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채한 박사의 American Repor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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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 채한 박사의 American Report(8)
  • 승인 2004.04.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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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sourcing vs. In-sourcing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상급’ 동양의학 연구자 중에서, 한국 한의학을 주 연구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단 한명도 없다.”
“중국인들에 의한 훌륭한 영문 저술들이 나와 있지만, 정확한 영어식 표현이 사용된 한국 한의학 서적은 아직 한권도 없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한의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팔리는 상품이, 과연 있기는 한가?”


미국의 경기가 풀렸다지만 아직도 현실적인 체감 경기는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따스한 훈풍을 기대하는 많은 미국 서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아직도 현실적인 실업률은 진정한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대선을 준비하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역시나 실업률 혹은 경제부양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종을 이룬다.
부시 행정부는 이제 실업이 줄어들면서 실물경기가 회복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의 캐리는 미국 기업들의 아웃소싱으로 인해 미국 경기의 회복은 난망하다고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 미국의 아웃소싱

이러한 와중에 아웃소싱, 곧 기업 활동의 일부를 외국으로 보내는 전략적 경제활동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것도 사실이다.
미국내 직장이 없어지는 최악의 경영형태라는 해석에서부터, 싼 인건비를 이용해 본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역발상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를 촉발하는 주된 이유가 ‘경쟁력’에 있다는 것은 공통된 의견인 듯하다.

현재 미국에서의 아웃 소싱은 인건비가 주요 원인이다. 언어의 장벽이 없고, 비교적 높은 교육 수준의 인력-- 미국과 밤낮이 바뀐다는 점 등은 인도를 미국 IT 업계의 또 다른 연구단지 혹은 서비스 단지로 만들고 있다.
AOL(American On Line)의 일부 개발 부서가 옮겨 가고 있으며, 24시간 전화 상담의 상당 부분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인도인과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러한 단순 인력을 관리하는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는 아직도 건재하지만, 대세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또 하나의 대륙인 중국은 현재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대부분의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책상위에 놓인 마우스, 계산기, 핀셋, 연필, 파일 폴더 등은 중국제이고 형광펜, 스태플러 등은 또 하나의 인력시장 멕시코에서 공급된다.
이처럼 하이테크(High-tech)를 제외한 거의 모든 물품들은 외국의 싼 인건비를 사용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가 조금 늘었다고 해 봐야 그로 인한 이득은 멕시코, 인도, 중국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것 같다.

◆ 미국으로의 아웃소싱

이와 정 반대의 상황인 인-소싱, 외국에서 미국으로의 아웃소싱은 우리가 주목할 만한 내용인 듯하다.
미국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전자제품 기업인 삼성 전자는 텍사스에 투자를 늘리려하고, 영국의 바이오산업(BT)들은 미국 보스턴 지역의 높은 기술력을 보고 새로운 연구 단지를 세우려 한다.
바이오산업에있어서 보스턴의 풍부한 고급 인력과 높은 연구 수준은 그야말로 황금벌판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도 마찬가지 인 듯 싶다. (우려할 정도로 많은) 한국 회사들이 중국으로 아웃소싱을 하고 있지만, 몇몇 품목에 있어서는 인-소싱도 찾아볼 수 있는 예(例), 일본의 대표 전자제품 기업인 소니의 한국 법인은 한국이 지니고 있는 높은 기술력과 사업성을 보고 LCD, 카메라 폰, 비쥬얼 카 오디오 등과 같은 산업을 한국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곧, 세계 산업은 경쟁력이 있는 곳으로 몰려가는(아웃 소싱 혹 인-소싱) 냉정한 현실일 수 밖에 없다.

한국의 바이오산업과 의료의 수준을 이러한 경쟁력 차원에서 본다면-- 최근의 신문 보도를 통해 한국의 현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버드 의대 종합병원(MGH), 메이오(Mayo) 클리닉, 존스 홉킨스 등을 유치하여 인천에 동북아 허브(Hub)병원을 세우겠다던 야심찬 계획-- 인천 경제 자유구역에는 오겠다는 병원 하나도 없이 모두 중국 상해로 발길을 돌린다고 하며(인천 ‘동북아 허브 병원’은 말로만?, 조선일보 3월 28일),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 중에서 한국에 연구 단지를 계획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다국적 제약사 R&D센터 한국에 왜 안 세울까?, 중앙일보 4월 7일).

현실적으로 동북아 허브를 만들겠다면서 내세우는 “중국보다 뛰어난 한국의 의료기술”은 너무도 공허하다.
세계 정상급의 메이오 클리닉이나 MGH에게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하다.
아울러 한국에 연구 단지를 세울 수 없는 것은, 한국에 연구 인력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 유명하다는 한국계 과학자들의 활동 무대는 거의 한국이 아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두 미국으로 건너가는 이유가 나변(那邊)에 있을 것인가?

◆ 世界中聯 對 東洋醫學會

이러한 한국의 의학 현실은 한국 한의학과 중국 중의학의 비교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44개국 120여 단체를 끌어 모으면서 세력을 과시하는 세계중의약학회연합회(世界中聯, WFCMS)에 비하여 한·일·중 등 10개국의 국제동양의학회(ISOM)는 현실적인 약자이다(한국의약신문, 4월 17일).

현실적으로 동양의학을 배우려는 서양인들에게 중국만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이러한 열세를 반영하는, 또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보여진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상급” 동양의학 연구자 중에서, “한국/한국인”으로부터 동양의학을 배웠거나, 한국 한의학의 특징을 이해하거나, 한국 한의학을 주 연구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단 한명도 없다.

한의학 입문서에서 내경이나 상한론까지 이미(중국인들에 의한) 훌륭한 영문 저술들이 나와 있지만, 정확한 영어식 표현이 사용된 한국 한의학 서적은 아직 한권도 없다.
동양의학을 배우려는 서양인들은 (그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화학식으로 된 기전이 아니라 음양과 오행, 기미론과 경락을 원하기에 한국이나 중국이나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 검증된 중국과 불확실한 한국

더군다나, 외국인을 위한 한국에서의 교육 프로그램은 전혀 알려져 있지 못한 실정-- 똑같은 제품도 작은 구멍가게 보다는 대형 전문점을 선호하는데, 이미 검증된 수많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중국을 놓아두고 불확실한 한국으로 오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모든 동양 의학 연구자들이 중국에서 배워 왔기에, 동양 의학의 학문 표준, 교육 제도, 학회, 학문 연구 등이 중국식으로 흘러가고 있는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결국, 한국 한의학에는 중국에 비해 뭔가 경쟁력 있는 상품이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한의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팔리는 상품이, 과연 있기는 한가?

사상의학이 한국의 대표 주자라지만, 실제적으로 속빈 강정,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 당신은 속고 있다.

현실은 냉정하고, 외면하고 싶다.
그러나 아픔 속에서 희망을 불러들일 수 있는, 오늘의 현실을 정확히 분석하고 대처하는 지혜가 있다면, 지금 우리는 새로운 자각의 문을 열어야 할 때이다.
모토롤라를 넘어 세계 최고 노키아에 맞서는 삼성의 경쟁력이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 한의학 희망을 어떻게 설정해야하는가를 시사(示唆)한다. <계속>

필 자 : 경희대 한의대 졸(한의학박사), 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클리닉 재단 통합의학센터 리서치펠로우
Email : chaeh@ccf.org
Homepage : www.chaela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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