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변해야산다⑥ - 한 가지라도 매듭을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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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변해야산다⑥ - 한 가지라도 매듭을 짓자
  • 승인 2004.08.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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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사건은 백서 남겨 매듭 짓자
아직도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 식 회무 일관

□ 연재순서 □
① 프롤로그 - 왜 변해야 하는가?
②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자
③ 회무를 전문화하자
④ 지도자와 회원의 역할
⑤ 정보를 소통시키자
⑥ 한 가지라도 매듭을 짓자
⑦ 다양성 있는 한의계를 만들자
⑧ 한의사의 길을 가자


■ 침과 한약, 중요한데…

한의학에서 침과 한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한방의료기관 경영실태조사 및 경영효율화방안 연구’에 따르면 하루평균 환자수는 27명, 건강보험환자가 24명으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고, 첩약만을 지어가는 환자는 평균 1명으로 나타났다.

한의원 수입구조 측면에서 보면 급여행위만을 하는 경우의 환자 1인당 평균진료비는 1만 1,287원임에 비해 첩약의 평균단가는 18만 625원으로 1인의 첩약환자는 16명의 보험환자 수입과 비슷했다.
순수첩약을 지어간 환자를 뺀 침, 뜸, 부항 환자는 26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결국 한방의료기관의 환자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목은 첩약과 침, 뜸, 부항임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유사한방의료행위나 불법한방의료행위도 여기에 집중된다. 침은 침구사법 제정 문제로 표출되고, 최근에는 양의사가 근육자극요법으로 IMS를 사용하는 데 이르고 있다.

한약은 양약사의 한약과 한약제제의 취급, 양의사의 한약제제 처방으로 직능간의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한약재 유통상의 문제로 일선한의사는 엄청난 고초를 겪는다. 저질 수입약재의 유입, 중금속 오염, 국산약재의 고갈 등으로 질 좋은 약재를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들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한약재 문제는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은 채 언론의 표적이 되어 주기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다.
심지어는 한약재 유통상의 문제는 한의계의 약점이 되어 정부 내지 의약계와의 긴장이 조성될 때 압박수단으로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상대단체들은 한의계의 부정적인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놓고 기회만 노리고 있는 듯이 보일 정도이다. 그만큼 한약이 한의계의 이익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 관련 학회도 묵묵부답

침과 한약은 타 직능의 한의계 견제수단이기 이전에 넘어 한의사에게 없어서는 안될 핵심적 치료수단이라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한의계는 평상시 차분하게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사건이 터지면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언론에 보도되기에 앞서 편파적 또는 잘못된 내용으로 보도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일단 보도되면 반박하고 정정시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텐데 관련 자료에 대한 데이터는 물론이고 한의학 논문과 임상적 근거에 입각한 자료가 없다. 자료가 있다해도 신속하게 정보를 수집하지 못한다.

하다 못해 한의사통신망인 AKOM에 회원들이 올린 자료만 잘 정리해도 충분한 답변이 될텐데도 그런 안목으로 자료를 만들고 홍보하는 전문가가 없어 자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상대단체는 자신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당일로 인터넷신문에 실리고, 다음날이면 일간신문에 실릴 정도로 기민하게 대응한다. 자신의 직능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문제조차도 물귀신작전으로 한의계를 물고들어간다.
가령 방풍에 발암물질이 있다거나 감기약으로 사용되는 마황의 에페드린 성분이 위험하다는 등의 주장으로 마치 한약재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듯이 여론을 불러일으킨다.

엉뚱하게 피해를 본 한의계는 즉각 대응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하다 심각한 이미지 손상을 입는다.
빗발치는 여론의 질타를 받은 한의계단체가 뒤늦게 반박문을 발표하지만 상황이 이미 종료되어가는 시점이어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분과학회도 묵묵부답이다. 학문적으로 어떻다는 정보제공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 같다.

■ 有耶無耶로 끝나는 특위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한의계는 비상대책위원회나 특별대책기구를 만들어서 대응한다. 그러나 이들 기구는 상황이 종료되면 유야무야 된다.
이들 기구가 종합보고서를 만들었다는 기록도 없다.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기구이기에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사건의 앞 뒤 전말과 해결방안이 보고되지 않고, 설사 있어도 비공개 회의로 진행되고, 회의 결과 보도자료로 배포되지 않아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정책적 근거 마련은 감사지적사항에서도 끊임없이 지적된 사항인데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회장도, 이사도 임기가 끝나면 그만이다. 고작 책임을 묻는 것은 직원밖에 없다.
비상한 사태에 직면해서 기구 구성과 활동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결과 한의계 사건은 매듭이 되지 않은 채 늘 반복되는 사건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 하나라도 매듭을 짓자

한의계의 사건은 거의 모든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30~40년 반복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물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한의학에 무지한 사회여론과 싸워 다소나마 인식을 바꿨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의계가 입은 피해와 들어간 자원에 비해 성과는 미미했다.

한의계는 사건을 전후로 하여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일부 자료를 축적했지만 정작 한의계가 중심이 된 초벌정책 생산에는 게을리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의계가 작성한 초벌정책은 1990년경 서울시한의사회가 작성한 한방의료정책백서가 유일하며, 그 이후의 정책은 이 백서에 주석을 단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의계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올 것이 왔다’거나 ‘지금 준비하고 있으니 잘될 것이다’ 혹은 ‘정부탓’이라는 등의 레토릭으로 자신의 정책적 게으름을 치환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수사가 통하지 않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스스로 정책생산에 매진해서 그때그때 사건을 매듭짓는 방향으로 회무를 조직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기록부터 남기자.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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