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함께읽는 동의신정(5) 한방신경정신과 진료에 대해서 환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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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함께읽는 동의신정(5) 한방신경정신과 진료에 대해서 환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 승인 2022.08.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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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찬영

권찬영

mjmedi@mjmedi.com


권찬영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작년 12월에 발표된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인에서 주요 정신장애(알코올 사용 장애, 니코틴 사용 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평생 유병률은 남자 32.7%, 여자 22.9%로, 약 4명 중 1명이 평생 1회 이상 주요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을 정도로, 정신질환은 매우 흔한 건강문제이다.

아직 정신과 진료에 대한 진입장벽은 더 낮아져야 하고, 정신장애 진단과 관련된 낙인(stigma) 역시 개선되어야겠지만, 요즘은 점차 정신과 진료가 공개적이고 대중화되어 주위에서도 심심치 않게 정신질환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 가족이나 지인을 예전보다는 쉽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선택지는 향정신성 약물 뿐 아니라, 심리치료(또는 심리상담), 명상 등의 심신요법, 침과 한약 등의 한의치료 등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정신질환 환자에게 한의치료는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하는데, 필자는 종종 학교에서 학생들로부터 한의사가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것의 장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를 든다.

한의사는 몸과 마음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심신일원론’적 접근방법을 취하는데, 많은 정신질환 환자들이 정신질환에 동반된 신체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 따라서 환자가 실질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증상에 보다 귀 기울여 직접적인 치료를 시행해줄 수 있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신체증상 만을 호소하는 환자에서도 한의사의 진료는 몸과 마음의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마음의 문제나 정신질환을 발견(screening)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치료적 측면에서도 정신질환을 치료함에 있어, 침과 한약 등의 한의치료가 의과의 정신과 치료에 비해 안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치료 순응도가 높고, 정신질환 치료에서 한의치료가 갖는 효과와 안전성도 연구를 통해 더 입증되고 있다는 점. 등등.

 

하지만 이는 교과서적 설명 또는 필자의 생각일 뿐, 마음 한켠에서는 실질적으로 정신질환 환자들이 한방신경정신과 진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증으로 남아있었는데, 이번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33권 2호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이 궁금증을 일부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제시해주고 있다.

문승환, 장보형, 서효원, 김종우, 정선용. 정신과 환자의 한의의료 이용경험 및 인식에 대한 질적 분석 – 예비연구.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22;33(2):123-131.

 

이 질적 연구에서는 한방신경정신과 외래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 환자 6명 (불안장애, 화병, 자율신경실조증, 불면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등)을 대상으로 심층적인 인터뷰를 실시했다. 인터뷰 내용은 소비자 조사, 여론조사, 마케팅 등의 전문 업체에서 심층 인터뷰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환자 1명당 약 1시간 30분 정도 시행하였고, 개인정보는 삭제된 녹취파일을 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의 전문의가 분석했다.

이 질적 연구에서 발견한 대상자들의 주요 인식과 경험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치료의 시작은 대부분 양방 의료기관에서.

: 참여자 6명 중 5명은 정신질환 발생 인지 후 양방 의료기관에, 나머지 1명은 한의원에 처음 방문하였다.

2) 정신질환의 치료 측면에서 양방치료와 한방치료에 대한 인식의 차이.

: 모든 참여자는 양방치료가 일시적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증상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일부 환자는 정신과 약물은 의존도가 높고, 졸림 증상이나 중독의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한편, 모든 참여자는 한방치료가 양방치료에 비해 약의 의존도가 낮고, 침/뜸, 심리치료와 병행되어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답했으며, 일부 환자는 정신질환의 완치를 위해 한방치료를 받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3) 한방치료 비싸다?

: 모든 참여자는 한방치료에 대한 비용으로 월 20-40만원을 지불하고 있었으며, 양방치료를 병행하는 4명은 양방치료에 대한 비용으로 월 6-7만원을 지불하고 있다고 답했다. 참여자 중 2명은 한방치료의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하였다.

4) 상담도 치료의 중요 factor.

: 참여자 6명 중 4명은 상담을 통해 증상이 완화되었다고 답했다.

5) 한약과 양약의 병용.

: 참여자 6명 중 4명은 병원 의료진에게 양약과 한약을 동시에 복용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고, 나머지 2명은 양약과 한약을 병행하고 있지 않았다. 양약과 한약을 병용하는 4명 중, 3명은 병행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 답했지만, 1명은 한약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이 연구는 예비연구로, 참여자의 수가 적고, 1개 기관에서만 모집이 진행되었으며, 참여자들의 연령과 진단명이 이질적이고, 치료기간과 질병 이환기간이 불분명한 등의 한계가 존재하여 그 결과를 일반화할 수 없지만, 정신과 진료에 대해 한의계에서 처음 시도된 질적 연구이고, 비한의사인 면담 전문가가 시행한 개별 환자에 대한 심층적 면담을 통해 비교적 객관적인 면담 결과를 얻었다는 장점이 있다.

환자의 의료선택권과 알 권리가 날로 강조되고 있고, ‘의료이용’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들이 제공되고 환자(또는 의료소비자)가 이를 선택하는 것도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의료진들에게, 단순히 질병을 앓는 수동적인 존재로서의 환자가 아닌, 적극적으로 의료를 이용하는 주체로서의 의료소비자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연구 역시,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한의치료를 이용하는 의료소비자들에 대한 이해를 넓혀줄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저자들이 고찰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예비연구에서의 결과를 토대로 설문 문항을 개발하고 대규모 설문 연구가 시행되어, 일반적인 한방신경정신과 외래 내원 환자의 의료이용 인식을 조사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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