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6년제 합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 노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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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6년제 합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 노정일
  • 승인 2004.06.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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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시나리오
노 정 일 ( 경북 안동시 보건소·공중보건한의사 )

04. 6. 한의협, 약협 복지부 6년제 전격합의, 약사의 한약취급제한 조율. 한약조제나 한약제재에 대한 몇 가지 약사법 개정안 논의, 어설픈 개정안 몇 개 도출. 약계는 어차피 논의 안되어도 그만.

04. 7. 의협 반대투쟁, 의권투쟁 재기, 한의사 상대 무면허 의료행위 고발 급증. 복지위에서 약사법 개정안 무더기 폐기, 개악법 상정. 한의대생 무기한 수업거부 돌입. 의협 약협 합의안 도출-일반의약품목 조율.

04. 11. 약계 6년제 및 약사법 개악법 연말 무더기 상정 및 통과. 한의대생 유급불사 찬반 투표 가결.

05. 3. 한의대생 대량유급사태 발생. 게임 셋….

어차피 의협은 일반의약품목 조율만 하면 그다지 손해보는 게임이 없다. 더구나 의사들은 상당수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일반의약품목 증가가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결국 의사들은 현시점에서 굳이 불확실한 진료권 싸움이 아니라, 적당한 의약품 배분과 의료일원화를 통해 약협과 손잡고 나가도 된다. 솔직히 일선 의사들에게 물어봐도 투쟁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향후 10년 내에 어차피 일원화 기틀을 잡아가게 되면서, 한의사는 한약사와 6년제 약사에게 분명히 한약조제권을 넘기게 된다. 아마 그 사이에 몇몇 떡고물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건기식으로 장사꾼 노릇도 좀 할 수 있을 것이고, 한약제제 우선권도 다소간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한의계의 장사 속에 매달려 결국 향후 10년내에 한의사는 유명무실한 직종이 될 것이다. 이는 과장된 사태도 아니고 누구나 뻔하게 생각하고 있던 내용들이다.
의사 약사들은 절대 단일사안으로 투쟁하는 무지한 집단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92년 당시 의견조율을 했고, 그 불똥이 93년 한약분쟁으로 촉발된 것일 뿐이다.

그러나 한의사들은 늘 그 불똥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뛰다가 결국 아사하게 되었다.
10년전에 의료일원화 계획을 몰랐던 사람이 있는가. 10년전에 의약분업을 몰랐던 사람이 있는가. 10년전에 통합약사 의혹을 몰랐던 사람이 있는가.

의약계가 큰 틀에서 하나씩 쟁취해 갈 때, 한의계는 시한부 인생을 연명하고 있었을 뿐이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투쟁을 하지 않은 게 분한 게 아니다. 이걸 몰라서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다. 다만 힘이 없어서 질질 끌려왔을 뿐인데, 이런 상황에서 아직 사태파악 조차 못하는 집행부와 그 추종자들이 답답할 뿐이다.

아마 그들 상당수는 약대 6년제가 되든 뭐가 되든 먹고 살만할 수 있을 것이다.
양·한방 협진에 특화사업에 건기식에….
잘못된 걸 잘못된 것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집행부의 퇴진을 바랄 뿐이다. 그리고 투쟁을 하려면 협회, 학생을 아우를 수 있는 진정한 투쟁세대들로 교체하기 바란다.
아니면 모두 잠자코 하던 일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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