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에 산을 얻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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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산을 얻었으니
  • 승인 2004.06.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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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안목으로 인생을 다듬어주는 취미

일주일만에 다시 찾은 삼각산(북한산), 녹음은 더욱 짙어져 검푸르게 변하고 바위는 더욱 대조되어 하얗게 빛난다. 백운봉(대)에 오르면 사방이 훤하고 능선의 흐름이 멈추고 이어지는 곳에 우뚝 선 봉우리들이 장려함을 자랑한다. 또한 능선을 따라 성곽이 이어져 있는 산성을 보면 역사의 무게감도 느껴진다.

이 책은 이렇듯 장엄한 삼각산을 13년 동안 1,200여회나 오르며 깍아 세운 암릉에서 죽음에 떨며 느낀 감동과 깨달은 바를 육필로 적은 글이다. 바위를 오르고 절벽을 가로지르며 느끼는 심성의 변화와 그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궁구한 내용이 책의 곳곳에 절벽의 소나무나 계곡물이 찬찬히 쉬다 가는 소와 같이, 혹은 알 수 없는 느낌의 암벽과 같은 글들로 수놓아져 있다.

역사적 고증을 통하여 일제가 붙인 북한산은 삼각산으로 되돌려야 하며 여러 봉우리의 이름이 잘못 표기되고 있는데 국립공원으로 제정하고서도 제 이름을 찾지 못함을 안타까워한다. 반드시 최고봉인 백운봉과 더불어 제 이름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 문수봉은 칠성봉으로, 어느 기록에서도 찾을 수 없는 위문은 백운봉암문으로, 상원봉은 가사봉으로, 청수동암문은 가사당암문으로, 가사당암문은 국녕사암문으로 고쳐야하는 등 여러 문헌을 통하여 고증하고 있으니 빠른 시간에 제 이름으로 불려지기를 기대하며 삼각산, 백운봉을 마음으로 불러본다.

책 속에는 저자의 마음을 울리는 글만 아니라 저자가 직접 찍은 많은 사진과 스케치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빼어남이 전문작가에 뒤지지 않는다. 부록에 삼각산 등반코스와 길잡이, 등반 용어 해설이 실려 있다. 코스의 길이는 저자가 직접 측정한 것이고, 오르는 방법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저자의 글 일부를 소개하며 내 마음속의 산을 생각해 본다.

바위에 힘들게 핀 양지꽃을 보며 ‘생각해 보면 힘들다거나 못살겠다는 것은 결코 여러 가지가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한두 가지 어려움을 풀어내지 못하는 자기 부실에서 못 살겠다 한다. 반면에 잘사는 것도 여러 가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한두 가지만 적절해도 잘 살 수 있다. 떠들어도 우리는 이 풀꽃보다 지혜롭지 못하여 욕심에 끌려 다니다가 그 부피에 치여죽겠다느니 하는 것이다’라고 하며 우리의 의지와 성취의 고통과 인내를 일러준다.

험한 바윗길 절벽에 뿌리내린 나무를 지나며 ‘하나를 배우면 여러 곳에 응용되듯이 배움은 결코 한 세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생활은 배우는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고, 배울수록 더 높은 지식을 갈구하게 되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우리는 배우기 위하여 태어났기에 다른 삶들이 이루어놓은 환경을 지나갈 때면 그 삶을 수용하려 하여야 시간에 얽힌 여러 환경을 제대로 익힌 여행자가 된다’는 구절은 심신을 정화시키는 취미가 지식보다 높은 안목으로 인생을 다듬어 주는 수양이 됨을 알려 주는 듯 하다.

박 근 도 (서울 노원구 상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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