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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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②
  • 승인 2004.08.2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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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갖춘 한약 시장을 만들자
소비자 선택권, 살아있는 문화 조건
시장의 변화만이 생산의 개선 유도

한약 문제는 어디서부터가 약이고, 농산물인지를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것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관리에 문제가 생기고, 어떠한 잣대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현행법에 의할 경우 한약재는 재배되는 단계에서는 농산물, 한약제조업소나 도·소매 업소에서 취급될 때부터 원료의약품에 해당된다.
가장 중요한 원료물질의 생산부분에서는 의약적 목적이 있든 없든 특정한 관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만들어진 제품이 정부에서 정해 놓은 규격에 맞으면 된다.

■ 사회적 분위기 미흡

한의계는 한약은 약이므로 생산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관리해 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의약품임이 분명한 이상 약으로 관리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한의계가 진심으로 이러한 관리를 바라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다. 원료의약품으로 철저하게 관리됐을 때 추가되는 비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약재는 사실상 농산물 수준에서 제조·관리되고 있으나 이름만 의약품인 지경에 이르렀고 정부나 업계 서로 모르는 척 방관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질은 무시한 채 외형만 가꾼 결과다.
한 근에 몇 백원 차이만 나도 판매되지 않는 현 한약재시장이 한약재를 원료의약품으로 관리할 준비가 돼 있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획일적인 공정을 통해 나오는 공산품이 아닌 이상 품질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고, 가격에도 차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관리도 부족한 현 한약재 시장에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한 품질의 물건만이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경직돼 있는 한약 문화

국산 한약재를 채취 시 물로 세척을 할 것을 고집했던 한 업체가 있었다. 생산지에서 물로 세척해 건조할 경우 농약 문제는 거의 사라진다.
농약이 잔류할 수 있으나 한약규격집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항에는 저촉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말이다. 이 업체 사장은 환·산제로 만들 때는 물론 첩약으로 만들어 다렸을 때도 차이가 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었다.

그러나 이 업체는 3년 간 이러한 방식으로 영업을 하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다.
“감량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또 아무리 조심해서 캐낸다고 해도 상처가 나기 마련입니다. 이 상처는 그냥 건조하면 문제가 없지만 세척해서 건조하면 색이 변합니다. 저질품 대접을 받게 되는 거죠. 또 산등성이에서 약재를 세척할 수 있는 곳까지 옮기고 세척하는 것도 문제고 비용도 만만치 않죠.”이 업체 사장의 말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감량이 많았던 것이지만 시장에서 이를 인정해 주지 않았던 것에 이 사장은 아직도 아쉬워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이러다 보니 국내 한약재 재배는 차별화 되고 우수한 약을 생산하려는 노력보다는 시장에서 유통되기 편안한, 비슷한 것의 재배로 굳어졌다.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시장 구도는 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모든 한약문화가 경직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 다양성 존재해야

최고의 품질이 있으면 떨어지는 것도 존재해야 한다.
의약품이니 최상품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한약의 특성이나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
다양성을 갖춰 시장에서 선택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고 변화의 원동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모두가 동일한 가격 위주의 시장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거피하지 않고 양건한 작약과 거피해 화건한 작약이 시장에 동시에 나와 다른 가격으로 판매돼야 한다. 한약시장에 다양성이 존재하고,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돼야 된다.

시장이 바뀌었을 때 생산 현장도 바뀌기 마련이다. 한약재 제조업 및 도매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의 요구가 없을 경우 생산에서의 변화란 있을 수 없다”라고 잘라 말한다. 또 시장은 소비자가 주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한약재 문제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한 관계자에게 “정부차원에서 한약재를 기초부터 관리하고 육성할 수는 없는가”라고 질문을 했다.
그러나 그 관계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한약재의 기준을 정하고 기준에 맞는 제품만이 유통되도록 감시하는 것 뿐”이라는 것이었다.

정부의 한약에 대한 정책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한의약육성정책은 기존의 한약문화를 발전시키겠다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한약재는 재배 및 유통·제조에 GAP, GSP, GMP제도를 도입하게 될 것이다. 이는 중국·유럽 등이 한약재나 약용작물에 동일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어 이들 국가로부터 우리나라의 한약제제가 인정을 받기 위한 기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한약재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근본 처방은 될 수 있으나 현재 한약이 갖고 있는 문제를 전면적으로 바꿀 수 있는 돌파구는 아니다.
따라서 이제까지 한약문화를 만들어 왔던 사람부터 한약 문화를 바꾸어 나가야 하고, 이는 한약을 다양화시켜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계속>

이제민 기자

본 연재는 한의학의 중요 치료수단인 한약이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한약에 대한 문제점, 개선돼야 할 사항, 한약에 대한 제보나 의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자 제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mj@mjmedi.com 또는 02)826-6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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