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01] 通俗藥處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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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01] 通俗藥處方
  • 승인 2004.05.0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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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의 시절을 견뎌낸 민간요법

일본제국 강점시기인 1934년(昭和9년)에 발행된 책으로 원서명은 『單方便覽 通俗藥處方』으로 되어 있다. 著作兼發行者로 표기된 朴公鎭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고, 다만 주소가 발행처인 善文堂의 위치와 같이 京城府若草町인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가 이 회사의 社主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發行所 善文堂은 각종 新舊書籍과 小說 뿐만 아니라 萬年筆, 理髮機, 捕獸機까지 취급하면서 和洋雜貨商都散賣業을 표방하는 광고를 실은 것으로 보아 민간에서 두루 쓰이는 잡화와 수입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도매상이었던 것 같다.

표지를 포함해서 모두 다 합해야 14장에 불과한 이 소책자는 종이도 갱지인지라 빛바랜 산성지가 쉽게 부수러지는 취약한 모습이다. 이 시기 민간용 서적의 대부분이 이 모양인데 전쟁으로 인한 수탈과 물자부족이 더해져 품질과 외양이 모두 형편없이 초라한 것이 한 특징이다.

겉표지에는 ‘昭和七年二月五日 朝鮮總督府警務局圖書課 指令第四二五號 許可濟’라고 밝혀져 있어 문화정책의 말기에도 이러한 통속적인 민간용 건강상식 책자에 이르기까지 검열과 통제가 극심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발행허가를 맡고서도 2년이 지난 뒤에야 발행되었으며, 京城 東洋藥草普及會藏版이라고 표방되어 있다. 동양약초보급회란 것이 어떤 성격의 기관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의약품의 수급이 부족한 탓에 민간에서 사용하던 전래의 약초사용법을 권장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여, 어려웠던 수난의 시기에 인명을 보전하고 생명을 연장하려 노력한 안타까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전문은 각과별 민간요법이 순우리말로 풀어써 있는데 병증상에 해당하는 소항목 아래 단방요법 수준의 간단한 처방과 처치법이 적혀 있다. 한글은 문장부호나 띄어쓰기도 없이 줄글로 되어 있으며 표기법과 글자체가 모두 오래된 것으로 보아 내용은 이미 오래전에 작성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서발이나 목차는 없지만 개략적인 수록내용을 일괄해 보면 다음과 같다. 內科에 積年伏暑, 中暑不食, 酒滯, 肉滯, 食積腹脹, 宿滯 등이 들어있고 外科에 落傷, 浮症, 違骨, 腰痛, 折骨, 音聲淸白이 써있다. 또 婦人科에 虛勞, 小便不通, 臨産, 解産, 難産이 그리고 眼科에 眼病, 眼昏, 雀目, 偸鍼에 대한 치법이 들어있다.

그 외에도 鼻科의 鼻紅, 耳科, 齒科, 口腔科, 手足科, 風科, 皮膚科, 咽喉科, 獸蟲傷科, 腫瘡科, 六畜에 관한 내용이 앞뒤 없이 섞여있고 분류 역시 한양방 병명을 한꺼번에 적용하고 있어 어지러웠던 사회상 못지않게 혼란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내용 중 몇 가지 실례를 들어 보자. “(豆腐滯)두부에체한대는쌀뜨물한탕게를데여먹고또는초가집웅에년구한집을몰에울여먹으면신효(狗肉滯)개고기에쳬한대는오래묵은슈사때를다려먹고또는메밀갈우물께죽쑤어먹으면신효,......(학疾)학질에금계랍한푼오리중을양위탕에먹의되직일젼날밤에한첩먹고직날발기젼에또한첩먹으면즉치”

또 책 뒤편에 실린 家庭의 要訣에는 시어버린 淸酒를 회복시키는 법, 옷에 묻은 먹물 지우는 법, 잉크 만드는 법과 같이 생활의 지혜가 적혀 있다. 또 合食物注意에는 음식궁합이 써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一,링어와도야지고기와우육을갓치먹으면생명에관게 一,계와감은(蟹시)체증병이되는니라 등등.

또 世界各國發明者氏名에는 맨 처음에 조선의 李舜臣이 거북船을 開國二○一年에 발명한 것을 들었다. 이것은 汽車 발명자인 스지분손(英國, 1825), 비행기 발명자인 라이도(米國, 1906), 그리고 286종의 발명품을 만들어낸 발명왕 에지손(米國, 1867)에 앞서는 업적으로 손꼽아 민초들에게 자긍심을 주려 애쓴 흔적을 볼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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