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태백산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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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태백산맥은 없다
  • 승인 2004.11.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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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울타리, 압록-두만 너머로

‘태백산맥’이라고 하면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우리나라 지리를 배울 때 한반도의 등줄기 모양으로 동해안쪽에 굵고 검은 선으로 표시되어 있던 생각이 난다. 또 대학생 때는 소설로 가까이 했던 때가 있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학교에서 배운대로 그냥 그렇게 알고 지냈다. 10여 년 전부터 ‘백두대간(白頭大幹)’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 또한 전문산악인들이나 하는 얘기로 지나쳤는데, 이 책을 만나니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 책은 ‘산경표를 위하여’를 먼저 내 놓았던 저자가 산경표(山徑表)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여 집필한 책이다.
그럼 산경표는 무엇이고 백두대간은 무엇인가? 산경표는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영산 백두산을 조종으로 하여 족보식으로 기술한 표이다. 이 표에서 가장 큰 산줄기 즉 우리나라의 기둥으로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산마루를 연결한 것을 백두대간이라 부른다. 더불어 백두대간에서 분지한 정간과 정맥이라는 또 다른 산줄기도 기술하고 있는데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우리나라 10대강의 유역을 구분하고 있다. 이를 그림으로 그리면 산경도가 된다.

사람들은 강을 중심으로 모여 살면서 산줄기는 잘 넘어 다니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 대간과 정맥을 경계로 말씨가 다르고, 음식문화가 다르고, 건축형식이 다르고, 여러 생활양식이 다르다. 아울러 기후의 변화도 이 산경표의 산줄기와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 산경표가 빛을 발하는 지역중의 하나가 호남지방이다. 전라도는 행정구역상 남북으로 나뉘었지만 문화권은 동서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빠르다. 전라도의 중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호남정맥을 경계로 서쪽의 들판문화와 동쪽의 산지문화는 노랫가락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이와 같이 산경표는 문화와 역사까지 아우르는 실질적인 지리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태백산맥은 어디에서 왔는가? 1900년대 초 일제는 산맥을 도입한다. 이것은 땅속의 지질구조에 따라 지도위에 북 그어 놓은 선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의 지형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며, 주장에 따라 위치나 길이 등도 천차만별이다.
또한 그 이름도 학술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우리나라 산들의 조종이자 민족의 자긍심이 뭉쳐 있으며, 대륙으로 연결된 창이라 할 백두산을 지우는 쪽으로 명명된 것이다. 백두라는 글자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종국에는 만주철도 부설권과 우리 땅 간도를 바꾸는 협약을 체결하고 만다. 그 이면엔 이렇게 더러운 계략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그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고쳐지지 않고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조선최고의 지도제작자 고산자 김정호 이야기에 이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대동여지도는 혼자서 걸어 다녀서 그려지는 지도가 아니다. 당대의 지도제작기술이 뛰어났으며 각 지역의 정확한 지도가 모여서 만들어진 지도라고 볼 수 있다. 김정호는 이 대동여지도를 비롯해 청구도, 동여도의 3대 지도와 그 짝이 되는 동여도지, 여도비지, 대동지지의 3대 지지라는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이렇듯 책 쓰고 지도 그리기에만도 부족한 시간에 백두산을 비롯해 전국을 수차례나 답사했다고 한다. 이 또한 조선총독부가 개인을 비현실적으로 강조하여 상대적으로 조선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기 위한 술수에 다름 아니다.

백두대간은 우리에게 나라의 지형을 압록-두만강 이남의 선으로 한정하여 생각지 말라고 일러준다. 인위적인 선인 국경선이 있지만, 지형을 생각할 때는 최소한 압록-두만강 북쪽 울타리도 함께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라고 하는 저자의 충고는 최근의 고구려역사와 간도문제에 오버랩 된다.
안타까운 점은 이 책이 일시적으로 품절이나 출판사에 문의하면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값 9천5백원>
전화 02)749-0036
홈페이지 www.mountain21.co.kr

박근도(서울 상계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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