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채한 박사의 American Report(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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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 채한 박사의 American Report(9)
  • 승인 2004.06.0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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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의 불노초 - ‘장수물질 발견’ 보도의 실상

작년 8월 포도주를 마시면 장수한다는 뉴스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잊혀질만 할 때마다 나오는 ‘포도주가 ○○에 좋다’는 요란한 광고와 Nature라는 외국 학술지라는 탓에 그냥 특별한 생각없이 지나치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붉은 포도주에 ‘장수 물질’>이라는 제목하에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적포도주에서 생명을 연장시키는 장수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 물질은 소식하는 사람들이 더 오래사는 것과 같은 ‘장수 효과’도 갖고 있어 의학계는 비만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생명연장 꿈이 적포도주를 통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중략> 이에 따라 연구팀은 레스베라트롤이 과다 영양분을 섭취하는 현대인에게도 유사한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추론했다. 연구팀은 올리브유 등에 함유된 케르세틴 등 다른 17가지 화학물질도 시르투인 생산을 늘린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2003년 8월 25일)”

그러나 실제로 Nature에 실려있는 논문은 제목에서부터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시르투인 활성 물질은 효모의 생존 주기를 연장시킨다(Small molecule activators of sirtuins extend Saccharomyces cerevisiae lifespan)’는 제목하의 논문(Nature; 2003;191~196)은 소식(少食)에 의한 수명 연장효과를 연구하던 Sinclair 박사 연구팀의 새로운 연구 결과입니다.

싱클레어 박사는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를 이용해 식사 제한(Calorie restriction)의 수명 연장 효과를 연구하는 호주 출신 연구자입니다.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에는 지도 교수와 동료들 모두 ‘그딴 것은 절대 전망이 없다’는 반대를 무릅써야 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하버드 대학 교수입니다.

□ Resveratrol의 새로운 기능

이 논문의 내용은 식사 제한에 의한 수명 연장 효과가 과연 어떠한 기전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 조절 물질은 무엇인가에 있습니다. 식사 제한에 의한 효과는 효모의 Sir2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Sirtuin의 활동을 조절하는 것이 이번에 새로 밝혀진 Resveratrol의 새로운 기능입니다.

이 Resveratrol은 식물에서 발견되는 Polyphenol의 하나로서, 항산화 작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 논문에서는 항산화 작용보다는 DNA의 안정성을 높임으로서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기능이 더 주요하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Resveratrol(3,5,4’- trihydroxy stilbene)에 있어서 흥미로운 점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세포배양 실험을 통해서) 낮은(<50uM) 농도에서는 세포자연사(apoptosis)와 p53 활동(암세포 억제기능)을 억제시킴으로서 손상된 세포의 자가 치료 시간을 벌어줌으로써 세포 생존율을 높이고 있지만, 높은 농도 (>50uM)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효과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Resveratrol과 같은 STACs (sirtuin 활성 물질)이 탈수, 자외선 자극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은 식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싱클레어 박사는 대표적인 식물로서 Polygonum cuspidatum(虎杖根)을 예로 들었지만, 이 외에 하수오에도 함유 되어 있으며, 박새나 여로에서도 분리되어 MAOI (Monoamine Oxidase Inhibition)의 효과를 지닌 것으로 연구되어 있습니다.

□ 호장근과 수명연장물질

호장근(이명 고장근, 음양련, 황약자)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으므로 학부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활혈거어, 간장에서의 습열제거 등의 효과가 좋아 임상에서 갑상선 질환등에 특효약으로 쓰이나, 간 독성이 있어 장복시 유의해야 합니다. 중요 약리 작용으로는 혈압강하, 혈중지질 강하, 미세순환 개선, 항암 작용, 지혈 작용 등이 있습니다.

실제 임상에 있어서는 혈어의 제증상에 활혈거어(活血祛瘀) 하는 효능으로 관절통, 부녀 경폐(經閉), 통경, 산후오로불하(惡露不下), 징가적취(징가積聚), 질타손상(跌打損傷) 등에 사용됩니다. 또한 청열이습작용으로 습열로 인한 황달, 이질, 습탁대하등의 증상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외 창양종독에 사용하거나 급만성 기관지염과 폐렴을 치료하는 지해화담의 효능이 있습니다. 임상 활용 질환으로서는 고지혈증, 간염, 만성 담낭염, 담결석, 전립선 비대, 신증후군, 용혈성 빈혈, 탕화상, 소아 폐렴, 신생아 황달 등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Nature에서 알려진 resveratrol의 약물학적 효과를 추가한다면, sirtuin 활성화, 항산화 작용, 연년익수, repetitive DNA 안정화, p53 반감기 및 작용의 저하, DNA 손상하에서의 세포 생존 연장, cardioprotection, neuroprotection, cancer suppression이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절식 혹은 금식 등과 같은 작용기전을 지닌다는 것과 소량을 사용하는 경우와 다량을 사용하는 경우 상반된 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도 빠질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모든 작용이 Resveratrol이라는 plant polyphenol을 기준으로 하였으므로, 재확인이 필요할 것입니다.

결국, 위의 언론보도는 <한약에 수명 연장 물질>이라는 제목하에 다음과 같이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한약에 생명을 연장시키는 장수물질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를 다량 함유한 호장근은 혈압 강하, 혈중 지질 강하, 우울증, 기관지 질환과 간장 질환 등에 쓰이고 있어, 의학계는 현대인의 생명 연장 꿈이 한의학을 통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중략> 이러한 연구 결과는 비만과 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하는 현대 성인병의 치료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장근은 간 독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한의사의 의학적 감독 하에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일보, 2003년 8월 25일)”

진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고 찾아 나섰던 불노초가 호장근 내지는 하수오가 아닌가 합니다. 동남동녀 3000명과 많은 보물을 실은 배들과 함께 불노초를 찾아 신선의 섬으로 떠나보낸 서불(徐佛)이, 호주인 Dr. Sinclair가 되어 돌아온 것일까요? <계속>

필 자 : 경희대 한의대 졸(한의학박사), 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클리닉 재단 통합의학센터 리서치펠로우
Email : chaeh@ccf.org
Homepage : www.chaelab.org

필자주 : 호장근과 Resveratrol에 대한 상세한 본초학, 약리학 자료는 원광대학교 김윤경 교수님(http://www.wkhanyak.net/doctor/doctor.php)께서 마련해 주셨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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