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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90> - 『婦人病證治大要』①
과도기 한의학교재의 옛 모습
2019년 11월 09일 () 06:31:39 안상우 mjmedi@mjmedi.com

1949년 7월 25일에 작성한 저자의 서문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 책이 발행된 지 이미 70여년이 흘렀으니, 근현대 한의학 교육의 시발점을 살펴볼 수 있는 소박한 교과서이다. 일제의 강압에서 벗어나 해방된 지 4년이나 흐른 때이지만 자력으로 독립을 이루지 못한 탓에 미군정을 거쳐 이제 겨우 정부를 수립한 시점이다.

   
◇ 『부인과증치대요』

이러한 시대 상황 때문인지 책자는 누렇게 바랜 산성지에 쉽게 부스러지며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원래의 책표지는 진즉 떨어져 나간 듯, 오래전에 소장자가 재활용한 종이로 다시 싸고 제첨을 다시 붙여 만든 표지가 겨우 책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겉표지를 대체하여 사용한 종이에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것인 듯, 1947년도 새해 첫날에 사용한 새해맞이 디너 메뉴가 영문자로 찍혀 있어 전통 한의서라고 여기기에는 다소 이질적이고 어색한 모양새이다.

제첨에는 ‘(漢方)婦人科大要’라고 써 놓았고 본문 말미에는 ‘(漢方)婦人科證治提要 終’이라고 적혀 있다. 표지가 탈락되고 권수제가 적혀있지 않아 임의로 정하긴 어려우나 편자 서문에 『醫宗金鑑』婦科를 위주로 편집했다고 적혀 있어 원작의 의미에 방점을 두어 여기서는 ‘부인병증치대요’라는 서명으로 호칭하기로 한다.

서문에 따르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부인병 치료가 어려운 점을 역설하고 있다. “부과병이라면 전래의 풍속에 의거한다느니 보다도 선천적으로 성질이 남자에 비하야 활발치 못하야 첫째 진단에 있어서 솔직히 고백치 않는 것, 둘째 在來의 習性과 사회제도의 결함에 의하야 사회적으로 동등의 대우를 못 받았을 뿐 不啻라 경제적 자주권이 없는 관계로 일체 사물의 영향으로 남모르는 鬱結로 병 됨이 태반인 것. 셋째, 본시 음적 성격인 고로 병이 중태로 되기 전엔 醫治를 받으려 하지 않는 것, 등등으로 婦科病이라면 치료상 두통날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

위의 글 속에서 저자는 사회적 제약과 전래된 고루한 인습으로 인해 부인병의 진단과 치료가 어렵고 경제적 자립마저 이뤄지지 않아 부인과 환자가 대부분 스스로 자기 몸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을 갖게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통탄하고 있다.

이어 저자는 “그러므로 拙者의 견해로는 과거의 惡風을 일소하고 첫째 사춘기의 調養과 주의, 둘째 胎敎와 婦道, 셋째 調經과 嗣育에 적극적 訓育이 없이는 언제든지 뒤떨어진 국민이 될 것이다. 동시에 의업에 종사하는 諸位는 특히 婦病 一般에 專心 연구하여야 인류 진화에 生色이 될 것이다.”라고 하여 의료인으로서 시대적 한계를 넘어서서 사회적 책무와 인류 진보를 위한 숭고한 사명감을 적극 고양시키고자 하는 뜻을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다.

서문 다음에는 특이하게 ‘올닐말슴(올리는 말씀)’이라는 저자의 주기사항이 개조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서문이 저자의 집필의도와 부인과 치료상의 난점 등을 적극 피력하는데 치중했다면 여기서는 집필에 사용된 주요 참고서적과 함께 편집방식, 체제와 항목설명이 이어져 있기에 일반적으로 보자면 ‘범례’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4개항으로 이루어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一. 원문은 의종금감 부과를 위주로 하고 의학심오, 한방의학지남 등의 要文을 삽입하였음. 一. 釋義는 전래의 한문현토 방식에 구애치 않고 본의만을 위주로 함. 一. 句解는 難疑文句만을 간단히 해석함. 一. 附演은 諸書를 참고하여 간명한 것만을 취함.”

이상 2가지 글은 이 책의 편저자인 孫中允이 직접 작성한 것이다. 그는 1945년 서울한의학관에서 부인병과 소아과, 병리학을 강의한 근현대 한의학인물이나 행적은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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