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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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⑨
  • 승인 2004.11.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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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 책임질 수 있는 곳만 취급하라
수입 검사 피하기 위한 수단 안될 말
우수업체 노력 인정되는 시장 만들자

▶ 한약시장 규모와 구조③ ◀

복지부 좋은 한약공급추진위원회는 최근 2차 회의를 열고 한방의료기관의 규격 한약재 사용의무화와 재배자 및 수입자 그리고 검사자의 실명을 표시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일부 한방의료기관에서 규격품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의문을 해소하고, 농산물에 생산자 인적사항을 적어 넣어 책임감을 준 것이 품질 향상에 기여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럴 듯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것은 업체가 일정규모 이상 돼 신용을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는 단계가 되고, 시장도 그것을 인정해 주는 풍토가 조성했을 때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 사라지는 ‘좋은’의 기준

좋은 농산물을 선별방법으로는 우선 유기농 등 친 환경 농산물인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런 마크 이외에도 중년 이상의 주부들은 나름대로 좋은 농산물을 고르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고사리는 줄기의 길이가 길고 매끈하며, 흰색 또는 연한 갈색을 띠고 줄기의 골이 깊어야 한다. 조기는 등쪽이 회색을 띤 황금색이며, 배쪽은 선명한 황금색을 띠고 꼬리는 짧고 두툼해야한다. 입주변이 붉고 눈자위와 지느러미 부근이 노랗다. 특히, 머리 상단부에 다이아몬드형 돌기가 있는 것이 우수한 국산 조기다.
과일, 채소, 고기류 등 모든 농산물이 이처럼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고, 이것은 오랜 기간 경험에 의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기준들이 하나둘씩 제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대부분이 도시에서 자라 농산물을 구별할줄 모르는 이유도 있지만 불량 농산물 사건이 자주 발생해 아예 믿을 만한 회사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낳다는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상표만을 보고 먹거리를 사는 풍조가 늘고 있는 것이다.

□ 좋은 한약의 기준은?

정부는 한약재 문제가 불거지자 ‘좋은 한약공급’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 ‘좋은 한약’의 기준은 무엇일까?
주부가 농산물을 고르는 식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GAP, GSP, GMP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아 품질을 인증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최근 국내에서 생산되는 한약재에 대해서 유기농산물과 비슷한 인증제도를 마련하려고 하고 있으나 한약의 품질향상에 얼마나 크게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일부 처방을 제외하고는 국내산으로만 한약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 상태에서 좋은 한약이 될 수 있는 기준을 나열해 보자. △공정서 기준 만족 △한의사나 유통업자가 좋다고 인정 △중국이나 일본에서 좋다고 하는 한약재….

결론적으로 ‘좋은 한약’의 기준은 없다. 단지 약재의 기원에 대한 정립과 재배부터 가공까지의 단계별 최소기준을 마련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우리의 한약 공정서는 한약재의 최소 기준치는 제기했어도 어떻게 제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수치 법제 약 중 유일하게 숙지황에 대해 “잘 정제된 지황을 취하고 보통 술, 사인, 진피를 보료로 하여 속과 겉이 검게 되고 윤기가 흐르며 질이 부드럽고 연하며 점조하게 될 때까지 찌고 햇볕에 말리는 것을 반복한다”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몇 도에서 얼마나, 또 어떤 술을 사용하라는 기준은 없다. 그나마 햇볕에 말리고 있는 제조업체가 몇 곳이나 될지는 의문이다.

□ 무분별한 제조업 난립

어려움은 있지만 그럼 ‘좋은 한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안을 정리해 보자.
공정서의 품질기준을 초과하는 한약재로서 생산지·생산방법·채취시기·약용부위 ·생장년도·제조방법(보관·세척·건조·포장) 등에서 해당 한약재의 약리적인 특성을 가장 효율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생산된 한약재라고 할 수 있다.

객관적인 지표가 개발되지 않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으면 업체가 이렇게 만들어진 약재를 유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면 된다.
하지만 현재의 대다수 한약제조업체의 실태를 보면 이것은 구호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규제개혁 차원에서 한약제조업에 대한 진입이 쉬워졌다. 과거 100평방미터이던 면적기준이 사라져 제조업체가 다시 늘고 있다. 상식적으로 제조가 불가능한 한약제조업소가 무분별하게 생겨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체의 증가 이유는 쉽게 추정할 수 있다. 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지난 한해 동안 대황은 제조업자에 의해 20건, 수입업자에 의해 8건이 수입됐다. 수입업자가 수입해온 대황 중 통관검사에 합격한 것은 1건에 불과했으나 제조업체에서 수입해 온 대황은 모두 자가 검사결과에 합격했다. 이 관계자가 나중에 이 소식을 듣고 제조업체에 가서 문제의 대황을 확인해 보려고 했으나 이미 유통이 끝난 상태였다. 지방 식약청의 약사감시도 제조업소는 자가검사기록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수준이지 약재를 수거해가 다시 관능·정밀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수입할 때 검사를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조업체를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것이다. 더군다나 소비자들이 이런 제조업소가 난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경우 그 산업은 큰 타격을 입고 말 것이다.

□ 모두가 ‘기준미달’ 아니다

전체 한약제조 업체가 제대로 된 시설하나 없이 편법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산 (주)금강제약이 갖추고 있는 GC-MS, HPLC, UV 등 검사시설은 지방 식약청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또 부산의 (주)화림제약은 제과기술을 응용한 법제기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검사를 위해서 두명의 검사실 직원을 채용하고 자신의 약재에 대해 수시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 안성으로 이전한 새롬제약(주)은 KGMP시설기준을 목적으로 건물을 지어 몇 가지만 더 보완하면 지금이라도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한약재의 기원을 쫓아 국내외 각지를 찾아다니며 한약재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옴니허브의 허담 원장도 결코 빼 놓을 수 없다.
이 밖에도 한의약계에는 한약재의 발전을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오늘 한약시장의 모습이다. 검사와 제품 확인 그리고 위생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되기 마련인데 현 시장은 이 비용을 원가로 인정해 주는 것에 인색하다. 또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고, 약효가 잘 보존되도록 제조·보관하기 위해서는 적정시설이 필요한데도 소비자들은 관심이 없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고, 한약시장이 계속 방치될 경우 남는 것은 부정과 불량뿐일 것이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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