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종희 한의정회 신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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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엄종희 한의정회 신임 회장
  • 승인 2004.05.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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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의정활동은 자료와의 싸움”

4.15 총선을 거치면서 한의정회 활동 전반에 반성의 기운이 일고 있다. 예상을 뒤엎고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것만으로도 놀라운 발전일 수 있지만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한의정회의 변신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임 한의정회 회장에 엄종희(50·인천 부평 지킴이한의원) 인천시한의사회 회장이 선임됐다.

“학생운동이 자연스럽게 시민·사회활동으로 연결되더군요. 이렇게 20년간 민주화와 환경 분야에 몸담으면서 사회를 보는 눈이 형성되었다고 봅니다. 한의사의 입장보다는 시민과 사회의 입장에서 사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런 저의 경험이 한의정회 회장 선임의 배경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치현상을 보는 눈이 예리했다. 우리 정치사의 트렌드가 10년단위로 변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므로 지금의 흐름이 10년은 간다고 보고 30대 한의사를 키워야 한다는 단기대책을 내놓는다. 10년 대책이 단기대책이라면 17대 국회에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은 초단기적 대책에 불과했다.

그러면 중·장기 대책은 뭘까? 정치를 읽는 눈과 생각을 바꾸자는 것이 대책이었다. 과거와 같이 해달라고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정책자료를 갖고 설득하는 구조로 의정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그런 발상의 하나다. 국회의원들이 ‘(한의계가 주장하는 내용이) 좋은 줄은 알겠는데 주장의 요지가 뭐냐’는 질문에 한의계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정책자료와의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엄 회장은 한의계의 전통적인 갈등해결방식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의료단체간 대립을 고발로 해결하기보다는 인류 건강 증진이라는 대의와 상생의 정신에 입각해 접근하면 충분히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국수주의 혹은 직능이기주의로 흐른 나머지 성숙한 외교전은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사건이라 할 수 있는 한약분쟁이 한의계에 어떤 성과를 가져다 주었으며, 한의약육성법이 한의계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 한번쯤 생각해보자는 질문도 던졌다.
한 마디로 길게 보자는 것이다. 그의 생각은 ‘사회는 단선으로 가지 않는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준비는 필요하다’는 말속에 집약되었다.

그러나 그가 보는 한의계는 너무 움츠려 있다. 지부장급에조차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한의계에 판을 읽는 눈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가 재임중 역점을 두는 과제는 회장을 정치적으로 보좌하는 일을 중심적으로 하되, 정치적 소양이 있는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정치학습을 시키며, 협조적 인사를 발굴하고, 정책기획위원회와 협조해 한의계의 현안을 정치의제화하는 것, 한의계 정치세력화의 중심체인 시도지부장의 논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일, 인터넷을 통한 모니터링으로 회원의 가려운 점을 찾아내 정책에 반영하는 일 등을 구상하고 있다.

4.15 총선에서 전원 낙선이라는 아픔을 딛고 한의사들이 ‘뛸 수 있는 필드’를 개척해낼 수 있을 것인지 일선 한의사의 눈길은 엄종희 한의정회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인천 =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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