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순환구조론에 대하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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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순환구조론에 대하여(2)
  • 승인 2004.04.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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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구조론으로 증상의 변화를 읽는다
汗·吐·下法 사용시의 인체 영향 규명

이 학 로
천안 고려한의원 원장

3.무엇을 할 것인가

환자의 고통을 제거하기 위하여 의사는 고통의 원인을 찾아냈고, 이제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을 선택할 차례입니다. 임상의사는 이 선택을 하기 위하여 많은 고민을 합니다.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상황과 만나야 하는 전투병과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의사는 쉽게 선택할 수 있고 치료효과가 우수한 방법을 찾아다닙니다. 그리고 치료법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질병의 원인은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임상의사는 존재론적인 질병원인을 좋아합니다. 적을 정하고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생태론적인 질병원인은 치료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그렇지만 어느 원인도 임상의사는 만만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존재론적인 질병의 원인이 같은 환자라도 성별, 나이, 소득, 환경, 직업 등에 따라 그 증상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똑같은 환자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일 것입니다.

따라서 치료법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임상의사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의학은 이를 대비하기 위하여 치료법을 커다랗게 분류해 놓았습니다.

한의학에도 땀내는 방법, 구토시키는 방법, 설사시키는 방법, 체액을 보충하는 방법, 소변을 증가시키는 방법,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 해독하는 방법,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방법, 체온을 높이는 방법, 체온을 낮추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들 중 汗法, 吐法, 下法은 한의학의 치료기술을 대표합니다.

인체는 물이 60%에서 7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과 한의학의 汗法, 吐法, 下法을 대비시켜 보면 한의학의 치료기술은 인체가 함유하고 있는 물의 양을 조절하는 방법임을 쉽게 알아 볼 수 있습니다.

한의학 순환구조론은 汗法, 吐法, 下法을 사용했을 때 인체의 변화를 찾아내고자 합니다. 즉 해부학적인 사실과 해부학적인 사실들이 엮어내는 생리학적인 사실을 토대로 汗法, 吐法, 下法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합니다. 이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한의학이 이해하고자 했던 인체를 재구성해보면 체액을 근간으로 하는 인체에 다가서고 있다는 사실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고대 희랍의 4체액설을 비롯한 많은 전통의학들이 체액설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질병원인을 존재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때 체액설은 치료법으로 적당하지 않지만 생태론적인 시각에서는 체액설이외의 뚜렷한 해석방법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해부학적인 사실과 생리학적인 사실들 사이에 스며들어 있는 체액은 정적이며 평면적인 상황으로는 절대로 그려볼 수 없으며, 심지어 3차원 입체로도 그려볼 수 없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체액의 모습은 4차원 입체영상으로만 표현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아직 의학은 인체를 이런 기술로 그려낼 수 없는 실정입니다. 한의학 순환구조론을 체액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체의 영상을 이미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4.어떻게 될까

환자가 느끼는 고통의 원인을 찾아내고 치료법을 결정하고 나면 질병의 진행과정을 예측하게 됩니다. 이런 예측은 의사의 치료법이 일으키는 몸의 변화를 측정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환자는 고통이 진행되는 미래를 앎으로써 질병에 대한 불안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예측이 정확하다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의학의 경험과 연구에 의해서 많은 질병, 특히 존재론적인 질병원인이 일으켜 놓은 증상은 그 예후를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환자의 고통은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마침내 사라지게 됩니다.

즉 질병은 시간에 따라 변화합니다. 한의학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질병의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기를 치료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형방패독산, 구미강활탕, 쌍화탕, 마황탕, 계지탕 등 감기의 증상에 따라 다양한 처방들이 있습니다. 처방이 이렇게 많이 준비되어 있지만 감기의 증상을 구별하지 않고 무조건 특정 처방 하나만을 사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또한 감기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다 나을 때까지 증상이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처방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질병의 원인에서 보았듯이 한의학은 생태론적인 질병의 원인을 중점적으로 다루려 노력했고, 이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증상을 분류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왔습니다.

한의학 순환구조론은 증상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고자 노력합니다. 즉 해부학적인 사실과 생리학적인 사실을 통해서 증상의 변화를 추적하면 현재 나타난 환자의 증상변화를 예상할 수 있게 됩니다. 체액론을 다루고자하는 한의학 순환구조론은 체액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으며, 체액의 편중을 따라 움직이는 증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계속>

● 필자약력 ●
△충남 서산 출생 △대전고, 원광대 한의대 졸 △ 현 천안 고려한의원장 △저서:‘한의학 순환구조론’, ‘본초문답과 순환구조론의 대화(상, 하), ‘금궤요략의 순환구조’, ‘방약합편과 순환구조론’, ‘순환구조론 曰 침에도 고향이 있다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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