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네트워크 한의원 대안이 될 수 있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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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네트워크 한의원 대안이 될 수 있나(1)
  • 승인 2004.06.0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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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출현은 현실 타개책
경영개선 활동과 의료발전 조화가 관건

1992년 예치과를 시작으로 한 네트워크 혹은 프랜차이즈 의료기관은 수적으로 일반의료기관에 비해 그리 많지 않지만 의료시장의 변화를 예고해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의계에서도 네트워크 형식의 한의원 운영은 2000년 사상체질진료와 생식유통을 매개로 한 우리한의원을 시작으로 2001년 도원아이한의원, 2002년 함소아한의원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영역이 비만, 피부, 여성 등 다각도로 확대되고 있다. <표 참조>
네트워크 한의원이 한의계에 본격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전형적인 프랜차이즈를 표방한 오렌지한의원의 등장에 의해서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네트워크 한의원까지 문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제는 네트워크 한의원이 한방의료계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 해악을 끼칠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가야 할지 정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본지에서는 한의계의 보다 폭 넓은 네트워크 한의원에 대한 논의를 돕기 위해 기획 연재를 마련한다.
연재에서는 네트워크와 프랜차이즈의료기관의 개념이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고, 프랜차이즈한의원의 경우 의료법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네트워크 한의원으로 한정했다. <편집자 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 7,243곳이던 한의원이 2001년에 7,563곳(▲340), 2002년 8,128(▲565), 2003년 8,699곳(▲571)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올해 1/4동안에도 87곳이 늘어나 현재 개원해 있는 한의원은 8,786곳으로 집계돼있다.

◆ 급속한 한의원 증가에 경기 침체까지

여기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한의사는 한의원을 계속 운영해야할지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네트워크 한의원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결국 의료기관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이 계속 악화됨에 따른 자구책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들어 닥칠지 모르는 의료시장개방이나 영리법인의 의료계진출, 사보험제도 도입 등 의료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네트워크 한의원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에서 개원하고 있는 한 한의사는 “불법인지 알면서도 과대광고를 일삼고 환자를 끌어 모으는 이들의 행동을 보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며 “이는 자기 혼자 살겠다고 전체 한의계를 죽이는 일”이라고 말해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 네트워크는 홍보 수단

의료광고가 법적으로 한정돼 있어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개원 한의사 혼자보다는 많은 자본과 수단을 지닌 네트워크 한의원의 홍보력을 개인이 감당해 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러다 보니 네트워크 한의원에 의해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고, 불만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한의원간의 차별성을 알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에 개원하고 있는 한 개원한의사는 “전문의 문제만 잘 풀렸어도 네트워크 한의원에 대한 일선 한의사들의 불만이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한의원이 내과, 침구과, 부인과 등 한결같은 내용만을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한의원의 특색을 알릴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즉, 네트워크는 홍보의 수단인 것이다.

◆ 신규 개원 한의사를 위한 장치

네트워크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네트워크 한의원은 처음으로 한의원을 개원하거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변신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한의사를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안정세에 들어가 있는 한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네마다 한의원이 다 들어서 있고 자리를 잡은 한의원이 버티고 있는 상태에서 한의사가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기관의 고급화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개인이 뚜렷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채 섣불리 개원하기가 힘든 상태에서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네트워크 한의원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사업체간의 네트워크는 경영을 기본으로 한다. 의료기관 네트워크도 이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다만 사람의 질환을 다루는 의료서비스라는 점에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를 지니고 있다. 이점은 네트워크 한의원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양방과 달리 한방은 임상에 대한 뚜렷한 모델이 제시돼 있지 않다. 네트워크 한의원은 그 틀을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0명의 한의사가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임상을 공유하고 미비한 부분을 수정할 경우 임상 수준과 한의원 경영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드는 시간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 한의원이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동체적인 성격보다는 의료를 상업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자신이 개발한 약을 단순히 의료기관에 공급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구성하거나, 내용은 따라가지 못하고 무리하게 홍보만을 내세우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문제는 의료기관의 경영을 활성화하는 것과 의료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네트워크 한의원이 풀어야할 과제이다.

이제민 기자


■ 네트워크와 프랜차이즈 의료기관의 차이점은 ■

네트워크병원 또는 프랜차이즈병원이란 현실상의 용어이지 법적 용어는 아니다.
네트워크의 사전적 의미는 방송망, 컴퓨터 통신시스템이다. 이에 반해 프랜차이즈는 상품의 유통 ·서비스 등에서 프랜차이즈(특권)를 가지는 모 기업(프랜차이저) 체인에 독립점이 참여하는 연쇄기업이다.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에 대해 일정지역 내에서의 독점적 영업권을 부여하는 대신 가맹점으로부터 로열티(특약료)를 받고 상품구성이나 점포·광고 등에 관해 직영점과 똑같이 관리하며 경영지도·판매촉진 등을 담당한다. 프랜차이즈가 처음으로 탄생한 곳은 미국이고 선두는 맥도널드이다.
한편, 최근에는 다단계 회사들이 자신의 영업방식을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IT시대에 맞추고 다단계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순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현 의료계에서는 프랜차이즈와 네트워크 병원의 차이를 중앙의 통제가능성 여부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프랜차이즈는 명확하게 영리를 목적으로 하나 네트워크는 자체 영리를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네트워크는 합의에 의해 상호 등 일부만을 공유하는 형태로 프랜차이즈로 가기 위한 초기단계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결국 둘의 차이는 복장에서 진료 스타일, 처방 등을 완벽하게 공유하고 통제하느냐의 차이점이다.
이렇게 놓고 봤을 때 함소아나 8+1CLINIC 등 한방의료기관이외에도 의료계 대표 주자격인 예치과를 비롯해 모아치과, 이지함피부과 모두 네트워크병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회원인 의료기관이 탈퇴를 해도 동일한 상호는 사용할 수 없더라도 기존과 동일한 의료행위를 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맥도널드나 KFC 같은 프랜차이즈업체는 회원사가 탈퇴를 하면 원료 공급에서 직원까지 모든 지원이 중단되므로 동일한 영업을 하기 힘들다.
또 의료법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는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프랜차이즈병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의료인이 아닌 자의 자본이 투하돼 투하자본에 대한 일정비율의 이익을 배당 받는 것은 의료법 제25조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에 의해서다.
따라서 현재 의료인이 중심이 돼 운영되고 있는 의료형태는 경영개선의 노력과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모인 의료인들의 연합체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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