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한방의료기관의 한약을 살리자(上)
상태바
[조명] 한방의료기관의 한약을 살리자(上)
  • 승인 2004.07.09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의료기관 증가 반해 수요는 감소
한의약 붐 속 수요감소는 경쟁력 상실 의미


1991년 한방병원 42곳, 한의원 3,729곳이던 한방의료기관이 03년 말 현재 한방병원 152곳, 한의원 8,699곳으로 늘었다.
12년만에 한방병원은 3.6배, 한의원은 2.3배로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인구는 10.7%가 늘었다.
한방의료기관의 높은 증가율은 한방의료가 그만큼 국민들에게 친숙해 졌고, 의료서비스를 받기도 쉬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방의료의 주요 치료수단인 한약의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방의료기관 수는 늘어나고 있는 데 한약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방의료에서 한약이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감소할 경우 93년 한약분쟁이나 최근 쟁점으로 벌어진 약대 6년제 개편을 둘러싼 논쟁들은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방의료기관에서의 한약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 한약재 수입량 매년 감소

최근 10년간 한약재의 수입동향을 살펴보면 95년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표 참조>
이 통계는 한방의료기관의 한약재 수요를 그대로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한약을 취급하고 있는 약국의 수요는 제외하더라도 국산한약재도 있고, 식품원료로 수입해 의료기관에 유통되는 물량, 보따리 상이 가지고 들어오는 물량 등이 빠져 있어 실제 규모는 이보다 크다.

중요한 것은 물량의 크기보다 수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97년에 IMF 파동으로 98년에 수입량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IMF가 하반기에 터져 수입해 놓은 한약재가 상당량 존재했을 것인데도 전년도에 비해 수입량이 1만4천톤 가량 줄어든 97년도 수입실적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95년보다 약 2만7천톤 감소한 99년부터 계속해 2천, 4천, 9천, 5천5백톤씩 수입물량이 감소했다. 2003년 한약재 수입량은 1997년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한약 수요 감소는 첩약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의 급여 형태에서도 나타난다.
2000년도 전체 한방요약급여에서 투약이 차지하는 비율이 7.45%이었으나 2003년도에는 4.24%로 떨어졌다.
수요감소 불황 탓만 아니다

한약재 물량이 제자리여도 한방의료기관 수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수요는 줄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물량이 감소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지속적인 경기불황이 수입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것을 경기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의료서비스를 업으로 하는 전문인과 기관이 늘어나고 있는데 특정 서비스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면 고객들이 이 서비스에 대해 만족을 느끼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는 물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선택할 매우 냉정하다. 자신이 지불한 비용에 비해 제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적은 비용으로도 이와 유사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 때 즉시 선택을 바꾼다. 잠시 그동안 해왔던 관습이나 정에 이끌려 과거의 서비스를 선택할 수는 있어도 이는 오래가지 않는다.

한방의료기관에서 보험약 투약이 줄고 있는 주요 원인은 한의사가 보험약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방의료기관의 한약 수요 감소도 이와 동일한 이유가 아닐까 우려되는 바가 크다.

■ 한약 포기할 수 없다

합성 약의 부작용과 한의학의 우수성이 언론 매체를 통해 연일 보도돼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한약의 수요가 줄었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한약 대신 다른 방법 즉, 건강식품류 등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이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기업은 경쟁력을 상실한 부분에 대해 앞으로의 전망 등을 분석해 보고 불투명하다고 판단될 때 제품의 취급을 포기하고 다른 부분에 투자한다.
그러나 한의학의 경우 한약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면 한약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원인을 찾아내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서양의학에 대한 한계가 점점 드러나고 이를 대처할 수 있는 자연의학,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한의약 산업을 육성하겠다 공언하고 있고, 한약재를 이용한 식품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를 한의계가 활용해 한약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한방의료기관의 한약을 기성품과 차별화 하지 못할 경우 한방의료기관은 한약에 대한 권위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계속>

이제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