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언론외면 받은 한의협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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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언론외면 받은 한의협 여론조사
  • 승인 2004.06.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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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이 낸 회비를 갖고 운영되는 단체에서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기관에 큰돈을 들여가며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첫째는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운 전략과 전술이 여론에 부응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변화된 정세에 맞게 전술을 세우거나 수정하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의 정책이 여론을 무시하고, 자신들에게도 불리한 방향으로 추진될 때 여론을 일으켜 방향을 수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반대로 정부 정책이 바르다고 평가되지만 거대한 물리적 힘을 지닌 집단의 반발로 실행이 불투명할 때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단체가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해야하고, 목적에 부합하는 설문 문항을 제작하는 전문성도 필요하다.

설문조사 목적이 여론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러한 여론조사가 왜 필요한지 동기가 분명해야 한다.
동기가 불분명하거나 설문 결과가 의미하는 것이 사회적인 반향이 없을 때 언론의 외면을 받고 설문은 효용가치를 잃는다.

얼마 전 한의협과 사)우리한약재되살리기운동본부는 한국 갤럽에 한약재의 관리 실태를 묻는 여론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 내용은 △한약재의 관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한방의약품 엄격 관리 등의 정도 △한방의약품 관리 단계 △한방의약품 관리 주체 △국산·중국산 한약재 효능 평가 등 5가지다.

결론은 너무 상식적인 수준.
현재 관리는 엉망이고, 같은 품종의 식물이라도 농산물보다 한약재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수준에 그쳤다. 또 재배·채취단계부터 의약품으로 관리해야할 필요가 높다는 수준이었다. 전자의 것은 일반적 상식에 불과하고 후자는 복지부와 농림부가 한약재 관리단계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다만 한의약육성법의 한약재 인증을 둘러싸고 농림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 계기는 될 수 있다.

이번 한의협의 여론조사에 대한 보도 요청은 모 경제신문을 제외한 중앙일간지 모두에게 외면을 받았다. 언론이 외면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조사결과가 보도할 만한 가치가 없었거나 조사내용이나 방법상 신뢰도가 부족했거나 아니면 보도의 타이밍이 부적합했다는 뜻일 것이다. 다시 말해 목적의식이 부족한데다 문항개발부터 실패했다는 말이다.

그나마 이 내용을 의약계에 알릴 수 있는 전문지에서조차 한의협의 기관지를 제외하고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다. 조사내용도 문제지만 일간지에 내보낸 보도자료를 전문지에는 배포조차 하지 않은 것은 한의협이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행정상의 실수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의협의 홍보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되새겨준 ‘사건’이라 하겠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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