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순환구조론에 대하여(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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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순환구조론에 대하여(8)
  • 승인 2004.04.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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氣·味 혼합해 體液흐름 정상화시킨다

이 학 로(한의사·충남 천안)

10. 한의학의 氣味論과 모세혈관의 혈류역학

인체에서 체액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은 혈관과 림프관입니다. 인체는 폐쇄순환계이지만 모세혈관만은 일부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물질이 조직액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직액이 혈관속으로 이동하여 정맥으로 순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작용은 인간의 감각기관이 감지할 수 있는 한계 너머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자연현상을 통하여 추론함으로써 사실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모세혈관의 벽을 사이에 두고 혈액과 조직액사이에 일어나는 물질이동은 여러 가지의 주위 조건에 의해서 체액이 흐르는 방향이 결정됩니다. 즉 조건에 따라 혈액속의 체액과 물질이 조직액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조직액과 조직액 속에 용해되어 있는 물질이 혈액에 합류할 수도 있습니다.

인체는 모세혈관 주위에서 일어나는 체액의 흐름을 조절함으로써 세포대사를 조절할 수 있고, 이런 과정에 힘입어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모세혈관의 혈류역학에 관여하는 힘에는 혈압과 콜로이드삼투압이 있습니다.

스타링의 법칙

혈압은 체액을 모세혈관 밖으로 스며나가게 하는 힘이며, 혈장단백질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콜로이드삼투압은 체액을 모세혈관 안으로 끌어들이는 힘입니다. 이처럼 모세혈관에서 이루어지는 체액의 이동은 혈압의 기울기와 콜로이드삼투압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힘의 불균형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주장한 사람은 영국의 스타링(E.Starling)입니다.

이와 같은 이론을 스타링의 가설 또는 법칙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스타링에 따르면 동맥 측 모세혈관에서는 일반적으로 여과압 즉 혈압에 의해 밀려나가는 압력이 삼투압보다 우세하여 체액과 물질 등이 조직액 쪽으로 이동하며, 한편 정맥 측 모세혈관에서는 혈압이 소진되어 콜로이드삼투압이 여과압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체액과 대사산물 등이 혈액 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세혈관의 혈류역학에 관여하는 혈압과 콜로이드삼투압과 같은 여러 가지 조건들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인체가 마주치는 주위의 환경조건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화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浮腫의 혈류역학

또한 질병에 이환되었을 때에도 질병의 진행과정에 따라 변화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浮腫은 모세혈관의 혈류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입니다. 즉 浮腫은 모세혈관 밖의 체액인 조직액이 많이 고여 조직이 부어 오른 것을 말합니다.

이는 콜로이드삼투압을 만드는 혈장단백질이 신질환으로 인해 소변으로 배출되었거나 영양결핍으로 간에서 혈장단백질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함으로써 모세혈관 말단의 콜로이드삼투압이 떨어져 조직액을 혈관 속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맥압이 높아져 모세혈관의 여과압이 콜로이드삼투압보다 높아지면 조직액을 혈관 속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경우에도 浮腫이 발생합니다. 産母의 浮腫을 치료하는 한의학의 치료법과 민간의학의 처치법은 모세혈관의 혈류역학을 조절하는 기술을 보여줍니다.

한의학은 補血과 利尿를 기본으로 하는 처방에 양고기와 같은 동물성 단백질을 첨가하여 혈장단백질의 생산을 촉진하고, 민간의학에서는 붕어, 가물치, 소고기 미역국, 호박과 꿀 등을 이용하여 역시 혈장단백질의 생산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産母와 같은 전신부종도 있지만 支飮, 溢飮, 懸飮, 五臟에서 오는 浮腫 등 부분적인 浮腫도 한의학에서는 다루고 있습니다. 부분적인 浮腫도 모세혈관의 혈류역학이 부분적으로 균형을 잃었기 때문에 일어났을 것입니다.

寒熱溫冷과 五味

<가정4>는 모세혈관과 세포사이의 물질교환과정과 한의학의 氣味論은 연관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한의학 순환구조론에서는 氣味를 寒熱溫 과 五味로 규정합니다. 이렇게 氣味의 의미를 규정하면 氣味論을 인체의 구조와 기능에 맞물릴 수 있습니다.

즉 <가정3>에서 본 것처럼 寒熱溫은 혈관을 수축시키거나 확장시킴으로써 모세혈관에 작용하는 여과압을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맛(味)은 다양한 물질(성분)을 공급함으로써 삼투압을 조절하고 능동수송과 수동확산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화학적으로 맛은 시고, 달고, 쓰고, 짠 것만 구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맛은 이들 네 가지 맛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하모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운맛은 자극미라 하며, 이는 성분이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질이 아니라 피부를 자극하기 때문에 느끼는 신경충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寒凉과 溫熱은 인체가 느끼는 감각의 차이를 말하며, 혈관의 수축과 확장의 정도의 차이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맛은 한의학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사고입니다. 한의학에서 볼 때 신맛(酸)은 외부의 물질을 인체내부로 이동시키는 시스템적인 과정을 촉진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작용을 모세혈관 영역의 혈류역학으로 환원시키면 조직액을 혈관 속으로 끌어들인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매운맛(辛)은 인체내부의 물질을 외부로 발산시키는 시스템적인 과정을 촉진한다고 생각됩니다. 매운맛 역시 모세혈관의 혈류역학으로 환원시키면 체액을 모세혈관 밖으로 밀어낸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짠맛(鹹)은 무기질이 만들어내는 삼투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분이동과 관계가 있을 것이며, 단맛(甘)은 혈장단백질의 생산을 촉진한다고 생각되지만 넓은 범주에서 보면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을 공급할 것입니다.

쓴맛의 역할

쓴맛(苦)이 가장 어렵습니다. 옛말에 쓴 것이 약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약재로 사용되는 식물 중에서 쓴맛을 강하게 나타내는 식물들은 대개가 염증을 치료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런 사실에서 유추하면 쓴맛은 조직에 고여 있는 체액을 혈관 속으로 끌어들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한의학의 氣味論은 모세혈관의 혈류역학과 관련이 있고, 한의학이 설정한 처방은 氣와 味를 혼합하여 체액이 흐르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처방은 에너지원을 공급하여 세포대사를 촉진함으로써 정상기능을 회복시키기도 합니다. 세포대사와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영양학은 한약 처방을 멋지게 구사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 전제조건으로 체액의 순환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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