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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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⑥
  • 승인 2004.10.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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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손해만 보는 한약산업
低價 선호를 빌미로 수익 저버린 꼴

□ 한약 산업의 성적표 □

“한약질서를 바로잡는데 이번 연구가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현재와 같이 흐트러진 상태에서는 서로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12일 서울 불광동 질병관리본부에서 있었던 ‘제3차 독성물질 국가관리사업 국제 심포지엄’에서 독성간염의 주원인이 한약 및 한약재라고 제기해 무리를 빚었던 한림대 김동준 교수가 한 말이다. 한약재 관리과정의 문제가 독성간염의 원인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면 한의사나 환자 서로가 손해라는 지적이다.
모든 한약에 간 독성이 있는 것처럼 비추어지게 만들어 연구 목적 자체에 의심이 나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현재의 부실한 한약재 관리는 한의사에게나 국민 모두에게 손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손해 보는 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

■ 줄어드는 한약관련 업계

하나의 산업이 이윤을 창출해 내지 못하고 손실을 보고 있다면 그 산업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이윤을 내 버티고 있더라도 그리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다.
특히, 같은 소재를 놓고 다른 형태의 산업이 등장해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일 경우 기존 사업자는 많은 갈등을 거듭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업 형태를 쉽게 바꾸기 어려울 경우 기존 사업자는 과거를 그리워할 뿐이다.

한방의료기관에 공급되는 한약과 관련한 국내 산업을 보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본지가 한의사협회 회원명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제기동에 주소를 두고 한의원에 근무하는 한의사 수는 135명으로 10년 사이에 64%나 줄어들었다. 약국도 마찬가지다. 관리 한의사나 면허 대여 약사수가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집 주변에 한의원이 많이 생겨 일부러 제기동까지 갈 필요가 없을 수도 있으나 한의사 수에 비해 답보상태인 한약재 수입량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즉, 늘어나는 한의사 수만큼 한약 수요도 따라서 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한약의 상징적 주요시장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제기동에서 한약재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 수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약업사의 절반 이상은 한약재 도·소매업을 목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지 않다. 또 유통업 본래의 기능을 하고 있는 업소도 몇 곳 되지 않는 한의원을 대상으로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형태로 영세하기 그지없다.

■ 새로운 산업에 도전 받는 업계

한약관련 시장은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한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부정적일 수 있다.
과거 십전대보탕 재료를 한데 모아 파는 것도 불만이었는데 이제는 아예 상품으로 시중에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약재를 원료로 만든 건강식품들이 무더기로 등장해 한약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지만 전체 의약품 시장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건강기능식품도 한약관련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한약과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것을 모두 악재로 판단하고 있다. 한의사들은 전업을 생각할 수 없지만 한약재 유통관련 업체 종사자들은 전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웰빙 열풍이 불고, 자연 친화적인 산업이 급성장하자 한의계는 한의약산업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시장은 변하지 않았다.

■ 늘어야 할 한약 수요, 그러나…

한약과 관련된 산업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존 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같은 소재를 놓고 등장한 새로운 산업 형태와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면 기존의 산업형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약은 기성품으로 대치할 수 없는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사람마다 차이가 나고 같은 질병이라도 형태나 정도가 달라 약도 달라진다. 따라서 한약과 관련한 산업은 한방의료기관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식품이 됐든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이 됐든 대중들이 한약으로 인식할 수 있는 제품이 늘어났다는 것은 한약의 호응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당연히 한방의료기관의 한약 수요도 늘어났어야 한다.
그러나 거꾸로 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이제까지 한약과 관련된 산업이 손해나는 형태로 영업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좋은 한약재는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약은 시중에 흔하지 않다. 한의사는 여기서 큰 손해를 봤다. 치료 효율이 높았으면 당연히 환자가 많이 왔을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환자도 손해다. 병을 더 빨리, 쉽게 치료할 수 있었는데도 비용만 더 들이고 오래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다.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양질의 약재를 정성 들여 키우고, 수확과 동시에 세척하고 양건하는 등 노력을 조금만 더했으면 가격을 훨씬 높게 받을 수 있었는데도 그렇지 못해 손해를 본 것이다.

제조업자도 조금만 더 한약재를 양질의 제품으로 제조했으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 손해를 입은 것이다. 수입업자나 도·소매업자들도 손해를 보았다. 동일한 수준의 유통마진이라도 전체 유통물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이득이 더 많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가격이 싸야 잘 팔린다는 이유로 모두가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의료기관에 수급되는 한약과 관련된 모든 업체들이 손해를 보고있는 상태에서 과연 그 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약문화는 모든 관련 업계가 최대한의 이익 났을 때 양질의 꽃을 피울 수 있으며 서로가 도와줄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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