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한의대 논의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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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한의대 논의 빨라진다
  • 승인 2004.06.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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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출연硏 등 2곳 연구용역 신청
한의학 미래 좌우, 내부적 설치모델 필요

정부는 3번에 걸쳐 ‘국립대 한의대 설치방안 연구’ 용역사업 공모를 마감하고 연구기관 선정 심의에 들어가는 등 등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한의계도 서서히 논의 수준을 높여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한의협은 국립대 한의대 설치추진 특별위원회 위원장에 김중호 부회장을 임명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김중호 위원장은 아직 위원회 구성이 이루어지지 않아 구체적인 국립대 한의대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지만 몇 가지 개략적인 방향을 예시해 이목을 끌었다.
우선 한의협은 신설되는 국립대가 서울대에 설립돼야 한다고 못을 박기보다 포괄적으로 국립대에 한의대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것이 서울대에 설치되면 좋지만 현재로서는 서울대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출한 ‘보건의료 인력의 입학정원 정책방향’이란 공문에서 ‘국립대학교 1곳에 한의학과 설치가 필요하다’면서도 ‘서울대와 같은 유수한 국립대학교에 한의학과를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듯이 서울대 한의대 설치를 원칙으로 하되 기본적 입장은 국립대 한의대 설치라는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런 기본방향에 따라 한의협은 국립대 한의대 설치의 기준의 대략적인 윤곽을 그려나가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설치를 희망하는 대학에 의대와 부속병원이 설치돼 있어야 한다는 게 한의협의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다. 소속 대학 교수와의 협조 내지 공감대 형성도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거론됐다.

김중호 위원장은 “순수 학문을 발전시키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게 국립대 한의대 설치의 대전제”라면서 “한의협의 목표는 충분한 여건과 마인드를 가진 대학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협은 국립대 한의대 설치 모델을 찾기 위해 일단은 보건복지부 용역사업과는 별개로 한의대를 희망하는 국립대의 의견을 청취하는 작업에 착수하고 지난달 24일 첫 번째로 K국립대 총장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K대 총장이 “한의대 유치에 대단한 의지를 보이면서, 공정한 경쟁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의대 유치를 희망하는 국립대는 이 대학 말고도 C대, J대 등이 있고, 사립대를 합쳐 7개대 정도로 확인되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공모한 ‘국립대 한의학과 설치기준 및 육성방안’ 연구용역과제에 대학 1곳과 복지부 산하연구기관에서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이번주부터 심사에 착수해서 다음주까지는 연구자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한의협은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한의협이 나서서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다만 연구용역이 효과를 발휘해 실제 한의학과 설치로 이어지는 단계에서는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교과과목이나 교수의 배분 등 학사운영의 측면에서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균형있게 발전해야지, 그렇지 않고 한의학이 서양의학의 종속적 학문으로 매김된다면 (국립대 한의대 설치를) 안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일선한의사들도 한의계가 국립대 한의대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금은 국립대 한의대 설치가 필요하다는 당위적 차원을 넘어선 시점인 만큼 이제는 설립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목표, 교과과목과 내용, 교수진의 구성, 실험실습기관 등 세부적인 연구결과가 나온 뒤에는 한의계의 입장과 다르다 하더라도 바꾸기는 어려운 게 행정의 속성이므로 한의계가 대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의협은 국립대 한의대 설치모델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부의 연구용역사업의 전개과정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의학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국립대 한의대가 12번째 한의대를 설치하는 방향일지, 양방화된 한의대로 전락할지, 아니면 기존 한의대의 단점을 완전히 극복한 제대로된 한의대가 될지 여부는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사태 하나하나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는 것 같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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