龜岩 許浚의 고향은 어디일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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龜岩 許浚의 고향은 어디일까?(2)
  • 승인 2004.04.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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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陵谷은 판도좌랑공파, 月村里는 대제학공파의 집성촌 □

서울 화곡동 봉제산 줄기아래 능안마을(陵谷洞)에서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판도좌랑공파 등 허씨 후손들은 양천 땅이 1963년 서울시로 편입되면서, 마을전체가 큰 도로로 변하고 또 국군수도통합병원 땅으로 강제 수용됨에 따라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으며, 통합병원 뒷마을인 백석마을의 허씨집안들만 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백석중학교가 들어서기 전에 60여기의 양천허씨 묘소가 이곳에 있었는데, 1977년부터 일대에 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학교를 세우기 위해 백석마을 뒷산의 양천허씨 묘소를 대부분 화장하였고 일부는 용인지역으로 이장하였다고 한다.

대제학공파 許國 세마공의 32세손 증언에 의하면 원래 통합병원 앞마을인 월촌산에 살았는데 22세손(선조 때)때 백석마을로 이사왔다고 한다.

지금 양천구 목3동 한전주택단지 근방을 조선조에는 月村山이라 하였고 목2동 일대는 월촌마을(月村里 : 달거리마을)이라 하였으며, 양천허씨 중 대제학공파와 세마공파 등이 살았던 집성촌이었다. 성종 때 무인으로 야인을 정벌하였고 전라도 병마절도사를 역임했으며 또 유명한 한의학자였던 許亨孫도 이곳에서 살다가 陽川 木谷(엄지미마을)에 묻혔다고 한다. (허형손의 묘는 후에 파주로 이장됨.)

목동아파트를 개발할 당시 이곳의 양천허씨 묘소 40여기를 이장할 때 양천허씨 대종회에서 입회를 했던 일이 있었는데 이를 근거로 한 때 양천구에서 허준의 고향이 양천구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 허준 출생지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 □

오늘날까지 나름대로 허준에 관한 논의를 펼쳤던 학자들은 10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허준을 神格化하거나 전설속의 인물로 서술한 것과 신빙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고 다음 몇 학자들의 ‘허준 출생지’에 관한 주장을 비교해 보았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의 중론은 허준의 고향이 “김포군 양천현 파릉리 능곡동”(현재의 강서구 등촌2동 능안마을) 이라고 결론지었다.

▲ 金斗鍾(醫史學者) : “허준의 자는 청원, 본관은 陽川으로 명종 때에 출생하였다.” (허준 - 동의보감에 새긴 인술 : 한국의 인간상 3. P 376) 신구문화사(1971)

▲ 김주영 : “내금공파 기록에는 허준이 명종원년(1546. 음3. 5)에 경기도 김포군 양천면 능곡동에서 무인집안의 서자로 태어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김주영, 허준의 동의보감 25권의 비밀 P 41) 미래M&B(1999)

▲ 한대희 : “허준은 1615년 8월17일 강서구 孔巖에서 서거하고 동년 11월 13일 논공하다.” (허준의 진료는 계속되고 있다. 1999. 12. 17 구암학회)

▲ 김창복(북한학자) : “허준은 1540년대에 경기 김포군 양천의 이러한 집안에서 태여났다. 허준이 태어난 집안은 리조 봉건시기 이름있는 의학자들이었던 허공, 허옹, 허종, 허저 등이 나온 의학자 가문이였다. 그들 가운데서 15세기에 활동한 허종은 뛰여난 의학자로서 명성도 높았지만 의생들을 많이 키워 낸 교육가였다. (북한 『력사과학』 4, 1986.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 강훈덕 : 1993. 12월호 “구암학보”에는 姜薰德 교수가 “巴陵散集(山墟居士 著)”을 찾아냄으로써, 강서구의 공암(허가바위)이 허준의 동의보감 집필지이며, 사망지임을 밝혀냈다. 파릉산집에는 “許浚在於孔庵下漏屋是洞作著 浚卒爲庵”(허준이 허가바위 동굴속에서 동의보감을 저술하였으며, 또 굴속에서 돌아가셨다)이라는 기록이 나온다.

▲ 기타 학자 : 이밖에 몇몇 학자들의 다른 의견도 있다.

