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치 외도에서 돌아온 고은광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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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치 외도에서 돌아온 고은광순 원장
  • 승인 2004.04.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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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로 연결된다는 확신 심어주는 게 중요”

총선이 끝나고 의료인 본연의 자리로 복귀한 고은광순(49·서울 홍명한의원) 원장의 얼굴에는 이전과 사뭇 다른 표정이 배어 있다. 정치의 세계에서 대전을 치르고 난 연유인지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고요한 모습이랄까. 선거가 끝나고 지인과 여행을 하고 돌아왔지만 선거가 남긴 여운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당연히 될 것이라 믿었던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후보 40명 명단에 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회장을 역임한 대표적 시민운동가이자 개혁당 서초갑 지구당 위원장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이었던 그의 비례대표 후보 배정을 발표 전까지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비례대표 선정을 위한 4개 분과 중 시민사회보건의료분과에서 추천한 10명의 후보 중 그의 이름은 없었다.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스템을 중시하는 당 구조상 당연히 전체회의에서도 구제되지 않았다.

반면 시민단체와 보건의료계 인사는 추천되었다.
이의 제기하는 과정에서 고은 원장은 “틈이 없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시민단체와 보건의료계에서 이미 한두 명씩 추천되었기 때문에 고은 원장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는 게 비례대표 선정위원회 관계자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신문에서는 당내갈등을 주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고은 원장은 다수의 여성당원의 입장과 달리 여성전용광역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통제되지 않는, 거추장스런 존재’로 비춰졌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고은 원장은 이런 분석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비례대표로 선정되려면 무엇보다 표로 연결된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점에서 고은 원장은 한의사인 자신이 의사나 약사, 간호사에 비해 인원동원력이 낮다고 평가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의계 차원의 지원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여한의사회로부터 정신적 물적 후원을 분에 넘치게 받았지만 그 외 한의사나 한의사단체의 지원은 미미했다고 털어놓는다. 당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당원 유치실적이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한의사는 ‘후원금은 좋으나 정치는 싫다’, ‘정치적 색깔이 맞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가입을 꺼린다거나 출판기념회나 지구당 창당시 꼭 와야 할 한의사단체장이 오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망했다고 말한다.

그가 접한 타직능 후보들은 오래 전부터 정당활동을 통해 당에 기여하고 표 동원력도 수시로 과시한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오랜 투자를 해왔으며, 꼭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귀띔한다.
한의사 개개인의 훈련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한의계 차원의 정치학교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글쎄요. 정치는 누가 시켜서 하기보다 자신이 파야 되지 않을까요? 정부에서 나오는 정책들을 눈여겨보고, 나아가서는 외국의 선진 제도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고은 원장은 긴 안목에서 경력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제는 유권자가 똑똑해져서 개인의 욕망을 충족시키려고 출마하는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를 선별해 낼 능력이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퍼주기만 할 게 아니라 공익활동이 필수라는 것이다. 시의회나 자치단체장 경력을 오래 쌓은 뒤 국회에 진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역구에 출마하고자 한다면 외국 학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보수와 진보의 구도로 간다고 전망하는 고은 원장은 청년한의사회 등 젊은 한의사 층에서 민주노동당을 겨냥해 봄직하다는 지적도 빠트리지 않았다.
기자와 인터뷰하는 날이 여행 갔다 와 처음 진료에 복귀한 날이라고 밝힌 그는 다시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듯 미래를 희망적으로 그렸다.

“호주제 폐지는 나 아니더라도 전망이 밝아 어찌 보면 해방이 되었다고 할까요? 자유롭게 사고하고 시간도 많아져서 좋아요. 그렇지만 한의계의 영원한 숙제인 국회 진출이 좌절되어 가슴이 아프네요.”

고은 원장의 마음은 한의계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고은광순 원장의 아픔이 한의사의 국회 진출로 승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한의원 문을 나섰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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