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의료관리학교실 신설론의 배경과 추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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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의료관리학교실 신설론의 배경과 추진 전망
  • 승인 2004.03.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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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성은 인정, 설치 방법론엔 이견
전공 교수 부족에 진로마저 불투명


한의학의 취약분야인 정책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정책전문가 양성 방안의 하나로 한의대내 가칭 ‘의료관리학교실’을 개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의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의료관리학교실 개설론의 배경과 추진과정상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다양한 대안들을 탐색해 한의계내 논의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의료계는 의학의 미래는 의료수요에 부응하는 정책에 있다고 보고 저마다 정책개발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정책전문가 양성을 통한 정책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한의계는 단기정책에 급급한 나머지 중·장기적인 정책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의사의 대표단체인 한의협은 정책 개발을 입버릇처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정책다운 정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력과 자금, 정책마인드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편리한대로 양방적 정책과 제도에 한의사 명칭만 삽입해 변통해온 경향이 적지 않았다. 그 결과 한의학정책은 한의학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제도와 현실간의 괴리를 낳았다.

한의계가 정책개발의 한계에 부딪히자 정책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한의계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다.
언제까지 비전문가의 손에 맡겨두어야 하느냐는 자성인 셈이다.
정책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위한 여러 목소리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방안은 의료관리학교실을 신설하자는 데 모아진다.

그러나 의료관리학교실의 신설이 기존의 한방예방의학교실과 조화를 이룰 것인지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나아가서는 정책전문가 양성이 한의대 교육의 몫인지 의문스럽다는 견해, 혹은 교육을 통한 전문가 양성보다 기존 전문가를 영입하자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 의료관리학은 한의학의 몫인가

한의대에서 의료관리학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그러면 어디서 가르칠 것이냐’는 문제에서는 의견이 약간 갈리고 있다.
이들의 견해는 대체적으로 기존의 예방의학교실에서 전공자를 배출해야 한다는 주장과 의료관리학교실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눠진다.

보건학을 전공한 이선동(상지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예방의학교실은 맨파워가 부족할 뿐 의료관리학은 당연히 예방의학교실의 몫”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예방의학교실은 기본적으로 기공·양생 등 질병을 예방하는 교육을 할 뿐만 아니라 예측가능한 설명을 통해 질병발생 가능성을 미리 대비하는 것을 임무로 하므로 정책개발도 예방의학교실의 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교수는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을 이끄는 김용익 교수와 함께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개발을 위한 자문위원회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 예방의학교실 역할론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반면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장욱승(남양주보건소 한방진료실) 씨는 “양방의 사례로 볼 때 전염성질환이나 직업·환경을 다루는 예방의학과, 사회과학 및 인문과학 분야의 지식과 방법론을 활용하여 보건의료와 관련된 제반 현상을 분석하여 정책적 대안을 개발하는 의료관리학교실은 분명하게 구별된다”면서 “한의계도 기공·양생 등을 다루는 예방의학교실과 별도로 정책을 다루는 의료관리학교실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의대내에서 의료관리학을 다룬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라는 견해도 제기돼 눈길을 끈다. 신민규 경희대 한의대 학장은 “한의대의 존재이유는 한의학 연구마인드를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임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의료인을 양성하는 일”이므로 “정책전문가를 기르는 것은 특수대학원의 몫”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즉, 한의대 교수가 연구실적을 쌓기 위해 정책을 연구할 수는 있어도 학생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 한의대 설치는 가능한가

어떤 식으로 설치하든 의료관리학의 교육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다만 한의대에서 의료관리학 전공자를 배출할 현실적 여건이 되느냐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다.
의료관리학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육기관의 개설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지금은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신민규 학장은 “현재 교실을 독립할 만한 전임교수가 없고, 의사결정을 할 때에도 주임교수회의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밝혀 교실간 조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예방의학교실 내에서도 정책전문가 양성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의료관리학 전공자가 전무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대부분의 한의대에서 기초학교실의 전공자를 모집하기도 어려운데 의학과는 무관한 정책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실에 지원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장욱승 씨는 “교실이 있어도 교수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면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게 학생들의 정서”라고 말한다.

연구기관에 취업하는 길도 막막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정원이 한정돼 있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정식직원을 뽑기보다 공보의로 채우는 경향이 있어 의료관리학 전공을 기피하게 만드는 현실적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래저래 한의대에서는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 대안 프로그램도 점차 구체화

한의대 교실 설치가 용이하지 않자 대안으로 보건대학원이나 보건학과, 의료경영학과 활용론이 대두하고 있다. 석·박사 과정을 밟은 뒤 한의계에서 정책전문가의 길을 걷게 하자는 생각이다.

한의협 자체적으로도 초기·중기·장기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현수 기획이사는 “현재 진행중인 조찬강연회를 바탕으로 6개월간의 고위과정을 개설하고, 최종적으로 한의협 산하에 정책연구소 설립하는 일련의 정책인프라 구축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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