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韓醫學의 전문성을 확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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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韓醫學의 전문성을 확보하자
  • 승인 2004.03.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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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중 완 (서울 동제한의원 원장)

학문은 보편타당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抽象性을 피할 수 없다.
抽象은 具體로부터 抽出되지만 추출되었다는 바로 그 이유로 인해 구체적으로 다시 말해서 감각적이고도 직접적으로는 이해되지 못한다.
그것 때문에 아무나 쉽게 학문의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학문을 이해하고 학문을 하는 사람을 學者라고 하거니와, 일반인으로서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학자를 專門家라고 부르며 그렇게 대우한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자면 난해하지 않은 학문이 어디 있을까마는 哲學이 또한 그 절정에 이른 것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철학교수 가운데 한 분이 학위논문을 심사하면서 발표자에게 “내가 중학생이라고 생각하고 나를 이해시키도록 해 봐!”라고 주문을 했다.
물론 이는 발표자가 얼마나 분명하게 논문의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지를 시험해 보고자 하는 것이지만, 엄격하게 말하여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논문으로 썼다면 그 논문은 학술적으로 큰 가치를 갖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아직 기본 교육의 과정에 있고 학술적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것에 무슨 전문성이 있을 수 있겠는가?
學問을 위해 최소한 12년 동안 기본 소양을 쌓아야 비로소 학문에 入門할 자격을 얻는다.

그 기간을 그것도 충실하게 보내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학문을 할 수가 없다.
수학은 말할 것도 없고 물리, 화학과 같은 기초 자연과학 과목들을 12년 동안 반복적으로, 그러면서 발전적으로 교육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 동안 과목의 내용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내용과 함께 그것을 만든 서양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배운다.

실제로는 이것이 더 중요한데, 서양식의 사고방식을 唯一無二한 것으로서 그것도 어려서부터 배운 사람은 대학에 들어가기에 이르러 無批判的으로 서양 것을 따를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는 이런 사고를 더욱 심화, 확대하여 교육의 목적을 이루려 한다.
그래서 정규 교육 과정을 이수한 경우에 韓醫學과 같은 東洋學을 위한 소양은 거의 갖추어지지 않는다.

名目上 한두 과목이 동양학과 관련이 있다 해도, 사고방식이나 세계관, 학문관에 있어서는 전혀 교육되는 것이 없다.
韓醫大生들이 학문적 혼란을 겪고 문화적 충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혼란이나 충격이 아니다. 혼란스러워 하기 전에 韓醫學을 위한 소양을 닦아야 한다.
漢文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東洋學에 합당한 사고방식, 학문방식을 익혀야 한다.

서양학문과는 구별되는, 동양학에 적합한 기본 소양을 갖추고 그 위에 학문적 성숙을 도모할 때 비로소 한의학의 전문성도 확보될 수 있다.
한의학의 전문성은 서양학문의 용어로 한의학을 풀어냄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분야의 학자들이 평가하기 이전에 學問 내적인 整合性과 권위를 가지고 있으면 그 나름의 전문성이 인정된다.
한의학의 성격에 맞추어 한의학을 정립하면, 그리하여 한의학적 소양을 가지고 한의학적으로 훈련된 사람들이 일정한 집단을 형성하고 그들 사이의 논의로 한의학이 전개되면 한의학의 전문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필 자 약 력
△ 서울대 철학과, 동 대학원 철학과 졸업
△ 경희대 한의대, 동 대학원 한의학과 졸업
△ 경희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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