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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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⑧
  • 승인 2004.10.2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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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화돼야 관리·신뢰회복 가능
한약업계 구조조정 필요하다


□ 한약시장 규모와 구조② □

우리나라 유기농 제품의 선두주자 격이고, 신뢰를 얻고 있던 ‘풀무원’이 녹즙을 생산하면서 유기농으로 재배되지 않은 채소도 사용한 것으로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

■ 유기농산물 시장의 미래

이번 사건으로 유기·친환경농산물 시장은 잠시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성장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개방으로 국내 농산물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이들 친환경·유기 농산물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와 관리를 더욱 강화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음식물은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산지와 직거래를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구매하는 계층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시중에서 제품을 생산한 업체를 믿고 구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업체의 규모나 인지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중소기업이 아무리 기술력이 좋고, 우수한 제품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업체의 규모가 어느 정도 도달했을 때라야 품질관리도 가능하다. 경쟁 시장에서 규모가 작을 경우 가격경쟁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시피 하다. 그러나 규모가 작을수록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 높다.

■ 물러설 곳 없는 기성 한약문화

한의계에서는 “일제 강점시절 한의학을 말살한 의·약 관련 법령이 아직도 의료·약사법 안에 남아 있어 한의학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학은 제도적 모순 속에서도 소멸하지 않고 발전하고 있다. 한의대는 수재들이 모이는 곳이 됐고, 한의사는 일반인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군의 하나가 됐다.

이러한 상황이 오기까지는 한의사들만의 노력이 아닌 사회의 냉대와 무시 속에서도 묵묵히 한약을 관리하고, 지켜왔던 사람들의 노고가 숨어 있다.
하지만 이제 구조가 바뀌어야할 때가 왔다.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아 비료나 농약보다는 농산물의 생산량에 집중했던 시대가 지난 것과 같은 이치다. 시장변화에 따라오지 못하는 업자들은 이제 시장의 뒤편으로 물러설 차례인 것이다.

한약 업계는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음식물은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사회가 발전하는 만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전진할 뿐이지만 한방의료를 중심으로 한 한약문화는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양약, 식품 등 다른 문화가 한약을 흡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존의 한약문화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따라서 한약문화가 유지하고 발전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누가 한약문화를 지켜왔던가에 관계없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 온 것이다.

■ 대책 없는 한약 업계

최근 부쩍 문제가 되고 있는 한약재 오염은 어제오늘 새로 생겨난 일이 아니다. 다만 이제까지 방치됐던 것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을 뿐이다.
문제가 거듭되자 정부는 최근 규격품 실명제와 사용 의무화 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시장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울 제기동에서 소규모 한 약업사를 운영하고 K씨는 “현재도 업소를 유지하기 힘든데 원료의약품이라는 이유로 규정을 바꿔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것은 불법을 저지르라는 말과 같다”며 “단속돼도 어쩔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업체가 지명도나 브랜드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문을 닫으면 그만 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무 대책과는 반대로 소비자의 요구는 나날이 높아만 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한약재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안전성(잔류농약·중금속·표백제 등)이었다면, 앞으로는 여기에 유효성(지표물질·약리성분)과 또 다른 차원의 안전성이 더해질 것이다.

인삼에서 나온 사포닌이 인삼의 약리성분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약물과 비교할 수 있는 물질로 인정된 이상 중점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성분이 모자란 약재가 시중에 유통되다 적발되면 “함량 미달의 약재를 환자에게 투약했다”며 한의계는 또 된서리를 맞게 될 것이다.

문제가 반복될수록 대중들은 기성 제약회사 등에서 출시된 건강식품에 더 호감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한약재와 관련한 상품이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의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 당연히 한방의료기관의 한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는 한방의료기관의 한약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세한 한약재 시장이 결국 한의학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한약시장이 살아남아야만 한방의료를 중심으로 한 한약 문화가 유지·발전 할 수 있다.
그 길은 한약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돼야 하며, 이는 구호가 아닌 실제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영세한 현 한약 시장의 구조 속에서는 요원할 뿐이다.
따라서 이제는 업계 스스로 구조조정에 임해야할 때이다.
스스로를 브랜드화하고 관리할 수 있는 규모가 되면 자연히 한약재는 바로 설 수밖에 없다.

그 때 한약문화를 이끌고 있는 모두는 하나가 되어 당당히 소비자 앞에 한약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업계 스스로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지원해야 할 것이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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