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총선에서 분패한 이강일 나사렛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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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총선에서 분패한 이강일 나사렛한방병원장
  • 승인 2004.05.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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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미디어선거의 중요성 절감”

4.15 총선에 출마한 한의사라면 누구나 그렇지만 이강일(61·인천 나사렛한방병원) 병원장에게도 지난 총선은 긴 여운을 남겼다. 일방적으로 졌으면 쉽게 잊을 수도 있을 텐데 1922표 차로 낙선해 오히려 아쉬움이 더 크다고 한다.

그는 지금의 심정을 잡았다 놓친 고기를 놓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환자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정신적 고통마저 느낀다고 말한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있듯 시간은 마음의 상처도 치유하나 보다. 이제는 치열했던 유세의 순간도, 엎치락뒤치락 하던 개표 순간도 잊고 다시 환자진료에 충실하면서 지역주민과 긴 호흡을 시작했다.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지만 그래도 패배 속에서 성공을 낚아내는 법. 이 병원장은 지난 선거에서 나타난 표의 의미를 조심스럽게 분석한다. 탄핵반대와 정치 개혁의 바람을 타고 정당지지도가 높았던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을 기대했으나 막판에 불어닥친 박정희신드롬과 거여견제론,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발언 등으로 표를 깎아먹고 잠재적 지지층인 20대의 투표율 저조, 타선거구에 비해 적게 나온 부재자표 등으로 인해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 병원장은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다. 비슷한 여건에서 치러진 지난 2000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얻었던 표보다 1만여표가 더 많았던 것은 이 병원장의 득표력의 원천이 단순한 정당지지도뿐만 아니라 인물지지도에도 있음을 뒷받침해준다는 것이다.

이 병원장은 노인학교 교장으로 11년, 라이온스봉사 20년, 적십자박애장 금장을 수상하는 등 ‘이강일은 봉사하는 사람이다’는 이미지를 지역주민에게 확고히 심어주었다. 정치력 있는 후보라는 점에도 무게를 뒀다. ‘우리당의 복지 전문가’를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것도 열악한 보건복지 환경에 처해있는 유권자의 호응을 얻었다.

또한 열린우리당이 7%대의 지지율에 있을 때 입당한 일이나 통일운동에 헌신한 것도 정치적 감각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히 의료인, 봉사자로서만 머물렀다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전직 방송앵커와 맞서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강일 병원장이 득표력을 과시한 것은 개인의 노력과 한의계의 위상이 높아진 데 힘입은 바 크지만 역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그는 선거운동과정에서 대부분의 직능단체가 국회의원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절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방의료계도 ‘국회에서 모든 정책이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 조직을 풀가동해 겨우겨우 3명을 배출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에 비해 한의계는 선거운동을 할 줄 모른다고 꼬집었다. 한의협 회장만 뛰고 회원의 지원은 없었다고 했다. 한의정회의 존재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말로는 한의사출신 정치인이 국회에 진출해야 된다고 하면서 정작 선거에서는 무관심한 현실을 질타하는 듯했다. 한의계의 이상과 현실이 괴리된 셈이다.

이 병원장은 스스로도 선거운동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선거 막판 조직이 15%를 좌우한다고 분석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당지지도와 개인 이미지로만 선거운동을 한 나머지 조직선거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사이버선거에도 소홀했다. 개인홈페이지가 선거 10일전에 완성되는 등 미디어선거전략도 없었다. 그 결과 한의계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졌다.

전략적 활동과 시스템 선거의 중요성을 실감한 이 병원장은 누가 나서든 간에 다음 선거에서는 한의계 선거지원단내에 미디어팀과 회원교육팀, 전략연구팀 같은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 =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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