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09] 石山人別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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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09] 石山人別錄
  • 승인 2004.07.0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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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舊東西 넘나든 學者名醫

『석산인별록』이란 책 이름만 들어서는 다소 낯설다는 느낌과 함께 담겨진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근세 전통 의학사상과 서양 과학문명이 접점을 이루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서적이다.

이 책은 다름 아닌 扶陽學說을 주창하여 구한말 전통의학의 새 지평을 마련한 李圭晙(1855~1923)이 서구에서 도입된 천문지리설을 논평한 논설집이라 할 수 있다.
이규준은 호가 石谷, 자가 叔玄으로 경북 영일군 동해면 임곡리에서 출생하였다. 어려서부터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문을 닦을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스스로 큰 뜻을 품고 학문에 몰두하여 성리학을 연구하더니 마침내 심오한 경지에 이르러 經史로부터 諸子百家에 이르기까지 두루 통달하게 되었다. 말년에는 저술에 힘쓰니, 당대의 巨儒로 공인되어 많은 제자를 길러 내었다. 특히 공론과 가식을 싫어하고 실행과 진실을 좋아했으며, 서양의 실학에 관한 漢譯書를 수입하여 탐독함으로써 형이하학적 학문까지 식견을 넓혔다.

말년에는 의학서인 『醫鑑重磨』(1923년, 전3권)를 발표하여 의학연구에 전념하였는데, 元의 朱震亨(1281~1358)이 주장한 滋陰降火法을 배척하고, 扶陽論을 제창하면서 溫熱劑에 속하는 인삼·부자를 애용하였다. 젊었을 때는 유학자로서 經史子集에 능하여 『六經注』(毛詩, 尙書, 周易, 春秋, 周禮, 儀禮, 전26책)를 편찬하였으며, 경학서로 『經髓』, 『典禮』, 『論語』, 『孝經』, 『唐宋古詩』 등을 다듬고 정리하였다. 그 밖에도 당파의 시비를 논한 『石谷心書』(1책)와 산술을 논한 『九章要訣』(1책)이 있으며, 『石谷散稿』(2책), 『新敎術世文』(1책)을 발표하였다.

필자는 이미 오래 전에 석곡의학의 기본서가 되는 『素問大要』(70회/동의가 풀어낸 ‘黃帝內經’의 奧旨 - 2001. 05. 21일자)와 『醫鑑重磨』(154회/갈아 만든 東醫寶書 - 2003. 04. 28일자)를 소개한 바 있고, 石谷 內經解釋學의 요체가 담겨져 있는 『素問句讀俗解』(71회/소문대요의 자매편, 石谷 內經學 - 2001. 05. 28일자)를 이 자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안내해 드린 바 있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은 겉표지에는 『石山人別錄』이라는 서명이 붙어있으나 본문에는 ‘浦上奇聞’이라고 되어 있어 아마도 이것이 원서명으로 보인다. 편찬자는 물론 간행시기, 간행지가 밝혀져 있지 않다. 서구 천문법을 논술한 『포상기문』이 중국 上海에서 출판되었다고 하나 이 등사본이 바로 그것인지 상해판을 다시 등사한 것인지 발행 경위가 분명치 않다.

본문은 1909년에 작성한 ‘與嶠南敎育會員朴晶東李根中等’으로 시작하는 건의문으로부터 西人地球說辨, 五洋五洲辨, 地球五證辨, 地球問答, 時事新論圖略 등의 논설이 있고, 各國幅員英方里, 各國人數圖, 各國識字人, 自北京至各省里數日期圖, 自英京至各國里數日期, 自上海至各處里數, 五洲全圖, 十二月日전(전)及中星圖, 蓋天略圖 등 자연지리에 관한 부대지식이 소개되어 있다.

또 말미에는 日전說, 海潮說, 讀西史, 日人德富猪一郞遊支錄 등 적지 않은 논설이 뒤따르고 있어 신지식에 대한 그의 지적호기심을 엿볼 수 있다.
본문 가운데서는 圭晙白, 石山子曰, 石山人, 山人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어 저자가 자신을 石谷, 石山子, 石山人등으로 바꾸어 지칭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 글 가운데 漢城旬報나 每日申報에 게재된 기사가 인용되어 있어 그가 초창기 신문을 통해 서구의 신지식을 흡수하고 비판적 논점에서 수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면 관계상 다하지 못한, 이 책에 실린 서양 천문지리학설의 내용 중 재미있는 몇 가지 실례와 석곡의 대표적 의학관을 엿볼 수 있는 문구 몇 가지는 다음주에 이어 소개하기로 하자.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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