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의 임상교실-갑상선 질환의 한방치료와 과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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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임상교실-갑상선 질환의 한방치료와 과제7
  • 승인 2004.03.1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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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갑상선기능저하증(전호에 이어)

첫 번째 증례는 여자 환자(42)의 경우인데, 필자가 처음 진료를 시작한 것은 2003년 5월이었다.
1998년 봄 무렵 모 병원에서 하시모토병으로 진단 받고 갑상선호르몬제(신트로이드 1정/일)를 복용하고 있던 중, 5년 사이 체중이 12kg이나 증가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여전히 추위에 민감하고 소화가 더디며, 내원 20여일 이전부터는 얼굴이 푸석푸석 부어 올라 한방치료를 모색하고자 찾아 온 경우였다.

이에 필자는 루틴하게 하시모토병에 대한 동·서의학적인 소견을 전반적으로 이야기해 줌과 동시에 갑상선호르몬제의 복용 중지를 권고하고 갑상선기능검사를 의뢰하였다.
초진 당시의 검사 결과,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용체 항체(TRAb), 즉 갑상선자극호르몬 결합억제 항체(TBII)는 음성이었지만, 항갑상선과산화효소 항체(TPOAb), 곧 항마이크로솜 항체(TMS)와 항타이로글로불린 항체(TG-Ab)는 양성으로 나타나 자가면역성 질환임을 시사하였다.

또 당시 갑상선호르몬제인 신트로이드를 매일 1정씩 복용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TSH 농도는 참고치에 비해 많이 증가된 상태였다.
물론 T₃·T₄·FT₄는 참고치 범위 내에 있었지만,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진단에서 가장 예민한 검사라는 TSH는 참고치를 훌쩍 뛰어넘어 TSH 결과만으로 따지면 갑상선호르몬제의 투여 용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정도였다.

갑상선호르몬제의 복용을 중지하고 4주가 경과한 뒤 검사한 결과, FT₄는 약간 감소한 반면 TSH 농도는 초진 시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고 항타이로글로불린 항체는 음성으로 전환되는 묘한 소견(?)이 나타났다.
그 당시 환자의 임상증상은 비록 체중감량은 없었지만 이외의 주소증은 많이 호전되었으니, 浮氣가 해소되고 소화가 원활하며 추위도 덜 탄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다시 4주 뒤에 시행한 검사에서는 T₃·T₄·FT₄가 4주 이전에 비해 미세하게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TSH는 참고치에 근접하여 보다 안정적인 소견이 나타났으며, 이후 8월부터 10월까지 시행한 3번의 검사에서는 FT4가 참고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긴 해도 TSH가 참고치 범위를 초과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TPOAb 곧 TMS의 역가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긍정적인 소견을 나타내었다.

10월 이후 이 환자는 갑상선기능저하증에서 볼 수 있는 특이적인 증상은 거의 없이 단지 체중감량만을 원하였던 까닭에, 이후로는 이제껏 투여하던 [이중탕] 대신 다른 처방을 권유하였으며, 약 3개월 뒤 갑상선기능검사를 실시하자고 약속하였다.

두 번째 증례는 남자 환자(35)의 경우인데, 처음 진료를 시작한 것은 2003년 3월이었다.
2002년 12월 모 병원에서 하시모토병으로 진단 받고 갑상선호르몬제(신트로이드 1정/일)를 복용하고 있던 중, 피로와 권태감이 여전하여 한방치료를 받고자 찾아 온 경우였다.
이에 필자는 하시모토병에 대한 동·서의학적인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였고, 갑상선호르몬제의 복용 중지를 권고한 뒤 갑상선기능검사를 의뢰하였다.

초진 당시의 검사 결과, TRAb 즉 TBII와 TG-Ab는 음성이었지만, TPOAb 곧 TMS는 양성으로 나타나 자가면역 질환임을 시사하였다.
또 당시 신트로이드를 매일 1정씩 복용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FT₄는 참고치에 비해 약간 감소되어 있었고 TSH는 참고치에 비해 증가된 상태여서, 임상증상과 검사 결과를 종합해 보건대 갑상선호르몬제의 용량이 부족하지 않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갑상선호르몬제의 복용을 중지하고 5주가 경과한 뒤 검사한 결과, FT₄는 더욱 감소하였고 TSH 농도 또한 초진 시에 비해 현저히 증가하여 더욱 악화된 소견이 나타났다.
임상증상 역시 [이중탕]에 肉桂를 가미한 처방을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체중이 2kg 가량 늘었고, 한불내성과 무력감이 보다 심해지는 느낌이라고 호소하였다.

씁쓸했지만 한방 치료를 계속해서 권유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고, 환자 또한 간편함 등의 이유로 갑상선호르몬제의 복용을 원한 까닭에 정기적인 투약 및 검사의 필요성만을 재차 강조하고 진료를 끝마쳤다.

경험한 증례의 수가 많지 않지만, 사실 지금까지 갑상선호르몬제의 투여 중단으로 인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더욱 악화된 소견이 나타난 경우는 앞서 소개한 증례 한 번 밖에 없었다.
이외의 경우는 필자가 중복을 피하기 위해 소개하지 않았을 뿐, 첫 번째 증례와 같이 대부분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으니까…….

물론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검사 소견이나 임상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한약에 의한 효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 중 10~40%는 일정 기간 갑상선호르몬제를 투여한 후 중단해도 정상 갑상선기능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경우에는 보다 많은 경험이 쌓이고 더욱 장기간의 관찰을 거친 연후에 재차 토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혹자는 보다 악화된 소견을 보인 두 번째 증례에 [이중탕]이 아닌 다른 처방을 투여했다면 좋아졌을 수도 있으리라 여길 것이다. 이 역시 부정하진 않는다.
필자의 변증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고, 사용된 약물의 질이 떨어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으며, 환자가 약을 달이는 방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찌 보면 무척 사소한 문제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진단받고 갑상선호르몬제 치환요법을 시행 중이던 환자가 양약을 중단하고 5주간 이중탕을 복용한 전후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기준척도, 즉 파라미터로 인정되는 갑상선기능검사를 실시한 결과 보다 악화된 소견을 나타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패담이지만, 그래서 ‘감추고 싶은 비밀’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내를 다 드러내는 것은 이러한 필자의 경험을 전 한의계와 공유하고 싶은 까닭이다.
일천하고 보잘것없는 경험임에도,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한의학을 이 시대에 걸맞게 발전시키는 소위 溫故之新의 한 방법일 수 있으니, 他山之石 아니 反面敎師의 형태로나마 받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필자는 왜 이중탕을 기본 처방으로 설정하였느냐?
이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영류’와 ‘습담’의 병증으로 파악하여 여러 책을 참고한 결과, 수많은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한 ‘비신양허(脾腎陽虛)’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의 병태와 가장 유사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상한론』의 육경 병증으로 따져도 ‘이허한(裏虛寒)’의 상태인 태음병이나 소음병의 범주라고 판단되므로, 그 대표적 처방인 이중탕을 기본방으로 설정하되 증상의 경중에 따라 附子 등의 약물을 가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계속>

안 세 영
경희대 한의대·한방병원 제6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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