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의료관리전공 개설방법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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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의료관리전공 개설방법 의견 분분
  • 승인 2004.05.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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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교실 개설론, 학과간 협동과정론 혼재

한의대내 의료관리학교실의 설치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의료관리학교실의 역할과 위상, 일정 등 논의가 활기를 띠어가고 있다. (본지 3월 22일자 11면 참조)
정책전문가의 체계적인 양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싹튼 한의계의 전문 교육기관 설립 의견은 여전히 총론적이고 담론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지만 필요성에 대한 견해는 예상외로 많아 머지 않아 그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의계의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온 관계자들은 정책전문가 양성 교육기관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의협의 관계자는 “단기·중기 계획은 있지만 ‘10년 후에는 뭘 먹고 사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시인하면서 정책전문가의 양성에 관심을 보였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가칭 ‘의료관리학교실’의 개설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그는 “교실의 설치 여부는 대학의 몫이므로 한의협이 나설 일은 아니다”고 몸을 낮췄다. 보건학을 전공한 임병묵(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씨는 “2000년 양방의약분업 파동 때 의사들이 고립됐던 주요한 이유가 의료인들이 사회구성원과 소통이 안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면서 “양의계는 그 대안으로 의료윤리학이나 의료사회학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지적, 사회학적 접근의 중요성을 뒷받침했다.

이들 인사들은 정책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실은 예방의학교실-보건학교실-의료관리학교실 순으로 설치돼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내 향후 발전과정에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이종수(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보건학교실은 의료관리학교실에서, 의료관리학교실은 예방의학교실에서 분화되어 나왔기 때문에 한의학 정책전문가 양성 교육기관도 이 순서를 밟아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예방의학교실의 기능을 강화해 기존의 양생과 기공에다 의료관리, 역학, 산업의학, 의료경제학, 의료윤리학, 의료사회학, 의료통계학을 추가하고 내용이 풍부해짐에 따라 의료관리학교실-보건학교실로 분화해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반면 한의대 단독으로 교실을 개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의료관리학 교실은 필요하지만 교실을 운영하려면 최소한 전임교수를 선발해야 하는 등 인적·재정적 부담이 따른다. 더욱이 다른 대학에 개설된 과목과 중복 우려가 제기될 때 한의대측의 의견이 대학본부에 의해 반려될 가능성이 있다. 경희대만 해도 대학원에 의료경영전공이 있다.

이에 따라 한의대 단독의 의료관리학 교실 개설론이 비판을 받는 대신 일반대학원에 여러 학과간 공동으로 협동과정을 개설하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다는 주장이 대안으로 제기된다. 경희대 일반대학원에 이런 식으로 설치된 전공과정은 한의철학전공(한의학과+철학과), 한의역사전공(한의학과+사학과), 한의생명공학전공(한의학과+이학부) 3가지가 있다. 마찬가지로 한방의료관리학전공도 일반대학원 학과간 협동과정으로 설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의계 관계자들은 정책전공자의 진로문제도 크게 걱정할 게 없다고 말한다. 한의학시장이 커지면 자연히 공공의료의 영역과 민간의료의 영역도 커져 정책을 전공한 한의사들이 진출할 여지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진로는 대학을 비롯한 정부 행정기관(보건복지부, 식약청, 질병관리본부)과 정부의 보건의료연구기관(예, 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산업진흥원, 각 시도 보건·위생연구기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마다 한방단지를 신설하고 있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전문가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고 있다. 한의계내에서도 한의협이나 산하에 설립될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소, 혹은 한의학 교육·연구 기관에서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길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훈련된 한의사 정책전문가가 없어 공중보건한의사로 충원하는 연구기관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객관적인 상황이 한의학 정책전문가를 요구하고 있으나 대학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아 전문가를 양성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자를 가르칠 교수요원이 없다는 게 주요한 이유이고, 대학측에서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정책전문가의 양성으로 가장 먼저 혜택을 입는 개원가가 강력한 의지를 표출하지 않는 것도 의료관리 전문교육기관이 없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손낙원 교수는 “의료관리학교실을 개설하든, 아니면 학과간 협동과정을 개설하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공개설을 책임지고 추진할 교수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라면서 “의료관리전문가를 양성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한의대에서 ‘총대를 메고’ 일할 교수를 찾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의계는 학과개설의 필요성을 논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구체적 전공개설 방법론을 논의하기까지는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는 과정과 공개적인 토론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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