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채한 박사의 American Report(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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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 채한 박사의 American Report(7)
  • 승인 2004.04.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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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과 동물실험 모델
한의학 연구모델은 적절한가?
결과를 인간에 적용할 수 있는가?


현대 생명과학의 발전에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연구 모델이 아닌가 합니다.
분야마다 그 특징에 따라서 선호되는 연구 모델이 있고, 같은 분야라 할지라도 연구자 개인의 관심 방향이나 연구 특징 혹은 취향에 따라 선호되는 모델이나 내용에 많은 변화를 보이게 됩니다.

생명 과학 연구의 모델을 선정함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전제가 있다면, 그것은 “DNA(유전자) → RNA → 단백질 → 기능”으로 이어지는 센추럴 도그마(Central dogma)일 것입니다.
모든 생명 현상의 근본에는 유전자가 있다는 논리 위에서는 사람의 생명현상은 곧 쥐나 물고기, 파리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초 Thomas H. Morgan에 의해서 초파리가 유전공학의 가장 전통적인 연구 모델이 된 것은 당연한 이치인 듯 합니다.
현대 생물학에서 즐겨 사용되는 실험 모델에는, 효모, 선충, 초파리, 물고기, 식물, 생쥐 등이 있습니다만, 여기에 새롭게 떠오르는 ‘인터넷’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효모(Yeast: Saccharomyces cerevisiae)는 1857년 파스퇴르(Louis Pasteur)에 의해서 발효의 원인균으로 밝혀진 후, 포유류를 포함하는 모든 진핵세포 동물에서 나타나는 고등 기능인 먹고, 분화하고, 후손을 만들고, 짝짓기를 수행하는 가장 작은 생물체로서의 가치에 의해 아직까지도 많은 연구자들이 선호하고 있습니다.
2001년 노벨의학상은 바로 이 효모의 세포주기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규명한 Leland Hartwell(美)과 Paul Nurse(英) 등에게 수여되었습니다.
90분의 짧은 세포주기와 2마이크론의 크기에 불과하다는 점이 도리어 수명의 연구에 있어서는 큰 장점이 된 셈입니다.

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은 박테리아를 먹이로 하는 크기 1미리에 불과한 투명한 벌레입니다.
1000여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원시적인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뇌와 같은 분화된 세포를 갖는다는 특징으로 인간의 생명 기전과 질병의 연구에 즐겨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죽음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만, 이 꼬마선충에게 있어서만은 예외인 듯 합니다.
어떤 세포가 언제, 어디에서 죽게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2002년도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John Sulston(英)과 Robert Horvitz(美)가 1976년 1090개 세포의 운명에 대한 상세한 지도를 작성하면서 알게 된 세포의 자살 - 계획된 세포 사망(Programmed Cell Death) 혹은 자연사(Apoptosis)의 결과입니다.

2000년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초파리(Fruit Fly: Drosophila melanogaster)는 현대 유전공학의 발전에 크나큰 기여를 했으며, 생명 주기가 2주에 불과하다는 특징으로 인해 아직도 발생학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얼룩무늬 관상어(Zebra fish: Danio rerio)는 실험실의 모습을 수족관으로 바꾸어 놓은 주역입니다.
투명하게 속이 들여다 보인다는 특징으로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정 단백질에 붙어서 녹색의 빛을 발하는 표식자(Marker)인 녹색 형광 단백질(GFP; Green Fluorescent Protein)은 살아 있는 생명체 내에서 원하는 단백질의 위치를 표시할 때 사용되는 기술로, 이를 사용하면 물고기의 성장에 따라 변화하는 특정 단백질의 위치를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자의 90% 이상이 선호하는 모델은 바로 생쥐(Mice: Mus musculus)입니다.
75만년전 인간과 분리되어 유전자의 1% 정도만 차이를 보이는 생명체로서, 몸무게 20g, 수명 1.5~3년, 체온 36.9℃의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 2500여종 이상의 품종이 만들어져 있고(jaxmice.jax.org), 특정 유전자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는 대부분 유전자 조작을 통한 주입(Over-expressing Transgenic mice)이나 삭제(Knock-out mice)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987년 최초의 유전자 조작 생쥐는 만드는 데만 수년이 소요되었으나, 요즘의 기술로는 6개월이면 가능합니다.

최근 들어 새롭게 떠오르는 주제는 포스트 지놈(Post-genome)입니다.
이제는 쥐, 닭, 사람의 유전자 지도를 비교하면서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는 세상이 되었지마, 그 많은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컴퓨터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실험 동물에 대한 규제의 강화와 축적된 지식의 증가에 따라 동물 모델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만, 연구 분야와 내용에 따라서는 아직도 새로운 연구 모델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중풍, 심장병의 치료를 위해 다람쥐의 동면을 연구하거나 세포의 이동, 분화를 연구하기 위해 점균류인 Dictyostelium discoideum 등이 그 예가 되겠습니다.

이런 세계 조류 위에서 한국 한의학계는 어디에 있는지 자문하면서, 독자 여러분의 현명한 해답을 기다립니다.
한의학의 센추럴 도그마는 과연 무엇인가?
한의학 이론에 적절한 연구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가?
한의학 이론에 있어서, 연구 모델에서의 결과를 인간에 적용할 수 있는가? <계속>

필자 : 경희대 한의대 졸(한의학 박사), 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클리닉재단 통합의학센터 리서치 펠로우
E-mail : chaeh@ccf.org
Homepage : www.chaela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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