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변해야산다⑧ - 한의사의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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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변해야산다⑧ - 한의사의 길을 가자
  • 승인 2004.09.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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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깨어 있어야 한의학이 산다
국민과 소통 이뤄내 웰빙시대 주도를
접근방법 우수, 대중 설명력 보완 시급
진료의 질 개선에 한의사 역량 집중해야

연재순서
① 프롤로그 - 왜 변해야 하는가?
②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자
③ 회무를 전문화하자
④ 지도자와 회원의 역할
⑤ 정보를 소통시키자
⑥ 한 가지라도 매듭을 짓자
⑦ 다양성 있는 한의계를 만들자
⑧ 한의사의 길을 가자


■ 주류의학의 위치 정상화돼야

한의학적으로 의료인의 이상적 업무는 ‘병을 치료하기 전에 미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병은 아무리 치료해봐야 원래의 자신의 자연적인 몸을 원상태로 회복시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의사는 병이 발생한 다음에 찾아온 환자를 치료하는 일에 종사한다. 未病을 치료하는 것 자체가 의료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여서 그런지 治未病은 이론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더라도 병이 이미 발생한 경우 한의사는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게 하는 데에 중점을 두어 치료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의학적 접근은 단연 돋보이는 치료법으로, 한국의료계에서 중심적인 의료가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한·중·일 동아시아 3국 중에서도 독특한 의학사적 위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정통서양의학과 견주어서도 손색없는 의료라 하겠다.

허담 원장(대구 태을양생한의원)은 한국한의학의 우수성을 이렇게 평가한다. “중국은 방대한 양의 자료와 약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약재의 가공과 제형 개발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장점은 동북아 3개국 중 우리나라 한의사가 임상에서 가장 다양한 방법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지 480호 10면, 11면 집중인터뷰 참조)

■ 한의학 위기 고착화되는가?

이런 다양한 치료법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한의학은 우리사회의 주류의학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한의학적 방법이 중심에 서고 서양의학적 수술요법이 보조적 위치를 점해야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근대이후 한의학은 주류의학의 자리에서 밀려나는가 하면 한의학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

근대 100년동안의 한의학사는 주류의학에서 밀려나는 역사이자, 한의학을 고사시키려는 집단들에 맞서 한의학을 수호해온 역사였다. 자연 한의학은 국가와 사회의 지지를 잃은 채 단지 국민적 정서에 의존하여 한의학을 보존해왔다. 한의학의 존재가치를 드높이기 위해서 서양의학적 방법론을 접목하거나, 혹은 서양과학의 성과를 이용해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의학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대체의학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한의학의 외연을 끊임없이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취약한 한의사관련 법·제도는 한의학을 늘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의료인이건 비의료인이건 한의학의 치료수단을 너도나도 도용·원용해 전통적인 한의사의 영역이 위축된 반면 한의사는 첨단과학의 산물인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해 정확한 진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전통적인 의료영역의 구분이 희석되면서 서양의사와 약사는 한의학의 주요 치료수단인 침과 정신요법, 약 등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데 한의사는 의료법과 약사법,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에 가로막혀 의료인으로서 기본적인 기능을 제약받고 있다.

이런 제약을 받는 사이 한의학은 비과학으로 매도되고, 국민들로부터 부정확한 진단과 치료의학이라는 평가를 받아 이용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에 비해 한의계의 문제의식과 상황돌파력은 현저히 감소한 상태다. 한마디로 한의학의 위기는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고착화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 그래도 길은 있다

어느 학문이나 부침은 있게 마련이다. 서양의학이 발전한 것도 200여년이 채 되지 않았다. 다만 방법론적으로 우월하다고 인정되었을 뿐이다. 넓게 보고, 생각을 달리해서 접근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다. 일례로 웰빙을 들 수 있다. 웰빙은 삶의 질을 말한다. 의료에 있어 삶의 질은 治未病을 말한다. 또 치료를 하더라도 인체에 부작용을 낳지 않고 치료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의학만큼 좋은 웰빙상품은 없는 셈이다. 다만 한의학은 웰빙에 맞는 의학이지만 환자의 요구에 맞는 방법론 개발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가령, 침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한다거나, 제형을 변화시키는 일, 한약재를 위생적으로 생산·관리하는 일 등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진단과 치료의 효과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제도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므로 제도에 얽매이기보다 진료의 질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제도 그 자체도 진료능력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보면 진료 못지 않게 중요하다.

특히 한의사와 한의사, 한의사와 국민, 그리고 두 집단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는 정부, 국회, 언론, 시민단체와의 대화는 중요하다. 한의학이라는 내용과 법·제도라는 형식 사이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소통’의 문제를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공공의료에서 한의학의 역할을 강화하는 일도 국민과 한의사를 소통시키는 중요한 매개라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 개별 자각 없이는 집단 변화 없다

한의학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실행하는 한의계 스스로의 변화는 무엇보다 시급하고도 시급한 과제다. 한의학의 생산주체는 한의사이기 때문이다. 정책도 한의계가 먼저 초벌정책을 만들어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의계 스스로 과제를 설정해서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야 한다.

지도자는 이런 일을 주도해나가는 사람이다. 집단의 요구를 정확히 분석해서 과제를 만들고, 실행해나가는 총설계사가 리더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세부실행과정에서 해당분야의 전문가의 도움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한의협, 한의학회, 한의대, 한방병원 등의 조직은 지도자와 전문가의 양성방법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의계를 구성하는 한의사 한사람 한사람이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개 한의사가 변화의 열망에 불타올라야 소속 조직이 변화할 수 있는 것이지, 가만히 있어서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가 없으면 발전이 없고, 학문도 쇠퇴한다. 정체는 곧 퇴보라는 게 만고불변의 진리다. 한의계는 학문의 수호 차원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변화의 단초를 찾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끝>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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