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와 DDA 따라잡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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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와 DDA 따라잡기(2)
  • 승인 2004.03.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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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하든 안 하든 논리개발이 관건

의료서비스라고 해서 단순히 한 묶음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서비스 분류에 따라 항목별로 협상이 진행된다. 의료 및 치의료 서비스(1.A.h. Medical and d ental services(9312))로 분류되느냐 아니면 조산원, 간호사, 물리치료사, 유사의료인력이 제공하는 서비스(1.A.j. Services prov ided by midwives, nurses, physio therapists, and para-medical perso nnel(93191))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협상에 차이가 많이 난다. 전자에는 의사·치과의사가 포함되는데 비해 후자는 medical d octors 이외의 공인된 사람에 의해 제공되는 침구사나 동종요법사 등이 포함된다.

분류방식에 따라 이해 엇갈려

그런데 한의사는 이 두 가지 분류 중 어느 부류에 속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전세계적으로 한의사를 medical doctor로 인정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미국의 일부 주밖에 없다는 점에서 WTO 분류로는 딱히 적용할 조항이 없다. 그러나 WTO에서 분류하지 않았다고 해서 분류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직업분류를 감안해서 적절한 선택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한의사가 어느 부류에 편입되는 것이 국익과 한의사의 이익에 부합될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에 한의사가 후자로 분류될 경우, 즉 대체요법사 내지 침구사 수준으로 분류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해봐야 한다. 이때 몇 가지 상황을 추정해볼 수 있다. 가령 한의사가 대체요법사 수준으로 개방되면 세계의 온갖 대체요법사들의 한국진출이 가능해져 국내의 경쟁이 격화되는 반면 한국의 한의사는 이들 제도가 있는 세계의 어느 나라든지 진출이 가능해지는 잇점이 생긴다. 그러나 이 경우 후유증이 더 클 수도 있다. 대체요법사 수준에서 개방될 때 국내의 무면허업자들이 한국의 국가적 이익을 위해 침구사제도를 양성화하라는 요구를 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상식적으로도 ‘우리도 침구사를 많이 배출하여 해외로 나갈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하다. 후폭풍이 더 무섭다는 말이 실감난다.

medical doctor로 분류할 때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국내로 유입될 외국인력이 중국의 중의사 혹은 중국유학생 등 정식 OMD 자격자로 한정되는 반면 우리나라가 외국으로 진출할 때도 OMD로 인정되는 나라 혹은 州로 제한될 소지가 있다. 이중 중국은 낮은 진료수가로 인해 한의사의 진출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내부의 경쟁력 파악이 우선

어느 분류를 선택할 것인가는 예상되는 이점과 불리한 점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의료계는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다. 적어도 회원들의 여론이 무엇인지, 외국에 비해 경쟁력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실태파악이 안 되어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양의계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우리나라의 의료인의 질적 수준은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 행위별 수가제 아래서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에 눈을 돌린 결과 상당한 진료수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같은 경우도 미를 보는 관점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와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다만 병원의 경쟁력은 몇몇 대형병원을 빼놓고는 대체로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어 병원투자부문의 개방협상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에 양의사의 해외 진출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추정되고 있다.

70, 80년대부터 미국의 의료인 부족으로 서울대, 연고대 의대출신의 절반이 미국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이미 진출할 사람은 다 했다는 것이다.

면허 개방 개도국에 유리

이런 사정으로 의료인력의 국가간 이동은 개도국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국의 의료인이 해외로 진출하면 아무래도 외화수입의 증가가 뻔하고 고용기회의 확대, 선진국의 기술·경험의 수입이라는 효과를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국의 교육·면허체계가 다르고, UR 협상 당시 양허율이 낮았다는 전례로 미루어 보아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의학 분야는 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자국 전통의학의 세계경쟁력이 워낙 높다고 자부하고 있어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협상의 주체는 정부

협상은 정부, 그 중에서도 외교통상부가 된다. 협상의 주체가 외교통상부가 됨으로서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주목된다. 협상과정에서 해당 단체와 보건복지부의 입장과 별개로 국익 차원에서 협상카드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국가적으로 유리한 분야의 개방을 이끌어내기 위해 상대적으로 개방의 피해가 적다고 판단되는 의료분야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그런 주장의 요지다.

개방은 피할 수 없는 대세

한의계를 비롯한 보건의료계 전반의 고민은 ‘꼭 개방해야 하느냐’에 있다.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 싶은 게 보건의료계의 공통적인 심경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개방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인식하고 있다.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적극적으로 부딪혀보자는 자세도 감지된다.

개방은 상호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개방하면 상대방도 개방하게 되어 있고 또한 특정 국가와의 협상이 타결되면 최혜국대우의 원칙에 입각하여 다른 모든 나라에게도 똑같은 조건으로 자동 개방해야 하므로 특정국가로 한정하지 말고 전 세계적으로 시야를 넓혀서 개방의 유·불리를 따져보는 꼼꼼한 자세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득이 개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개방을 하든 하지 않든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설픈 반대는 상대방의 치밀한 공세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또 우여곡절 끝에 막았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개방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논리’를 개발하고 ‘협상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UR 협상 당시 쌀 개방의 사례는 협상전문가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대표적인 이야기다. 농민의 요구를 들어 개방의 시기를 몇 년간 유예했지만 유예기간 동안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회고 속에는 차라리 개방논의가 나왔을 때부터 개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국내 쌀생산을 구조조정하여 우리 입맛에 맞는 맛좋은 쌀을 경작하도록 정부와 농민, 언론, 국민이 의식을 개선했더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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