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10] 浦上奇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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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10] 浦上奇聞
  • 승인 2004.07.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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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둥글고 이치는 하나다

지난 호(石山人別錄)에 이어 石谷 李圭晙(1855~1923)의 논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이 책은 『浦上奇聞』과 담겨져 있는 내용은 대동소이하나 어찌 된 이유인지 序跋이 빠져있다.『포상기문』에는 중국인 張麟年이 쓴 浦上奇聞序와 達城 崔海潤의 발문이 1918년 작성된 기록이 있어 발행 시기를 짐작할 수 있다. 또 본문 제목 아래에는 ‘朝鮮延日 李圭晙’이라고 저자가 밝혀져 있어 중국 땅에서 발행 되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본문 가운데 地球五證辨에는 지구가 둥글다는 다섯 가지 증거가 실려 있는데 몇 가지를 살펴보면 첫째, 영국에서 배를 타고 서쪽으로 가면 미국에 다다르며 일본, 상해, 인도를 거쳐 계속 서쪽으로 가면 다시 영국해에 도달하게 된다. 만약, 지구가 편평하다면 반드시 뱃머리를 되돌려야만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바다 위의 높은 곳에 올라가 커다란 망원경으로 출항하는 배와 귀항하는 배를 바라보면, 항구로 돌아오는 배는 먼저 돛대가 보인 뒤에 선체가 보이고, 떠나가는 배는 먼저 선체가 사라지고 난 후에 돛대가 보이지 않게 된다. 만약 지구가 편평하다면 똑 같이 보이거나 똑 같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 중략 ……다섯째, 月食(月蝕)은 바로 지구의 그림자가 가린 것인데, 월식할 때 가려진 그림자가 둥근 것을 보면 지구의 몸체가 둥글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하였다.

西人地球說辨에서는 “癸未년 가을에 새로 설치된 「漢城旬報」에 淸나라 사람이 飜譯한 洋書가 실려 있는데, 대략 예전 사람들은 지구가 자전하는 이치(地球運轉之理)를 몰라서 ……”라고 하여 지전설이 일반상식화 되었음을 볼 수 있다.
또 五洋五洲辨을 보면 요즘의 5대양, 6대주와는 다소 구분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5대양은 大東洋, 大西洋, 印度洋, 南氷洋, 北氷洋이고 5대주는 亞細亞洲, 歐羅巴洲, 亞弗利加洲, 澳大利亞洲, 亞米利加洲로 되어 있다.

또 1909년(己酉) 4월 여름에 지은 地球問答에는 보건위생에 관한 논설이 보인다. 글 가운데 聖人의 德業을 논한 부분이 있는데, 당시 新學(서양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좁은 소매와 통치마(窄袖筒裙), 그리고 머리털을 깍고 정수리를 드러내는 것(치髮露頂)이 위생에 유익하다고 주장하였다. 孔孟은 단지 있는 그대로 검소한 것만 가르쳤지 청결하고 깔끔하게 단장하는 것이 위생과 公益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모른다. 이른바 상투 틀고 구식 복장(束髮垂帶)을 하는 관습 때문에 국력이 쇠약해지고 부패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고 공박하였다.

이에 대해 저자의 논변은 다음과 같다. 청결하면 더러운 벌레가 생기지 않고 병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요즘 도시 사람들은 벽에 회칠을 하고 방바닥에 기름을 바르는 반면 산골사람들은 토방에 풀 자리를 깔고 잔다. 그런데도 도시사람들은 병이 많고 일찍 죽는데, 산골사람들은 병이 적고 오래 사는 경우가 많다. 서양인들이 다만 형체만을 보고 형체가 드러나지 않는 것을 모르는 까닭에 음양의 도리와 死生의 이치를 전혀 깨치지 못한 것이다. 오직 현미경으로 물과 공기를 들여다보면 이리저리 떠다니는 먼지 속에 작은 벌레를 보게 되고 이것들이 더러운 물건에서 생겨나서 구멍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와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청결이 위생의 요점이라는 핑계로 호화롭게 꾸미고 사치를 일삼게 되었다. 이것은 달빛 아래 그림자를 보고 놀라 도망치거나 잔속의 뱀을 의심해서 병이 생기는 것과 같다. 현미경(幻鏡)으로 미물을 들여다보면 작은 것이 크게 보이고 보이지 않던 것도 드러나 보이는데 그 무엇이 실체인지를 반문하고 나서 달그림자가 도둑이 아니고 잔속의 뱀이 뱀의 실체가 아닌 것처럼 걱정할 것이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너무 세밀한 것에 집착하다 전체의 균형을 깨트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경고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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