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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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 승인 2004.08.1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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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유물 분석으로 본 문화재의 의미

전에 이 난을 통하여 소개한 적이 있는 ‘궁궐의 우리나무’의 저자가 이번에 나무의 세포 형태를 연구하는 목재조직학의 전공을 살린 책을 펴냈다. 저자는 일찍부터 나무문화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일에 매진해 왔는데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무령왕릉 관재, 고선박재, 주요 사찰의 건축재, 주요 출토유물의 목질 등의 재질 분석에 관여하여 왔다.

나무가 자란 환경을 그대로 저장하고 있지만 아직 그 정보를 일부만 알고 있는 나이테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이테는 곧 그 나무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나무는 강원도 정선의 주목으로 나이가 1400살이나 된단다.

역사가 묻은 나무이야기는 죽간에서 시작한다. 인류문화는 기록으로 시작하고 그 여명은 글자쓰기 나무판인 죽간과 목간으로 시작되고 인쇄를 위한 목판을 거쳐 나무활자로 이어진다. 아울러 우리문화재에 사용된 많은 나무유물을 분석하여 그 의미를 찾아본다. 그 예로 백제 무령왕릉의 관재는 일본 남부지방에서만 자라는 금송임을 밝혔다.

또 해인사의 팔만대장경판을 분석한 결과 자작나무로 제작했다는 전설과는 달리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보는 산벚나무와 돌배나무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아울러 경판을 조사한 결과 그 많은 경판을 흠집하나 없이 강화에서 옮겼다기보다는 해인사 주위에서 제작했다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도 자주 처방되는 향기가 나는 나무인 침향, 정향, 안식향, 유향, 백단향, 자단향 등에 대해서도 학문적 근거와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또한 고려시대 말에 유행한 향나무를 땅속에 묻는 매향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해설을 하고 있다.

건축에 쓰인 나무중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 해인사 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법보전 건물의 기둥은 모두 느티나무를 건축재로 썼다. 느티나무의 사용처는 생활가구에서부터 건축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는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자원이 부족해지면서 소나무로 바뀌게 된다. 조선왕조는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폈으나 수요에 비해 공급량은 늘 부족했으며 일제를 거치며 모진 수탈을 감내해야 했다. 그나마 금강소나무로 불리는 강송이 남아 있는 곳은 경북의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일대, 봉화군 춘양면과 소천면 일대다.

고전에 등장하는 나무들과 종교와 인연을 맺은 나무들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수록하고 있으며, 추사 김정희의 명작 ‘세한도’에 등장하는 네 그루의 나무가 실경을 바탕으로 했다면 늙은 소나무 한 그루와 세 그루의 곰솔이라고 추정하는데 그 역사와 자연과학적인 접근법이 아주 재미있다.

종류가 같은 두 나무의 가지가 하나로 붙은 것을 연리지(連理枝)라 하는데 이 희귀한 현상이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사랑을 상징하는 것으로 그려져 많은 고전 문학작품에 등장한다고 한다.

우리의 중요한 문화유산인 궁궐, 사찰, 왕릉, 서원, 사당 등의 유적지에 심어진 나무들을 살펴본 결과 분위기에 맞지 않는 거수들이 있거나 외국수종들이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특히 일본원산의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고 한다. 적어도 이러한 문화유적지만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우리 나무로 만드는데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값 1만3천9백원>

박 근 도 (서울 상계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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