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역과 귀납, 그리고 한의학(7·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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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역과 귀납, 그리고 한의학(7·끝)
  • 승인 2004.04.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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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체질’이란 용어는 사라져야”
“한의사는 단순 치료술사가 아니다”

조종진(창원 한국한의원)

Ⅸ. 한의학은 체질의학인가? <전회에 이어>

오운과 육기만이 취상인 것이 아니다. 이제마에 의하여 제안된 사상인이란 개념이야말로 취상의 언어로 성취된 가운데 가장 뛰어난 개념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태양인이란 용어에 ‘-체질’의 접미어가 붙을 수 있으며, 태양체질의 말도 되지 않는 개념을 가지고 어떻게 60억의 인구를 귀납 분석해 나갈 것인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60억이든 120억이든 이제마가 정의한 ‘태양인’이라는 취상의 언어가 아니라면 엉터리임이 분명하고 자기모순의 사술로 전락할 뿐이다.

한의학이 체질의학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은 이상의 고찰만으로도 이미 자명하게 드러났으리라 본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한의학은 체질의학에 내포되어야 할 이유가 없고 체질의학이란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해야 할 까닭도 없다. 한의학을 체질의학의 측면으로 파악해 들어가는 것은 약사가 한의학을 약사의 눈으로 파악하여 그것이 전부인양 착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근자에 체질의학이란 관점이 한의학의 전부인 양 권도원식 체질침에 매달리는 한의사가 늘고 있고 심지어 사상의학회가 사상체질의학회로 명칭을 개칭한 이유가 권도원식 체질침의 전문성을 획득하자는 시도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체질의학이 한의학의 전부인양 착각하는 한의사는 공의나 교의의 범주를 넘어설 수 없다고 본다. 우수한 인재를 상아탑에 6년씩 가르쳐 그들을 고급 체질치료사로 양성해 내기에 급급한 작금의 한의학 교육 체제와 사상체질이란 근거도 알지 못할 과목을 설정하여 그것을 한의학의 한 전문분과로 설정하겠다는 발상을 가진 자칭 사상체질 전문가라는 교육자들의 심각한 자기 반성이 없다면 한국의 한의학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본다. 그들은 아직도 한의학이 귀납의 학문인지 연역의 학문인지 종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고의 권위를 가진 전문 의료인’을 포기하고 ‘단순 치료술사’에 머무른다면 무엇 때문에 6년 간의 전문 교육과정이 필요한가? 권도원식 체질침 기술자가 되는데는 그리 긴 기간이 필요하지 않다. 3개월 단기 코스로 전문가인양 하는 돌팔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Ⅹ. 체질은 불변하는가?

체질은 치료의 대상이며 개선시키는 것이 바로 치료가 된다. 그러므로 체질은 불변이라 말할 수 없고 수시로 변할 수 있다. 알레르기 체질이나 아토피 체질은 체질개선을 통해서 발현된 질환 상태를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 태음체질이라 하는 어떤 체질이 있다면 체질개선을 통해서 태음체질의 편벽을 개선해 낼 수 있고 그러면 그 사람은 태양체질이나 양명체질로 또는 궐음체질로도 그 체질이 바뀌어 버릴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마에 의한 태양인은 영구 불변이다. 한번 태양인이면 태양인인 것이지 태양인이 소양인이 되거나 소음인이 되는 그런 법은 없다. 이제마 자신이 태양인으로 불변임을 분명히 하였으며 나는 소음인으로 불변이다. 한의사 여러분은 자기 자신이 무슨 사상인에 속하는지 분명히 확증하고 있는가?

이제 체질이란 찌꺼기를 털어 내고 나면 그 말을 사용하지 않은 채 대화를 진행할 때 곤란을 겪게 된다. 여태껏은 ‘당신은 무슨 무슨 체질입니다’ 하거나 ‘당신의 체질은 무엇이오?’하였을 텐데 그 체질의 자리에 대체할 용어가 마땅찮게 되는 것이다. 가령 ‘당신은 무슨 사상인이오?’ 그러면 ‘나는 소양인입니다’하거나 ‘나는 무슨 사상인인지 잘 모르오’하게 될 터인데 사상인이란 용어가 태소음양의 사상인을 집합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므로 때로는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에 관한 나의 대안을 제시한다.

즉, 태양인·소양인·태음인·소음인이 ‘4象-인’인데 이 사상인은 네 가지의 ‘상-인’을 집합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여서 ‘각 상인’하나 하나를 개별적으로 지칭할 때 마땅한 용어가 없다.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이 각각 하나의 ‘상-인’인데, ‘나는 어느 상인에 속하는가?’와 같은 용례에서 ‘너는 잡상인이다’와 같이 단어의 오해의 소지가 많으므로 개별적 지칭에 대한 별도의 용어를 지정하고 그 개념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나는 ‘편상인(偏象人)’이란 용어를 제안한다. 그 용어를 가지고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을 개별적으로 지칭할 때 사용하기로 한다. 편(偏)은 ‘치우칠 편’자로서 네 가지 중의 어느 한 쪽에 치우쳤다는 의미이다. ‘편상인’을 줄여 단순히 ‘편상’이라 해도 될 것이다. 그러므로 ‘사상인’이란 용어는 이 네 편상인을 집합적으로 지칭할 때에 한정하여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 편상인에 대하여 그 특성을 위주로 언급할 경우, 특히 ‘편사상(偏四象)’이란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편상인과 편사상은 대체로 같은 범주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나 그 용어가 사용되는 문장에 따라 각기 용법에서 차이가 있다.

체질이란 말은 알레르기 체질, 아토피 체질과 같은 경우에 사용할 말이다. 이제마의 사상의학에 의한 사상인은 반드시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이라 정확히 불러야 할 것이다. 사상체질이니, 태양체질이니와 같은 식의 용어는 이제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 모순 투성이의 엉터리 언어는 건강한 사회를 좀먹는 해충과 같다고 보면 한의사가 이와 같은 엉터리 용어를 남발하여 사회에 혼란을 조장하는 오늘의 세태는 동무공의 진정한 가르침에 어긋날 뿐 아니라 한의사로서는 자기모순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모든 한의사가 이점을 깊이 자각하여 세상 사람들이 더 이상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는 묻는다. 당신은 무슨 편상인인가? <끝>

● 알림 : 조종진님의 글이 이번 회로 끝났습니다. 기고를 보내주신 필자께 감사드립니다.
본 기고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고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 분은 독자참여-발언대 란에 글을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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