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변해야산다④ - 지도자와 회원의 역할
상태바
[창간특집] 변해야산다④ - 지도자와 회원의 역할
  • 승인 2004.07.30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지도자와 회원 모두 바뀌어야 산다
정서적 호소와 항변, 이젠 안 통해
협회장선거, 능력 검증 거쳐야

□ 연재순서 □
① 프롤로그 - 왜 변해야 하는가?
②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자
③ 회무를 전문화하자
④ 지도자와 회원의 역할
⑤ 다양성 있는 한의계를 만들자
⑥ 한의사의 길을 가자

■ 뜨거운 가슴만 있으면 된다?

많은 한의사들이 자신의 미래를 매우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존 한의사의 진료영역은 인접 의약인과 유사의료업자, 그리고 무면허자에 이르기까지 만연한 불법한방의료행위로 인해 심각하게 침식된 데다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내지 못해 설땅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한약분쟁을 거치면서 고취됐던 자부심이 근래 들어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것도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의료영역뿐만 아니라 한의사의 진료환경, 정책환경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한의계 단체의 운영방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전통적인 한의협 회무는 양방의약계가 쳐놓은 판에 끼어들어가는, 소위 제도권 진입이 목표였다.
이런 목표를 달성한 방법으로 한의계는 형평의 원칙을 내세우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방법을 동원하곤 했다. ‘한의학은 우수한 데 국가가, 공무원이 안해준다’고 떼를 쓰면 어느 정도 통했다. 이른바 정서적 접근법이다.

한약분쟁도 이런 국민적 정서에 부응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방법이 통하는 한 한의계는 정책대안을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전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의약단체가 만들어놓은 장에 편승하면 되는데 굳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할 필요가 없었다. 이 정도 목표만 달성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회원관리도 이 정도 선에서 이루어진 감이 있다. 소외된 한의학의 현실에 항변하는 것만으로도 성실한 회원으로 인정을 받았다. 애협심 있는 사람이 한의협 일을 했다. 기획과 정책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다지 대접을 받지 못한 것도 현실이었다. 뜨거운 가슴을 가지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래도 안되면 회무에 관심이 없는 회원에게 책임을 돌리면 그만이었다. 회원은 ‘내가 뭘 알겠어’, ‘알아서 잘 하겠지’ 라고 자신을 낮추면서 중앙회의 결정에 군소리 없이 따랐다.
단체간에는 대화와 협력보다 중앙회 중심으로 줄 세우는 게 능력의 상징처럼 보였다.

■ 형식화된 단체장선거

일이 단순하고, 왠만한 실수는 회원이 애협심으로 감싸주다 보니 단체장이 되는 길도 수월했다. 회장 후보는 사전에 정지작업을 거쳐 내정되고, 선거는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정책과 정견, 공약이 없는 회장을 선출한다. 후보의 철저한 검증이라는 선거의 취지는 이렇게 무력화된다.
회원앞에서 혹독하게 검증받지 못한 회장이 정치력을 갖기 어렵다. 쉽게 뽑힌 회장이 대외적으로 대접받을 리도 없다.

그런데도 단체장의 권한은 막강하여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기 일쑤다. 그저 회장 1인에게 예산과 조직이 집중된다. 의사결정도 일사불란하다. 견제다운 견제도 없다. 정관상의 견제장치도 작동하지 않는다. 단체장에게 권한이라도 많이 줘야 일할 맛이 나지 않겠느냐는 배려에서다. 일을 시키는 회원의 입장에서는 오로지 개인의 보업을 접어두고 자신들을 대신해서 헌신하는 단체장에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러는 사이 회원들은 회원들대로 지친다. ‘마음에 들지는 않고, 그렇다고 바꿔봤자 또 그런 사람이 될텐데…’ 하는 자포자기 심정에서 선거나 회무 참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습성이 고착화됐다.

과거에는 한번 바꿔보자고 용기라도 냈지만 지금은 덩치가 커져 바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나서자니 겁만 난다. 머뭇거리는 사이 개인적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도 어디에 호소도 못한다. 소속단체와 단체장을 감시하지 못했던 불찰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수밖에 없다.

■ 달라진 정부, 달라진 한의사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과거와 달리 정부도, 사회도 한의계를 더이상 동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는 기득권층의 입장을 대변했다면 민주화가 진전된 요즘 시대는 국민의 관점에서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삶의 질, 균형, 인권, 화해, 협력, 참여 등을 내세우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한의사도 달라졌다. 무조건 제식구를 감싼다고 일 잘한다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진단과 치료를 행할 때 ‘한의학적’이라는 막연한 주장으로 넘어갔지만 이제는 근거를 내놓아야 수긍한다. 근거가 없으면 한의사부터 문제를 제기한다.

모 한의사는 “막연한 주장이나 정서적 주장, 나아가서는 정치적 주장은 일시적으로 힘을 받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회원을 보호하는 게 아니다”면서 “이제는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적 주장을 펴야 한다”고 호소한다.

■ 단체장의 역할도 바뀌어야

이런 점에서 한의단체 운영도 회장 캐릭터 하나에 의존한 운영에서 탈피하여 회원중심, 조직(시스템)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단체장의 일도 거시적으로 재조정돼야 한다고 말한다. 단체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책을 세일즈 하는 일이 단체장의 주요한 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장에 변화된 역할을 기대하기 이전에 선거제도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직선제는 아니더라도 명실상부한 입후보제를 통해 정책대결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능력이 검증되고 지도력이 함양되기 때문이다.
회무의 잘못을 국가책임론이나 회원책임론으로 돌리기는 쉽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어떠한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이제는 발상을 바꿀 때가 됐다. 모든 잘못도 스스로 책임질 때가 됐다. 회무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단체장의 생각도 바뀌고 이들을 뽑는 회원도 생각이 확 달라져야 한다. 그러기 전에는 한의계에 희망은 없다. <계속>

김승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