘 되어 있는 한의학적 체계를 버려두고 왜 느닷없이 내과니 산부인과니 하는 양방의 과별 분류를 추종했는지? 지금 시점에서 당장 학문적 분류나 체계화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면 동의보감 편제라도 응용해서 최소한 한의학 진료전문화의 준거로 삼아 보자.

소위 이비인후과라고 하지만 귓병, 콧병 하나만도 제대로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전문화가 세분된다면 병원경영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귀 하나만 확실히 다뤄도, 아니 이명증 하나만 잘 다루어도 경영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양방의 전문화는 기계적 분류에 따른 협진체계의 틀을 고수한다. 한의학의 전문화는 양방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 전문화된 치료를 하면서도 기본진료를 겸하게 되는 유기체적 진료를 할 수 있는 전문화라야 한다는 것이다.

양방의 전문화는 이미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가령 산부인과 환자를 보면서도 내과질환은 다시 내과를 경유해야 하고 이비인후과 질환이 있으면 또 이비인후과를 경유해야 하는 등 유기체적 진료체계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화라는 것이 오히려 진료를 번거롭게 하는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더라도 유기체적 진료에 바탕하는 한의학의 전문화는 미래적 전망을 갖고 있다. 즉 기본진료를 바탕으로 하는 전문치료를 동시에 수행할 수가 있다.
한의학은 인간 전반, 인체의 전신을 보면서도 문제되는 질환의 특수성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의학의 전문화다. 이것이 한의학의 우수성이고 독창성이다. 이러한 우수성과 독창성을 다 죽이고서는 한의학의 전문화는 없다. 한의학의 자기 색깔을 다 죽이는 양방의 아류가 되어가는 지금의 전문화는 전면 재고되어야 한다.

전문화한다고 해서 하나의 질병만 파고들자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질환을 기본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이상으로 나아가서 전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의학의 전문화에는 문화저항이 있을 것이고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풍문’이라고 하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도 모른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키는 문화작업도 함께 해야 한다.
한의학 전문화는, 적어도 한의학적 전통과 학문 토대 위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필자 : 서울 동작구 차서메디칼사당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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