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질환을 살리자(1) - 왜 기초질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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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질환을 살리자(1) - 왜 기초질환인가?
  • 승인 2004.03.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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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질환 환자가 줄어든다

産科 보양강장제시장 이어 감기도 밀리는 추세
원인 분석 시도 하지 않아... 대책 소홀 당연

한의사에게 부과된 가장 큰 사회적 역할은 역시 진료를 잘 해서 환자를 낫게 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기초질환의 치료는 한의학의 가치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한방의료기관에서의 기초질환 치료는 누구나 중시하지만 정작 연구와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이에 본지는 기초질환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기획을 연속 게재할 예정이다. 본지의 연재가 기초질환을 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편집자 주>

한의학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어떤 존재여야 하나?

일반적으로 한의사들은 한의학이 ‘귀족의학에서 서민의학으로, 보신의학에서 치료의학으로’ 방향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적어도 10여년 전엔 그랬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문의 대중적 기반을 유지할 수 없을뿐더러 한의학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한의사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라 예측했기 때문이다.

이런 표현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 당시 한의학이 여전히 귀족의학 내지 보신의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그런데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사정이 좀 달라졌다. 달라진 모습을 데이터를 동원하여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개원한의사의 증언을 토대로 추정하면 그 양상을 그려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치료의학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감기, 난치질환 등을 치료하는 한의사가 적지 않았지만 이 기간동안 치료의학으로서 한의학의 도약이 비약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한방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의료보험은 불요불급한 처방에는 급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93년 한약분쟁 이후로는 첩약만으로는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하게 된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한의사의 관심이 치료효과가 높은 임상강좌로 쏠리게 되었다. 졸업후교육으로서 임상강좌의 열기는 보수교육과 별도로 지금도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치료의학의 관심 고조되는가 했더니…

그러나 한의사의 배출인원수가 년 700명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경쟁이 격화돼서 그런지 어느 시점부터는 특화바람이 불어 기존의 전통적인 질환이 대접받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런 현상은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방의료기관에 경영기법을 도입하면서 두드러졌고, 미국과 유럽에서 불어닥친 대체의학이 수입되면서 가속화된 경향이 있지 않나 여겨진다. 이에 따라 한의사들의 관심이 다른 한방의료기관과 차별화하는 임상기법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나왔다. ○○요법, △△학회 등이 하루걸러 하나씩 탄생하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였다. 그 결과 특화하는 한방의료기관만이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나머지는 별 볼 일 없다는 인식이 심화되었다.

이런 중 대한한의학회가 1998년 11월과 99년 3월 두차례에 걸쳐 개최한 ‘감기’ 세미나는 많은 관심을 끌었다. 가장 기초적인 질환은 한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 기초질환에 대한 한의계의 주도권 확립 의지를 천명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이렇다할 후속작업이 없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주도권 잃는 기초질환

50, 60년대만 하더라도 원로한의사들로부터 난치성 질환을 치료해 죽음의 문턱에 있는 환자들을 기사회생시켰다는 증언을 접할 수 있다. 또한 반드시 난치병이 아니라도 일반적인 질환도 한의학으로 효험을 보곤했다. 지금은 전적으로 양방의 수술에 의존하는 맹장염도 당시에 한약으로 치료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가령 현곡 윤길영 선생은 맹장염을 치료한 사례를 모아 ‘盲腸炎 統計 調査 診療’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맹장염을 한의학으로 치료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맹장염은 완전히 한의학이 잃어버린 치료법인 반면에 점차로 이탈되는 치료법도 있다. 산과는 한의사의 영역에서 벗어난 상태며, 영유아 환자수도 급감하고 있다. 정신질환자도 양방의 신경정신과 내지 정신과로 빼앗긴 상태다. 한의학은 경미하거나 후유증을 치료하는 정도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전통적인 한의학 우위분야였던 보양강장제시장의 침식은 최근에 두드러진 현상이다. 비아그라의 출현 이후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각종 건강식품의 범람도 보양강장제시장의 한의학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다른 진료분야도 이상의 분야와 대동소이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약화되고 있는 분야는 감기치료시장이다. 유행성 독감이 전국을 휩쓸어 양방병·의원은 감기환자로 초만원을 이뤄도 한방병의원은 평소보다 약간 많은 환자가 찾아올 뿐이다. 그것도 초기환자는 거의 없고 양방 병의원과 약국을 전전하다 낫지 않자 마지 못해 찾아오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경기도에 근무하는 한 한의사는 “감기환자와 소아환자가 과거에 비해 조금씩 느는 추세에 있다”고 말하면서도 “한의학의 기본원리에 비추어 보면 느는 속도가 너무 더디다”고 여운을 남겼다. 전체적으로 늘어도 점유율은 양방에 비해 훨씬 줄어들게 된다는 뜻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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