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변해야산다⑦ - 다양성 있는 한의계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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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변해야산다⑦ - 다양성 있는 한의계를 만들자
  • 승인 2004.09.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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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다양성 없이는 학문 발전 없다

연재순서
① 프롤로그 - 왜 변해야 하는가?
②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자
③ 회무를 전문화하자
④ 지도자와 회원의 역할
⑤ 정보를 소통시키자
⑥ 한 가지라도 매듭을 짓자
⑦ 다양성 있는 한의계를 만들자
⑧ 한의사의 길을 가자

일반적으로 동식물에서 유전자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개체는 소멸의 길을 걷게 된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문명과 교류한 민족의 문화는 발전을 거듭한 반면 교류가 드물었던 민족은 발전이 정체되면서 급기야는 민족의 소멸로 이어졌다.

한국문화가 발전한 것도 따지고 보면 외국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그러나 18세기이래 국가의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외세에 짓밟힌 것은 외래문명을 능동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다양성의 중요성은 한의계라고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의계내에서 살아숨쉴 때 한의계가 활력있게 돌아감은 물론이다.

■ 인적 다양성 떨어진다

그러나 한의계는 양의·약계에 비해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도 아니고, 구성원의 분포가 다양한 것도 아니다. 나아가서는 한의사와 비한의사간의 교류와 결합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다.
구조적으로 한의계의 다양성이 협소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한방의료기관은 대체로 원장 한 사람에 간호조무인력 1, 2명이 결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주변 업종도 취약해 한의사를 받쳐주지 못한다. 한의사 주변에는 약업사나 건재상, 의료기상사, 인테리어회사, 출판사, 한의원소모품을 공급하는 업체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규모나 업종의 다양성 측면에서 지극히 협소하다. 한방병원이라고 해서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규모만 약간 클 뿐 기능적으로 한의원과 차이가 크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수많은 직종이 포진해 있는 병원조직과 대비된다.

교육과 연구 분야로 눈을 옮겨도 마찬가지다. 규모만으로 따지면 전국의 한의대 교수인력을 다 합쳐도 서울대의대 한 곳에도 미치지 못한다.
개원가와 병원의 진단·치료기술이 대동소이하여 한방병원 대 한의원, 한의원 대 한의원이 차별화되지 못해 한의사 인력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구조를 고착화시킨다.

■ 사회적 영향력 갈수록 퇴조

사회적으로 진출가능한 영역이 좁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의대를 나오면 한의원을 개원하거나 병원수련의가 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런 가운데 해외로 진출해서 개원도 하고, 서양의학의 연구방법론을 공부하는 사람, 일간지 기자가 된 사람,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사람, 공무원이 된 사람, 그리고 극소수이기는 하나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한의대생도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한의학연구원 등과 같은 연구기관에 연구원으로 이전해가는 한의사도 보인다. 그런가하면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의료기기나 한약제제 개발에 관심을 쏟는 한의사가 확산되는 추세에 있어 고무적이다.
한의계 구성이 점차 다양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한의계의 구성은 단일성, 혹은 단순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일한 한의사와 협소한 주변 직종으로 인해 한의학의 영역은 전통적 영역에 머물도록 강제된다.
구성원의 단일성은 또한 준거집단의 부족을 낳았다. ‘다른 동료한의사도 저렇게 살아가는데 뭘’ 하는 의식이 만연했다. 이는 곧 외부의 변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해내지 못함으로써 내부의 변화를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했다.

변화에 무감각한 한의계는 그 대가를 혹독히 치러야 했다. 주변 의료환경은 끊임없이 변해가는데도 한의사는 한의원에서 첩약에 매몰되어 변화의 시기를 놓쳤다.
첩약의존도가 그렇게 높아도 한의계내에는 한약재의 생산을 지도하는 전문가, 유통전문가, 독성전문가, 경영전문가, 제도전문가, 홍보전문가 양성에는 등한히 했다.

정치권, 행정부, 국가연구기관, 시민·사회단체와의 유대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학계의 기초연구자료도 부족해서 추적 60분이 방영돼 한의계를 마구 두들겨도 반론하나 제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는 사이 한의계의 사회적 영향력은 갈수록 퇴조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서적 우위라도 점했지만 객관적 근거와 데이터로 승부하는 지금은 정서적 영향력을 대신할만한 모티브가 없다.

■ 나 홀로 한의사 탈피를

다양한 인재의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능력있는 전문가들이 모여들 기전을 창출하는 것이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한의학 연구펀드 유치에 힘쓰고 한의학 연구자들이 각종 연구기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런 목적을 위해 한의협 회장은 한방병원협회장, 한의대학장협의회장, 대한한의학회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등 소위 한의계의 빅4와 의미있는 대화채널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한의사의 활동영역을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의사 1인당 1개 이상의 시민사회단체에 가입하기 운동 사례도 있듯이 한의사의 사회적 활동력을 한의원 밖으로 넓혀야 할 것이다.

셋째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변화하는 시대를 읽고 시대인과 함께 숨쉬려면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철학적, 역사적, 사회학적 안목이 요구된다. 나 홀로 한의사만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지위도 유지할 수 없다. 네트워크화된 관계속에서 나를 보는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유전자의 단순성은 종을 소멸로 이끈다. 한의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연속되는 위기 이면에는 한의계 구성의 단순성이 자리잡고 있다. 웰빙시대 한의학의 중심체인 한의계는 내부 구성의 다양화를 통해 한의학 발전을 꾀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료의 한 축으로 국민앞에 다가서야 할 것이다.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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