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93] 麻疹奇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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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93] 麻疹奇方
  • 승인 2004.03.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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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선생 목숨 구한 코주부의 홍역 비방

丁若鏞이 지은 『麻科會通』의 「李蒙수傳」을 보면, 자를 蒙수 혹은 夢수라고 하는 李獻吉의 小傳이 실려 있다. 그는 恭靖王의 別子 德泉君 厚生의 後孫인데 왕족의 후예로 편하게 지낼 수 있었으나 의술을 익힌 탓에 을미년(영조 51년, 1775) 한양을 휩쓴 홍역을 길가에서 마주하고 자신의 몸을 던져 백성을 구하였다.

다산이 전하는 그의 생김새를 그려보면 “사람이 몹시 여위어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데다 코주부이지만 남과 더불어 말하기를 즐겨하여 항상 웃는 얼굴로 말이 끊이지 않아 자못 들을 만 하였다. ……”고 하였다. 또 어릴 적부터 총명하여 기억력이 비상하였으며, 밤낮으로 돌림병을 다스리느라 잠을 자지 못하여 눈이 침침하였는데도 응수에 착오가 없고 정신력이 남보다 또렷하였다고 전한다.

그의 의학적 평가에 있어서 『麻科會通』의 「吾見篇·古醫」에 이르기를 “麻之騏의 치법을 위주로 하고 萬全의 治疹法을 참고하였는데, 앞사람이 이뤄놓은 방법(前人成法)에서 바뀐 것이 없지만 오직 회충에 대한 醫論 한 가지는 前人未發의 공이 있어 東國 疹家의 祖宗이다”고 평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은 정약용이 『마과회통』을 집필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祖本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 실용적 가치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는 보수적인 주자학 일변도의 학계 풍토에 반기를 들어 이단으로 몰렸던 白湖 尹휴(윤휴)를 존경하였으며, 당시 西學에 정통했던 李喆煥을 스승으로 모셨던 만큼 舊習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치법을 찾는데 주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규경의 『五洲衍文長箋散稿』·麻疹辨證說에도 이헌길의 비방 二皮三肉湯이 전하는데, 苦練根皮 3돈, 陳皮 山査肉 각 2돈, 木果 5편, 烏梅 5조각 그리고 川椒 두알과 使君子肉 1돈을 달여 먹는 처방으로 특히 효험이 좋아 많은 인명을 구했다고 적어놓았다.

현재 사본으로 전하는 『몽수마진방』이 있다하나 구해보기 어렵고,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小兒醫方』의 작자 夢庵 崔奎憲이 1912년 이헌길의 유문을 모아 석판으로 인쇄하여 전한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이 석판본은 『마과회통』의 원문에 인용된 ‘蒙수曰’한 유문을 발췌하여 집록한데 불과하다. 필자가 얼핏 대조해 보아도 드문드문 빠뜨린 곳도 있어 원작과는 자못 차이가 있으리라 짐작된다. 이 판본에는 서문이 붙어있으나 작자의 이름이 명기되어 있진 않고 아마도 편집자인 최규헌이 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약용이 인용한 이헌길의 ‘마진방’은 『마과회통』의 抄撮諸家姓氏書目에 올라있는 것처럼 『乙未新詮』이 원서명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은 원작이 전하지 않고 있으며, 민간에 전승된 『몽수마진방』 역시 동일 모본에서 비롯된 이종본이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또 본문에 ‘七易槁而書始成’이라는 기록처럼 일곱 차례나 원고를 고쳐 겨우 만들었다는 이 책의 원래 모습은 명확하지 않으나 민중의술의 참 뜻을 쫓았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현행본의 목차를 보면 毒源, 治法, 時令, 藥戒, 脈度, 日期, 初熱, 出疹, 出險, 形色, 熱候, 餘毒, 婦人, 禁忌로 항목이 나뉘어져 있는데 이것은 『마과회통』의 原證篇에 들어있던 것이다. 이어 因證篇에는 汗, 食, 咳嗽, 喘, 咽喉, 嘔吐兼瀉, 腹痛, 煩燥섬語狂亂驚휵(휵), 大小便, 泄瀉, 痢疾, 疳제, 瘡癰, 蛔蟲, 雜症 항목이 있고 辨似篇에는 班疹論, 因證, 藥論, 酒評, 糞治, 雜說, 古醫, 運氣와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이헌길은 醫論立方에 運氣를 위주로 論證하였는데, 해마다 운기가 바뀌어 옛 처방만을 고집한다면 살인하고 말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항상 말하기를 12년 뒤에 마진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또 “내가 죽은 뒤에 내 처방으로 홍역을 치료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예언하였는데 과연 그의 말대로 痘疹이 창궐하였으며 그가 보았던 수많은 중국 책이 쓸모없게 돼버렸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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