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네트워크 한의원 대안이 될 수 있나(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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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네트워크 한의원 대안이 될 수 있나(4·끝)
  • 승인 2004.06.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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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수요 확대 때만 가치 인정
동일환자 선점식 운영은 내부 갈등만
경영·임상정보 공유로 한의학 발전 모색

얼마 전 한의계 인사들이 모여 한의계 내부 문제로 떠오른 ‘오렌지’, ‘함소아’ 등 네트워크 혹은 프랜차이즈 한의원에 대한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일선 한의사들의 반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가진 토론이라 섣불리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하기 어려운 자리였다. 그러나 “어떠한 것이든 순기능과 역기능은 공존하기 마련이며, 이것을 어떻게 조율해 한의학의 발전으로 이끄느냐가 관건”이라는 신광호 한의외치제형학회장의 말로 결론이 지어졌다.

■ 경쟁에서 살아 남기

의원급 의료기관도 점점 대형화되고 있고 공동개원도 늘고 있다. 의료기관이 포화에 이른 상태에서 다른 의료기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네트워크 의료기관도 낯선 것이 아니게 됐다.

공동개원과 네트워크는 오늘날 의료환경을 잘 나타내 준다. 과거보다 풍족한 생활 수준과 다양한 대중매체를 통한 의료정보는 의료기관에 좀더 나은 의료기술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앞으로 더 강도 높게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흥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 공동 개원을 통한 대형화나 네트워크 의료기관의 구축이다. 의료인이 그룹을 형성해 의료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혼자서 의료기관을 설립해 자리를 잡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더 쉽고 효율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그룹을 져서 의료시장에 진출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문제는 어떻게 뭉칠 것이냐 이다.

■ 양방과 경쟁해야

한방의료계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경쟁상대를 같은 한방의료기관에 국한시키려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다.
또 침이나 한약 등 한방의료행위를 양방에서 활용하는데는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양방의료와 관련된 것을 한의학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는데는 더딘 편이다. 고작 일부 진단기기 수준이다. 니들 텐스 등 한방의료의 양방 사용에 대한 불만도 불만만 나타내는 수준이지 이렇다할 대응책은 내놓고 있지 못하다.

가장 중요한 질병의 치료 부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의학의 우수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이를 밖으로 표출하는 데는 극히 무디다. 그러다 보니 양방을 경쟁상대로 보기보다는 정해진 한방 수요를 놓고 한방의료기관간끼리 경쟁을 벌이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양방은 이와 다르다. 건강보험급여 중 한방은 5%도 차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양방은 한방의 성장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함소아한의원’의 ‘소아’라는 명칭사용을 문제삼고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아나 소아에 대한 한방 수요는 돌 무렵 녹용이 들어간 한약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합성약의 부작용에 대한 인식 확대와 한의학의 유용성, 여기에 소아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한의원의 활동이 어우러져 소아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 소외된 치료 영역으로…

네트워크 한의원이 한의학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소외 돼 왔던 질병의 치료 영역이나 대상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
양방으로는 완치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각종 질병, 그러나 양방에 갈 수밖에 없는 환자들을 한방의료기관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 전립선, 갑상선, 색맹, 당뇨 등 난치성 질환에 대해 한의학은 양방에 비해 우수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이 치료기술을 한의계가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전문화하고, 대중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새로운 한방의료수요의 창출이며, 네트워크 한의원이 가야 할 길이다.

이러한 노력은 등한시한 체 홍보에만 매달려 고객을 모으는 식의 네트워크 운영이 한의계에 가져다 줄 것은 한방의료기관간의 과당경쟁과 한의학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뿐이다.

또 이러한 광고로 어느 정도 경영 수지는 맞출 수 있다고 하더라도 네트워크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홍보 효과나 약재 구입 등 한의원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줄이는 것 이외에는 기대할 게 없기 때문이고 한의계 내부 갈등만 불러올 것이다.

■ 공유하는 네트워크

프랜차이즈는 중앙의 결정에 가맹점들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상호와 로고는 물론 실내 장식에서 종업원의 복장까지 통일한다. 또 고객에 제공하는 물품도 중앙에서 통제한다.

의료기관 네트워크 중 일부는 이러한 형식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중앙에서 의료기술을 수련하고 같은 진료 패턴을 갖는다. 일부는 지부 형식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pay doctor를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좋든 나쁘든 치료방법이 정형화 돼 있지 않은 한방의료기관에 이러한 형식의 네트워크 운영이 얼마나 효율적일지는 의문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톱다운식의 네트워크는 한방의료기관의 효율적 운영방식이 확립돼 있지 않고, 한의학의 특성이 한의사 개인이 환자를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는 한의학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또 자신이 개발한 약을 공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가입한 한의원의 경영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한의학의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시작단계에 있는 한방의료기관 네트워크는 의사결정에서 운영까지 모든 가입자가 동의하는 구조로 움직일 때 한의계의 발전을 담보 할 수 있다. 또 네트워크를 통해 경영은 물론 임상이 공유되고 연구될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끝>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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