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제제를 살리자(2) - 한약제제 개발 풍토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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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제제를 살리자(2) - 한약제제 개발 풍토 조성
  • 승인 2004.03.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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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참여 봉쇄된 한약제제 개발
한의사에 의한 연구개발 보장해야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BT산업이 열세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BT산업 중 한약재를 원료로 하는 한방Bio산업은 중국과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 높다고 자신하는 부분이다.

중국은 이미 한의약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확정하고 국가차원에서 한약재 재배부터 제제의 생산까지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금 뒤늦은 면은 있으나 국가차원에서 제제 개발에 주력하려고 준비중이다.

◆ 한약제제 경쟁력은 한의학

미국 하나만을 놓고 볼 때도 한약제제 시장은 엄청나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의 의료비 지출 중 40% 이상이 한약 등 전통의약이 차지한다. 금액으로는 400억 달러 규모다.

따라서 하버드대학을 비롯한 미국의 저명 대학에서는 서양의학으로는 치료하기 힘든 관절염, 말라리아, 백혈병, 유방암, 당뇨병과 같은 난치병을 약초 성분의 의약품개발로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한방Bio산업, 한약제제 쪽에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의학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한약재를 어떻게 구성하면 어떠한 질병에 어떻게 작용한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서양의학적 분석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본초학적 원리에 의해 약물을 선택할 수 있다는 능력이 천연물 의약품 시장 공략에 가장 큰 무기가 아닐 수 없다.

이미 결과를 예상해 놓고 이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부속 시험만을 남겨놓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적 전통지식이 없는 국가의 경우 어떠한 약재를 선택할 것인가부터 난항을 겪게 되고, 수많은 한약재를 혼합해 질병을 치료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은행잎 추출물에서 혈액순환제를 얻어냈던 것처럼 우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다.

◆ ‘얼마나 빨리’가 관건

하지만 한의학을 비롯해 세계 각 국의 전통의학을 대체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도 언제까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한의학의 마인드와 서양의학의 마인드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은 걸릴 것이지만 그들도 머지않아 천연물의 성질을 이용해 한약제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올 것이다.

한의학만을 놓고 볼 때 약에 대한 성질과 응용 그리고 처방까지도 문서로 남아 있다. 이것이 그들을 한의학을 이해하고 한약제제를 개발해 낼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따라서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한약제제를 상품화해 내 세계 시장에 내 놓을 수 있을 것이냐가 관건이다.

한의학 등 전통지식에 관한 지적재산권 인정 여부가 각종 세계기구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정되고 있지 않다. 제3세계 등 전통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이를 국가의 자산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또 한약재의 조합만으로는 특허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한약제제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이 점은 우리에게 가능성으로 다가올 수 있다.

즉, 다양한 한약제제의 개발이 가능해 한약제제간의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만명이 넘는 한의사 인력이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조건이다.

한의사들이 중심이 된 연구기관에서 다양한 처방들이 만들어지고 8천 곳이 넘는 한방의료기관에서의 이들 처방이 응용되고 개선할 점을 찾아준다. 즉, 한의계 전체가 연구기관이 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 한의사 배제된 한약제제

그러나 이는 그저 토대, 기본 베이스만 마련돼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이 토대가 가동될 수 있는 조건은 마련돼 있지 않다.

현행법상 한약제제는 별도의 법이 없이 일반의약품에 속해 있다. 즉, 제약시설을 갖춘 제약회사에서 의약품이 요구하는 시험을 마치고 약국에서 판매된다.

또 한방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투약하는 경우에도 현실적인 제약을 안고 있다.

약사법 부칙에 한의원에서 한의사가 직접 조제해 투약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조항을 들어 일반의약품인 한약제제의 투약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논란의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 또 전문의약품의 처방에 한의사만 빠져 있는 것도 문제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한약제제를 만들 수 있는 한의사라는 토대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들이 한약제제로부터 배제돼 있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중성약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중성약은 한약·중약제제를 세계적으로 발전시킬 토대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도 한약제제의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 기준을 면제하고, 제출자료도 양약에 비해 간소화시켰다.

그러나 이는 한약제제 개발의 토대가 될 수 있는 한방의료기관에서의 제제 개발 및 연구의 활성화가 아닌 제약회사에서의 개발로 한정된다.

토대가 활성화되지 않은 채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지식과 소수의 한의사만으로도 제약회사에서 한약제제를 만들어 내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해 선진 각 국의 한약제제시장 진출을 고려할 때 국내 한방의료계의 제제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 없이는 한방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속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방의료기관에서의 한약제제 연구와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 한약제제산업 발전의 선결과제일 것이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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