그중에서 허준의 출생지가 陽川이 아니고 “호남출신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 주장은 구암학회장인 한대희 박사, 동국대 한의대 강병수 교수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으며, “파주가 허준의 고향이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음은 허준에 관한 자료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추정만이 난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밝혀진 허준의 출생년과 내의원이 되는 과정 □

「호성공신 태평회맹도」에 의해 허준은 1539년생으로 밝혀졌다.
허선문의 18대손 허곤(許琨)은 경상우수사를 지냈고, 그의 차남인 허론(許론 : 허준의 부친)은 음직(蔭職)으로 평안도 용천부사를 지냈다. 허론은 그 집에 있던 하녀를 취해서 허준을 얻게 된다. 따라서 허준은 비록 서출이었으나 허종, 허침 등 유명한 한의학자를 배출한 판도좌랑공파 집안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한의학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허준은 자신이 서자로서 벼슬길에 나갈 수 없음을 알고 자신의 진로를 찾다가 서자로 출세할 수 있는 최고의 길은 의원이 되는 길임을 깨닫고서 의술을 공부하였고, 내의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였을 것이며, 그러던 중 미암 유희춘의 힘으로 천거되어 31세 때 (1569년) 궁궐내 내의원에 들어가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대희 저 “허준은 살아있다” 참조)

□ 허준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

허준의 주변 인물들은 대부분 양천 사람들이거나 양천현과 관련있는 인물들이었다.

① 허준을 내의원에 천거한 유희춘은 선조 당시 동인의 영수급이었던 허엽(許엽)의 절친한 친구이며 허엽의 두 아들 허성(許筬)과 허봉(許봉)의 스승이 된다.

② 허성과 허봉은 21세손이고 허준은 20세손이나 이들은 나이가 큰 차이가 없어 서로 친구같이 지냈으며, 일가간이기에 유희춘의 집에 함께 자주 놀러가곤 했다.

③ 황숙(黃璹)은 임진왜란 때 강화부사로 왜군과 싸워 공을 세우기도 했는데, 허성(許筬)과 사돈간이며 허봉과도 친구로 지냈다. 자손 대대로 양천현 마곡동에 살아왔다.

④ 허봉의 본댁이 양천현 능곡동이었으며 자손대대로 능곡동에 살다가 1900년경 능말(능곡 : 능안마을)에 장질부사 전염병이 크게 돌아 많은 사람이 죽어가므로 허봉 직계자손들은 김포 고촌면으로 이전하여 현재까지 살고 있으므로 김포에 있는 허씨들은 거의 허봉의 자손들이다. (고촌 장곡의 허봉 직계후손 허걸씨 증언)

⑤ 허준의 오랜 친구였던 김응남은 임진왜란 때 병조판서였으며 나중 좌의정이 되어 영의정인 유성룡을 도와 혼란한 정국을 수습했던 인물인데, 정유재란 때 안무사로 영남에 내려가 풍기에서 병을얻어 벼슬을 사직하고 고향인 강서구 염창동에 내려와 허준의 지극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53세에 별세했다. <조선왕조실록 선조 27년 1594년>

⑥ 金安國(문경공)은 허준의 할아버지인 허곤의 누이 아들로서 역시 양천현이나 가까운 인근에 거주했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임진왜란 때 병조판서였던 김응남의 조부인 김말손 충청병사가 당시 양천현을 김안국의 동생 김정국과 함께 말타고 놀러다니며 우의를 다졌다는 기록이 나온다. 김안국은 양천허씨 세보를 최초로 정립하게 한 사람이며, 허엽의 스승이기도 하다.

이렇듯 허준의 출생지 기록은 보이지 않으나 당시 허준을 둘러싼 역사적 인물들 대부분이 양천현 사람들이거나 양천현과 관련있는 인물들이었다.

당시 대궐 등에서 봉직하던 벼슬아치들은 원 거주지를 떠나 한양으로 올라와 출퇴근이 가까운 중구 등에 주로 거주하게 된다. 그러나 벼슬을 내어놓으면 거의 낙향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상례였다.

이와같이 여러 정황을 볼 때 초당 허엽의 본가는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당시 양천현 능곡동으로 짐작되며, 허엽의 아들 허성과 허봉은 같은 일가간인 허준과 친구처럼 어울렸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허엽이 중구 인현동에 살 때, 19년간 함경도 종성의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허엽의 댁에 몇 년간 의탁했던 유희춘이 자연스레 허성과 허봉의 스승이 되었으며, 가깝게 왕래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던 허준이 종종 놀러갔었고, 유희춘과 그 부인을 치료함으로써 허준의 의술과 사람됨을 눈여겨 보았던 유희춘이 이조판서 홍담에게 추천서를 보내줌으로써 드디어 허준은 내의원에 들어가게 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관련기록 : 陽川郡邑誌 : 광무3년, 박준우, 규장각 소장, 陽川鄕土誌 : 1971. 9. 정대현, 양천향교 간행) <계속>

손 주 영
공무원(서울 강서구청)
국사편찬위 사료조사위원
son13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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