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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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①
  • 승인 2004.08.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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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맥, 정부·업계·한의계 모두가 공범”
최대의 피해자는 국민, 버림받을 수도…

한의학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한약이 한의계의 아킬레스건이 되어 버렸다. 어느 부분의 잘못이 원인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한약을 이제는 바로 세워야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한약재의 생산에서 유통, 최종 소비단계까지 제시될 수 있는 문제점을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 ‘한방’ 열풍 속 한약은 ‘시들’

‘한방’을 소재로 다양한 제품들이 줄 이어 나오고 있다. 오염된 환경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현대인을 대상으로 자연을 연상시킬 수 있는 ‘한방’이라는 소재를 넣지 않고는 영업을 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한방’ 열풍과는 거꾸로 한방의료기관의 한약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일부 한의사는 아예 한약(첩약)을 포기하고 침 등 다른 한방치료와 보험약만을 취급하고 있다.

“한 달에 두 세명 있을까 말까한 첩약 환자를 위해 많은 한약재를 구입해 놓아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습니다. 별로 크지 않은 한의원에 약재실과 탕전실을 두는 것도 마땅치 않아 첩약을 취급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랬더니 인력관리나 공간 활용 등 더 효율적이었습니다. 약은 보험약과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한약제제 그리고 식품형태로 나와 있는 한약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조제해 투약하고 있습니다. 툭하면 한약재 문제가 터져 나오고 저도 의심 가는 부분이 있는 데 이 방법이 더 합리하지 않을까요?”

한의원에서 한약(첩약)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한 한의사의 말이다. 경영측면도 있지만 한약재에 대한 불신도 첩약을 투약하지 않게 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렇게 첩약을 포기하는 한의사보다는 “정부에서 쓰라는 규격품 쓰고 있는 데 이 한약재에서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정부를 원망하며 한약에 애착을 가진 한의사가 아직은 대다수다.

■ 무의식에 병들어 가는 한약

한국한의학연구원 검사사업팀 김호경 박사는 “한약을 검사해 본 결과 농약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금속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연구원의 이러한 연구결과와는 달리 오염이 심각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모 한의사는 자신이 구입한 GC(크로마토그라피)를 이용해 잔류농약 검사를 해 본 결과 대다수 한약재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부 약재에서는 사용금지 된지 수십년이 지난 DDT 성분까지 나오는 등 대다수의 국산 한약재에서 허용 기준을 초과하는 잔류농약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부터 그가 실험한 한약재 종류는 140여종에 이른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 여부를 떠나 다른 농산물에 비해 검사기준이 현격하게 낮은 한약재 검사기준에서 일부에서라도 이같은 사실이 나왔다는 게 더 중요하다.

과일이나 채소 등 작물은 식품공전에 의해 검출돼서는 안될 농약 기준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한약재는 식약청 고시에 의해 유기염소계 농약 BHC(α, β, γ, δ), DDT, Aldrin, Dieldrin, Endrin과 중금속, 표백제 검사를 하는 것이 고작인 상황이다.
이러한 농약 성분의 경우 산지에서 출하기에 제대로 세척만 했어도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의 연구 결과다. 산지에서 세척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실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 만신창이 된 한약재

한약재는 의약품이지만 재배단계에서는 의약품으로 인정되지 않아 아무런 재배기준 없이 방치돼 있다. 물건만 생산해 팔면 그만일 뿐이다.
과거 냉장기술이 떨어졌을 때 한약재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 연탄 훈증이나 鹽藏했었다.
이것이 현재까지 관행으로 남아 있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운송과정에서의 부패나 병·해충을 막기 위해 화학약품이 뿌려지기도 한다.
유통기한도 없다. 제조, 도·소매업자가 봉투만 다시 만들어 담으면 그만이다. 방향성이거나 부패우려가 높아 별도의 용기가 필요해도 제한은 없다. 그저 규격봉투에 담으면 그만이다.

가격이 조금만 비싸도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유통업자들의 관심은 오직 가격에만 있다.
한의약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정부도 정작 한약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다. 한약재 관리는 유럽이나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에도 훨씬 뒤떨어져 있다. 또 정부도, 제약사도 한약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정부는 건강보험으로 생색만 내면 그만이고, 제약사는 정해진 가격에 맞춰 보험약을 생산해 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약재에 대한 정보도 빈약하다. 대학에서 배웠던 지식수준으로는 약재를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 한의사는 약재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품질을 구분해 내려는데 둔해졌다. 그래서 관행에 따라 한약재를 구입하고 투약할 뿐이다.

이렇듯 제도를 마련하고 집행해야 될 정부의 방관, 대충 팔면 그만인 제조·유통업계, 무관심한 한의계가 동시에 이루어 놓은 것이 한약의 현주소이다. 모두가 개선할 수 있는 사항인데도 정작 관계자들은 현 상태에서의 이득만 취하고 뒷짐을 지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가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지만 최종 소비자인 국민이 최대의 피해자고, 이같은 행태가 지속될 때 언젠가는 이들에게 버림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계속>

이제민 기자

본 연재는 한의학의 중요 치료수단인 한약이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한약에 대한 문제점, 개선돼야 할 사항, 한약에 대한 제보나 의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자 제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mj@mjmedi.com 또는 02)826-6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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