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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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⑩
  • 승인 2004.11.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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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의견 외면, 위·하품만 득세
‘이제까지 문제없었는데’에서 탈피해야

▶ 한약정보에 둔감한 한약시장 ◀

수입과 제조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 H업체는 몇 해 전 사인을 수입해 온 적이 있었다. 공사인이라고 불리는 특급이나 A급은 못돼도 B급 중에서는 알이 굵어 국내 판매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상당히 많은 양을 수입해왔다. 수입해 온 사인을 얼마에 도·소매 업자에 내 놓아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뜻밖의 비보가 날아들었다.

□ 값에 민감한 한약시장

다른 업체에서 사인 가격을 10% 정도 낮춰 국내로 수입해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 업체는 산지(라오스)에서 물건을 직접 수입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 업체가 수입했던 물건이 싼값에 시중에 나와 이를 수입한 것이었다. 많은 양도 아니었다. H업체가 수입해 온 물량의 1/10도 되지 못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는 양의 한약이 국내 시장 전체에 던진 충격은 컸다.
H업체 사장은 차마 손해는 볼 수 없어 얼마간 물건을 지니고 있다가 자금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시중 가격에 물건을 판매했다. 이후 사인은 모두 이 가격 대에 맞춰 수입돼온 것뿐이었다. 이보다 조금만 비싸도 판매업자들이 매입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현재 라오스에서 생산된 사인 중 최상품은 1kg에 5.5~6$선이며 거의 전량이 일본이나 유럽에 수출된다. 국내에는 모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는 1kg에 3.2$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제품을 수입해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올해 사인 값이 오르는 추세여서 2.8$짜리 저가 사인도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 업체는 라오스의 사인 주산지 중 한 지역과 재배에서부터 채취까지 모든 공정을 관리하는 형태로 계약을 맺고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 판매는 저조한 편이다.
국내 한약시장은 가격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해 가격에 조금만 부담이 있다고 판단되면 업자 스스로 기피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 버렸다.

부산의 모 제조업체는 지난해 12월 수급조절품목으로 백출 10톤을 배정 받고, 이중 1톤을 삽주(Atractylodes japonica K)가 아닌 백출(Atractylodes ovata K)을 시험적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 기원·품질은 둘째

우리나라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삽주는 백출이 아니라는 문제 지적이 계속 돼 왔고, 동의대 한의대 김인락 교수(본초학)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업체 약재 창고에는 아직도 800kg의 백출이 쌓여 있다.
현재 500g에 2500원하는 일반 백출의 두 배나 되는 가격 때문에 쉽게 팔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백출(A.o.)은 자라지 않고 삽주만 자란다. 삽주가 작업 공정에 따라 백출로도, 창출로도 사용된다.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중국으로부터 백출이 수입되고 있으나 이 역시 삽주다. 중국은 자신의 나라에서는 약용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수출을 위해 삽주를 재배하고있고, 關蒼朮이라고 부른다.

둘은 외형적으로도 전혀 달라 보이는 약재다. <사진 참조> 한의협의 모 이사도 이 두 가지 약재는 전혀 다른 약재라고 말했다. 옛날에 투약했던 것은 삽주가 아닌 백출이었다고. 그러나 이 이사는 백출이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 정보를 받아들여야

우리주변에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약재들이 여러 종류가 있다.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제조방법으로 인해 유효성분이 손실되거나, 유해성분이 흡입되는 것을 비롯해 약재의 기원이 문제되는 품목까지 존재하고 있다.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한약 공정서에 수재된 당귀나 한인진은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치료제인 대황, 석창포, 산조인 등의 한약재는 문제가 심각하다.

한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이들 약재 중 규정에 맞는 약재를 얼마나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면 현재 유통되는 것들은 모두 잘못된 약재라는 지적이다.
한약재 오염 문제와 함께 이같은 지적은 어제 오늘 새롭게 나온 말이 아니다. 본지를 비롯해 여러 가지 학술논문을 통해 문제가 지적됐었다.

다만 한의약 시장이 그다지 큰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을 뿐이었다. 즉, 한약에 대한 정보는 단순한 정보에 그치고 만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의약은 반복된 외부의 공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쟁 사회에서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렵다.

“이제까지 문제가 없었는데”를 반복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한의약은 이미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고, 갖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이제 한의약계는 정보를 수용하고 스스로를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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