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10] 공간별 세부계획(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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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10] 공간별 세부계획(中)
  • 승인 2004.05.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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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공간 만들기

치료를 일정한 시스템으로 이해하려는 입장, 즉 치료공학에서 의료환경을 구성하는 주체를 이야기할 때 제일 중요한 측면은 환자입니다. 대개 공간계획이라고 하면 원장 중심의 의료환경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는 병원의 기능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음을 간과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치료공간 조성계획에도 오류를 낳게 합니다.

환자가 병원을 찾는 1차 목적은 질병치료에 있으며, 환자가 병원을 찾는 순간부터 치료는 시작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자신이 찾는 병원이 자신의 질병을 고쳐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심리가 일어날 때부터 이미 치료는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환자의 입장으로, 그리고 병을 치료하는 치료공간으로서 한의원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 환경치료이론에 대하여

시대마다 질병 진단과 치료에 대한 관점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질병치료가 갖는 시대적 변이성(變異性)을 환경 디자인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은 오히려 서양에서 앞서 진행돼 왔습니다. 특히 스트레스와 질병간의 관계규명으로 치료에 대해 새로운 관점이 전개됨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환경 디자인에 많은 연구와 투자가 이루어져 왔던 것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의사이자 과학자인 한스 셀리에(Hans Selye)는 스트레스에 관해서 새로운 정의를 내렸는데 스트레스는 외부(사회적 물리적 환경)의 자극이며 피로와 통증은 몸이 주위환경의 스트레스 요인에 대처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당시의 정신과 육체의 질병에 대한 새로운 개념정립이었습니다.

그의 스트레스 연구는 Robert Ader에 의해 ‘정신면역학’으로 확장 발전합니다. 정신면역학은 신체가 수행하는 방어와 적응체계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면역반응의 관점에서 중앙신경계에 대한 호르몬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룹니다.

이 이론의 요점은 정신적 방어의 실패는 질병의 발생과 연관돼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감각(眼耳鼻舌身)과 감각 능력이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관심은 암과 전염병 및 알레르기에 감정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성과를 남기게 됩니다.

이젠 서양의학에서도 정신이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의견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의 아픈 부위만을 치료하지 않고 온 몸을 다루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른바 Holistic Therapies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공격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대해 의사인 Richard Garber가 남긴 《정신감응치료(Vibrational Medicine)》는 학술적으로 그것을 납득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연구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R, Garber는 정신과 육체 및 영혼을 결합하는 치료를 거론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환경에 대한 감정적인 스트레스가 병을 일으킨다면 부정적인 감정을 배출시킬 수 있으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요즘 유행하는 예술치료·음악치료·색채치료·향기치료 등등의 대안치료를 제시합니다.

2) 병원공간이 주는 스트레스요인

건강한 치료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병원환경 가운데 무엇이 환자에게 스트레스가 되는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을 찾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병원관계자들의 언어, 치료과정의 공포, 프라이버시의 부족, 가족과 친구로부터의 고립, 직장과 병원비에 대한 걱정, 정보의 박탈 등이 있습니다. 이 연구는 서양병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그것도 내과와 외과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고할 것이 많습니다. 환자가 병원의 환경에 적응하는 문제 때문입니다.

3) 살아있는 공간구성

환자의 감각에 초점을 맞추는 인테리어디자인이 되어야 합니다. 인간은 감각을 통해 주변 환경을 경험하기 때문에 치료공간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도 정신적·심리적 안정감에 대한 고려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의원 공간이 주는 오감(五感)의 구성 요소들을 환자 입장에서 어떠한지 검토해야 합니다.

감각만이 아니라 환자의 감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감정적인 면과 질병 사이의 관계는 너무 밀접합니다. 환자의 감정을 고려한 소리(음악)와 빛깔(색채) 그리고 향(香)과 디자인소재 등을 고려하고, 특히 치료로서의 예술적인 소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간의 물리적 배치도 심리적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앞글에서 공간 구성이 갖는 효율성을 검토했지만, 공간이 갖는 물리적 배치는 단지 기능과 동선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공간과 기계의 배치는 환자에게 물리적 환경이 되어 심리적 요인으로서 영향을 미칩니다.

병원 내부의 적절한 환기와 위생시설 및 조명등이 치료효과를 높여준다고 주장하고, 이를 근대 병원에 영향을 준 대표적인 사람이 나이팅게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즘 대안교육에서도 인용하고 있는 슈타인의 인지학은 치료공간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지학을 치료이념으로 적용한 대표적인 병원이 스웨덴에 있는 Vidarkliniken입니다. 건물의 유기적 모양, 조명, 색깔, 질감, 자연경관은 치유력을 높인다고 보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힘과 같은 공통적인 조형력에 근거를 두고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치료요법은 탕욕, 마사지, 음악요법을 쓰고 조각, 회화교실을 두고 있습니다. 주로 만성질환 및 난치병을 담당합니다. 인지학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치유능력이 있고, 병이 걸리는 것은 자신의 인격도야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봅니다. 그래서 병원은 자기치유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4) 치료공간에 대한 동양학적 접근

빛과 온기 그리고 공기를 사물 구성과 해체의 중요 동력으로 보는 관점에서 치료공간을 다시 본다면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이 자리할 수 있습니다. 한옥이나 친환경적인 주거공간에 대한 연구 그리고 한의학적 이론에서 밝히고 있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연구를 결합한다면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훌륭한 치료공간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기실에 빛의 요소로 자연 채광을 주(主)로 하고 여기에 편안한 간접조명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환기를 사방으로 유도하여 먼지나 불쾌한 냄새가 없도록 하고 삼림욕을 하는 듯한 향(香)내음으로 긴장을 풀어줄 수 있으며, 바닥은 따뜻하고 위는 시원하게 하는 온기의 배치로 안온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동양적인 여백과 자연과 일치를 느낄 수 있는 예술품으로 심신을 편안하게 유도하고, 음악을 비롯한 자연의 소리를 통해 웃음이 번지는 공간을 만들 수 있고, 오행(五行)의 소재와 색조를 적소에 배치한 대기실이라면 언제라도 찾아가고 싶은 대기실이 될 것입니다. <계속>

대표집필 김 도 환
아반디자인 대표, 02)323-5592
avanboss@hanmail.net

참 여 필 자
권순정(아주대 공대 건축학부 교수)
서해진(문화출판 반인 주간)
최기호(전 마루스페이스 대표)
황보성희(홍익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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