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순환구조론에 대하여(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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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순환구조론에 대하여(7)
  • 승인 2004.04.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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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액의 이동·편중으로 질병을 극복한다

9. 한의학의 陰陽寒熱과 체액의 이동

<가정1>과 <가정2>는 인체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내용이었습니다. 인체는 해부학적인 구조물들이 상호협력 함으로써 생명현상을 일으킨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기계론적인 사고에 의해서 가능합니다. 이렇게 상호협력 한다는 점에서 인체를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부학적인 구조물들을 연결하는 구조물들입니다.

육안해부학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각 장기를 연결하는 구조물들은 정교해진 해부학 기술들에 의해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습을 드러낸 구조물들 중 하나가 순환계입니다.

순환계는 심장과 대동맥, 소동맥, 모세혈관, 소정맥, 대정맥으로 구성되며, 혈액은 순환계를 구성하는 혈관 속을 끊임없이 순환하는 별도의 기관입니다.

혈관 속을 순환하는 혈액은 체액의 일부이며, 체액은 혈관과 림프관을 따라 필요한 모든 조직과 기관 그리고 세포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가정3>은 체액의 증가, 감소에 의해 발생한 압력현상은 한의학의 陰陽, 寒熱과 연관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인체의 구석구석까지 순환하는 체액은 항상 균등한 분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령 마라톤선수의 몸에서는 달리기를 시작하면 근육으로 혈액이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다리근육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혈액은 다리 쪽으로 더 많이 이동하게 됩니다.

마라톤 선수의 에너지源

다리 쪽이나 전신의 골격근으로 혈액을 보내기 위해서는 근육이외의 부분에서 순환하는 혈액량을 줄여야만 합니다.

당장 다리와 근육 쪽에서 필요한 혈액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만들어 낼 수 있다 해도 달리기를 마친 뒤에 여분의 혈액을 처리하는 것이 곤란하기 때문에 혈액을 다리와 골격근 쪽으로 편중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마라톤선수가 30분 이상 달리기를 계속하면 골격근 속에 있는 에너지원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선수의 몸에서는 계속 뛸 수 있는 에너지원을 골격근에 공급하기 위한 비상조치를 가동시킵니다.

혈액의 순환을 다리와 골격근에 편중시킨 것과 더불어 에너지원도 다리와 골격근 쪽으로 편중시켜야 합니다.

몸속에 저장해두었던 에너지원을 최대한 이용하고, 달리기에 필요한 조직이외의 조직은 에너지원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듭니다. 이와 같은 비상사태는 달리기를 하는 동안 계속 유지됩니다.

마라톤선수가 목표지점을 통과하면 다리와 골격근 쪽으로 편중시켰던 순환은 평상시의 순환으로 돌아가고, 순환이 억제되었던 나머지 조직들은 활동을 회복하게 됩니다.

자료에 의하면 안정시 골격근의 혈류량은 분당 1천200ml인데 반해 마라톤처럼 매우 심한 운동을 할 경우에는 분당 2만 2천ml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때 뱃속 장기의 혈류량은 안정시에 분당 1천400ml 인데 반해 매우 심한 운동을 할 경우에는 분당 300ml로 현저하게 줄어든다고 합니다.

마라톤선수에게 일어났던 비상사태는 체액을 편중시킴으로써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체액의 증가와 감소

질병 역시 체액을 편중시킴으로써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나고, 땀이 나고, 기침과 함께 가래가 나오는 등의 현상은 체액이 편중되었다는 뜻입니다.

<가정1>에서 한의학은 上中下로 인체를 구분했습니다. 마라톤선수의 몸속에서 체액이 편중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독립된 구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가정3>에서 제시한 체액의 증가와 감소는 인체내부 장기의 독립된 구조에 의해서 생길 수 있으며, 이때 체액이 증가한 구조(장기)가 있으면 거의 반드시 체액이 감소한 구조(장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인체에서 발견되는 병리적인 현상으로서의 陰陽은 이처럼 체액이 증가하고 감소하는 전체 상황을 표현하는 상호 보완적인 개념입니다.

마라톤선수에게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골격근은 陽에 속하고 뱃속 장기는 陰에 속하는 상황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마라톤선수를 환자로 보면 골격근은 지나치게 과잉된 상태라 할 수 있고, 뱃속 장기는 지나치게 저하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어느 한쪽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 陰陽개념에는 숨어 있습니다. 인체를 구성하는 해부학적인 구조물들은 그 크기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체액이 편중되면 구조물은 팽창하게 되고 구조물의 내부에 압력이 발생합니다.

인체는 언제나 구조물에 발생한 압력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열려고 노력합니다. 감기 증상에서 콧물은 그런 예입니다.

인체는 恒常性을 유지하려는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체액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陰과 陽이라는 현상은 전체적인 상황 속에 항상 공존하고 있으며, 한의학은 上中下와 內外中을 포함하는 表裏개념으로 이들의 편중된 부위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편중상태를 太過와 不及이라는 말로 정량화하고 있습니다.

마라톤선수에서처럼 체액을 편중시키기 위해서는 혈관의 굵기를 조절하고 심장의 박동을 조절해야 합니다.

추위와 더위는 혈관의 굵기와 혈류량을 조절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는 몸속에서 만들어진 열을 해소하기 위하여 체표 혈관을 확장시키고 땀을 내보냅니다.

추운 겨울에는 몸안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체표 혈관을 수축시켜 열의 손실을 막습니다.

陰陽寒熱과 體液

한의학이 설정한 寒熱개념은 이처럼 감각이 느끼는 상황을 말합니다. 즉 어떤 처방의 약을 복용하여 열이 있을 때 그 열이 떨어지거나 몸이 차가워지는 현상이 일어나면 그 처방은 寒性이라 말합니다.

차가워지는 현상을 일으키는 이면에는 해부학적인 구조물과 생리학적인 현상이 다양하게 관여하겠지만 그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혈관의 수축입니다.

따라서 혈관의 수축과 확장은 체액을 움직이게 합니다. 마라톤선수는 체액이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체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작용을 자각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인간의 감각은 외부환경에 대처하기 위하여 대부분 외부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인체내부에서 느끼는 감각을 표현할 때에도 외부에서 느끼는 감각과 같은 말로 표현하게 됩니다.

寒熱에는 혈관의 수축과 확장을 포함하여 寒熱을 느끼게 하는 인체내부의 모든 작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寒熱은 한의학이 바라보고 싶었던 생리학적인 현상이며, 그 이면에는 역시 체액이 있습니다. <계속>

이 학 로(한의사·충남 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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